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극장가에 8년만에 다시 이순신 장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17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명량'의 후속편 '한산:용의 출현'은 다시금 관객들을 여름 극장가로 불러 모을 수 있을까. 김한민 감독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자긍심 또는 위로, 위안, 용기, 연대감 등을 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롯데시네마 월드타워점에서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김한민 감독과 출연 배우 박해일, 변요한, 김성규, 김성균, 김향기, 옥택연, 박지환, 조재윤이 참석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한산: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으로부터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을 펼친 전라좌수사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모습을 담은 전쟁 액션 영화다. 조선시대 임진왜란 3대 대첩 중 하나로 꼽히는 '한산도 대첩'과 그에 얽힌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거북선의 활약과 학익진 전술의 모습 등이 스크린에서 펼쳐진다.
이 작품은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영화이다. 지난 2014년 7월 개봉해 1,761만명의 관객이 본 한국 역대 박스 오피스 1위 영화 '명량'의 프리퀼(전편보다 시간상으로 앞선 이야기를 보여주는 속편) 성격의 작품이다. 시기적으론 명량해전으로부터 5년 전인 1592년 7월의 이야기다.
김한민 감독은 전편 '명량' 개봉 때로부터 딱 8년만인 올해 7월 후속편 '한산'을 선보이게 됐다. 그는 8년의 시간 동안 많은 기술적 발전이 있어 '한산'을 촬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면서, 두 영화 촬영 당시의 차이점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명량'을 찍을 때는 바다에 배를 띄웠었다. 그런데 '한산'을 찍을 동안엔 바다에 배를 전혀 안 띄웠다. 노하우가 쌓이고 R&D 기술도 쌓여서 그랬다"라며, "'명량' 때의 초석이 있어서 '한산' 촬영이 가능했다. 이번엔 실내 VFX 세트장을 강원도 평창스케이트장에 3천평 규모로 세워서 크로마키 그린을 치고 거기서 바다 위 활약 장면들을 거의 다 찍었다"고 밝혔다.
이어 "오픈 세트는 전남 여수에 야외 사극세트를 만들어 거기서 작업했다. 아마 사극 영화에서 익숙한 장소가 거의 보이지 않으실 것"이라며, "코로나19 시국이라 그런(물리적으로 분리된) 환경이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다행히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산'에선 역동적인 해상 전투신이 길게 등장하는데, '거북선'이 대단히 큰 역할을 한다. 김 감독은 거북선을 현실적으로 구현해 내기 위해, 거북선에 대한 여러 학설을 참고한 후 "진짜 전장에서 쓰일 수 있는 돌격선으로서의 거북선"을 재창조 해냈다. 그는 "(거북선에 대한 여러 학설 중) 전투에 적합한 모델을 적용했고, 거북선에 달린 용머리도 들어갔다 나갔다 할 수 있게 미술팀, CG팀과 의논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전편의 기념비적 흥행에서 얻은 교훈을 후속편을 연출하며 담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명량'은 기대하지 않았던 흥행을 했다. 거기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시대적으로 봤을 때 (개봉) 2개월 전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영화 속 공간적 배경) 비슷한 해역에서 있었던 일이고, 영화 속에서 백성들이 배를 끌어 내고 보호하는 장면 같은 게 당시에 상처 받은 국민들께 위안과 위로가 됐었던 것 같다. 그런 사회적 함의를 영화가 담아내는 게 얼마나 중요한 지 '명량'을 통해서 배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산'은 전쟁 초반 조선이 위기에 몰린 때 이순신이 홀로 고군분투하며 혁신적 무기인 거북선 등을 동원하고, 세계사 적으로 봤을 때도 완벽한 진법을 구사하는 모습을 담았다. 이게 현 대한민국 시점에서 봐도 놀라운 일이다. 이런 것이 무한한 자긍심을 가지게 해줄 것 같았고, 큰 위안과 용기를 우리에게 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에선 '명량'이나 '한산'과 같은 역사적 사건을 다룬 작품들이 흔히 '국뽕'이라 불리는 감정인 민족주의, 애국심 등을 자극해 흥행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이순신 장군을 팔아서 흥행할 수 없다. 그러면 욕을 먹고 뻔한 컨벤션 작품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저는 그런 것을 경계한다"고 답하며 선을 그었다.
그는 "(한국 영화에선) 메시지가 아니더라도 울림이나 감흥 있는 무엇인가를 전달하고자 하고, 이것이 장르와 결합했을 때 큰 힘을 발휘한다. 그런 게 '명량'과 '최종병기 활'이었고, '한산'도 그렇게 만들려고 했다"라며, "그게 '국뽕'으로 치부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국뽕 너머의 국뽕'으로 또는 '뭔가 다른 국뽕'으로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박해일은 '한산'에서 40대 후반의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가 보여주는 이순신 장군은 차분하고 치밀한 지략가의 면모가 두드러진다. 전편 '명량'에서 최민식이 연기한 50대의 맹장(猛將) 이순신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박해일은 자신이 연기한 이순신 장군의 모습을 "물 같다"고 설명하며, 그 스스로가 두드러지기 보다는 "이순신 주변의 배우들이 잘 드러나는 방식으로 연기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순신 장군이 안 나타나는 장면에서도 이순신의 세밀한 전략이 구현되게 하려 했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왜군의 대처 등으로"라고 짚었다. 이어 "그런 부분이 '명량' 속 최민식 선배가 한 화염방사기 같은 연기와 다르다. 나의 이순신은 차분하고 냉정하고 세밀하게 전략을 짜서, 그걸 왜군, 의병, 단역들을 통해 세밀하게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한산' 속 이순신 장군은 말이 거의 없다. 묵묵히 전략을 고민하고, 전황이나 전술에 대한 설명을 할 때도 최대한 말을 아낀다. 심지어 전투 중 지시를 할 때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냉정하게 군령만 내린다.
박해일은 이런 연기에 자신이 찾아 본 실제 이순신 장군의 일상 속 태도가 녹아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순신 장군의 태도와 캐릭터에 대해 알아 봤다. 그 분은 말수가 적고, 희노애락의 감정 표현을 잘 드러내지 않고 절제된 행동을 하셨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모습을 연기하며 "연기 절제가 무엇인지 이번 작품에서 강하게 깨달았다"면서 "절제 안에서 에너지를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저만의 숙제도 있었다"고 연기의 주안점도 밝혔다.
변요한은 이순신 장군과 맞서는 왜군 수군 총사령관 '와키자카' 역을 맡았는데, 극중에서 줄곧 일본어로 연기를 펼친다. 그는 일본어 연기를 위해 신경 쓴 점을 묻자, "일본어 선생님과 함께 공부했다. 저보다 선생님이 더 고생하셨다. 일본어 고어이다보니 고증도 해야해서 중간중간 검수도 받으면서 열심히 저에게 도움을 주셨다"라고 답했다.
이외에도 조선 수군 향도 '어영담' 역으로 배우 안성기, 경상우수사 '원균' 역으로 손현주, 항왜군사 '준사' 역으로 김성규, 왜군에서 와키자카와 라이벌인 장수 '가토' 역으로 김성균, 와키자카의 오른팔 장수 '마나베 역으로 조재윤, 기녀로 변장해 왜군 진영에 숨어든 조선 첩자 '정보름' 역으로 김향기, 조선 수군을 위해 왜군 진영을 살피는 탐망꾼 '임준영' 역으로 옥택연', 거북선 설계자 '나대용' 역으로 박지환 등이 출연했다.
이날 영화 완성본을 취재진과 함께 처음 본 배우들은 "영화가 재밌는 것 같다(박지환)", "에너제틱하고 전개 속도가 굉장히 빨라서 재밌게 봤다"(김성규), "발포하라! 한 마디에 울컥했다. 정말 뜨거운 영화다"(조재윤) 등의 평을 하며 관객들이 영화를 재밌게 봐주길 하는 바람을 밝혔다.
끝으로 박해일은 "'한산'은 이순신 3부작이 다 개봉한 뒤엔, 제일 처음 보실 작품이다. 저희 배우들은 젊고 팽팽한 기운으로 이 영화에 참여했다. 부족한 무게감은 안성기, 손현주 등 관록있는 선배들이 채워주셨다"며 "많은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즐겨주시고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한민 감독도 "멋진 배우들과 좋은 관계속에서 진정성 있게 영화 만들었다. 스탭들과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같이 어우러져 찍었다"라며, "그런만큼 이 영화가 개봉한 후 관객들과 그런식으로 교류하고 만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한산:용의 출현'에선 조선 역사 속 영웅 이순신 장군의 새로운 면모와 임진왜란 당시 적군을 물리치기 위해 몸을 사리지 않았던 조선 수군과 민중들의 뭉클한 이야기를 함께 만날 수 있다. 더불어 박진감 넘치는 해상 전투신도 즐길 수 있다. 김한민 감독의 탄탄한 연출과 배우들의 호연이 전편 만큼 많은 관객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영화 '한산 : 용의 출현'은 오는 27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