14일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재부 출신 관피아 권력지도 기자간담회에서 피켓을 든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을 내놓은 가운데, 시민단체들이 ‘기재부 개혁’을 주장했다. 기재부 출신 관피아(모피아)가 윤 정부 내각에 다수 임명되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정책 실현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가 예산심의결정권을 적극 활용할 것을 촉구했다.
14일 ‘기재부 전면개혁 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민주노총 15층 교육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윤석열 정부 권력지도의 중심에는 ‘모피아’를 비롯한 소위 ‘관피아’가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민주노총·공공운수노조·민변 민생경제위원회·YMCA 등 9개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됐다. 이들은 이날 ‘윤석열 정부 기재부 출신 관피아(관료와 마피아의 합성어) 권력지도’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가 공동행동의 의뢰로 진행했다.
기재부 전면개혁 공동행동을 비롯한 시민단체 회원들이 14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재부 출신 관피아 권력지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윤 정부 첫 내각, 기재부 출신 12%…‘낙하산·회전문’ 인사도
윤 정부 첫 내각의 고위공직·공공기관급 전체의 12%(공석 제외한 총 533개 중 65개)가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것으로 조사됐다.
모피아는 행정부 내 총리·부총리·차관 등 소수의 고위계급과 3급 상당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직 등 다수의 하위계급, 양극단에 집중됐다. 준차관급 등 중간 권력이 적어 집단 모피아 집단 내 권력 격차가 큰 ‘상명하복’ 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모피아는 윤석열 행정부 내 10개 정부기관 중 15개 직위 및 44개 공공기관의 50개 직위를 독과점하고 있었다. 이들 10명 중 7명꼴로 과거 퇴직 후 사외이사 등 민간경력을 거쳐 다시 고위공직에 재취업한 경우로 ‘이해 상충 우려’가 가장 높은 집단으로 나타났다.
모피아가 기재부 경력과 관련 없는 부처에 겸직·재취업하거나, 내정되는 경우도 있었다. 10명 중 8명꼴로 과학기술, 교육, 국토교통 등 타 부처 내 고위공직, 기관직, 비·상임이사, 감사직에 재취업 또는 겸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부처의 문어발식 겸직으로 전문성이 없어 정상적인 직무수행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게 공동행동의 설명이다.
이런 문어발식 겸직은 타 부처 예산재정이나 재정관리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공동행동은 지적했다.
공동행동은 “경제권력을 쥐고 있는 전·현직 모피아들은 타 부처 내 재정준칙, 소위 ‘예산완박’ 등의 목적으로 기관장이나 특히 비상임이사에 내정된 것”이라며 “기재부 제2차관은 타 부처 산하 6개 공공기관, 어떤 심의관 한 명은 17개 공공기관 비상임이사직을 동시에 겸직하는 건 상식적인 정책기능의 범위에서도 벗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타 부처 예산 약 231.4조원이 모피아의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덧붙였다.
14일 서울 민주노총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기재부 출신 관피아 권력지도 기자간담회에서 피켓을 든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정 운영 위해 ‘기재부 전면 개혁’ 필요...“사회복지 실현 우려”
공동행동은 기재부 출신의 과도한 권력 독점을 해소하기 위해 ▲기재부 정책기능 분리 및 권력 축소 ▲낙하산 인사 근절 ▲회전문 인사 근절 등을 제안했다. 정부가 기재부를 고위공직, 기관장 등 인사에서 배제하면 된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국회가 예산심의결정권을 행사를 통한 기재부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우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가장 큰 문제는 재정관리하는 분들의 시각으로만 국가 정책이 편성돼 필요한 사회 복지나 정책들이 이뤄지지 않는 것”이라며 “핵심적인 해결 방안은 정부가 기재부 과잉대표를 인사 관례를 없애는 것이지만, 현재는 어려우니 예산심의권을 가진 국회가 나서서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복지, 민생정책 실현을 위한 예산 편성 확대를 요구하는 시민단체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들은 예산 확대를 위해 기재부의 권력 분리 및 축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형숙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복지부, 국토부는 기재부에서 예산을 추가 편성하지 않는 한 장애인들이 요구하는 예산 증액이 될 수 없다고 말한다”며 “장애인 차별과 배제하는 사회구조는 기재부가 올바로 서지 않는 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김병국 대학무상화평준화운동본부 조직위원장은 “한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0위인데, 고등교육 예산은 OECD 37개국 평균의 60%밖에 안 돼 열악하다”라며 “예산 편성을 기재부에 맡기지 말고 입법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고등교육 재정을 확충할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