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영탁은 조용필의 뒤를 이으려는 것일까

다채로운 음악을 버무린 영탁의 새 음반 [MMM]

가수 영탁과 그가 발표한 정규앨범 MMM ⓒ밀라그로 오피셜 홈페이지

솔직히 영탁의 새 정규음반 [MMM]을 듣기 시작했을 때, 별 기대가 없었다. 그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을 노래들, ‘찐이야’, ‘막걸리 한 잔’, ‘니가 왜 거기서 나와’처럼 신나는 트로트 곡을 들려주지 않을까 생각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오판이었다. 영탁이 7월 4일 발표한 정규 음반 [MMM]은 트로트보다 팝의 비중이 더 높은 음반이다. 영탁은 “강렬한 심포니 록에서부터 트랜디한 디스코 팝, 끈적한 R&B와 어쿠스틱 팝. 국내 최고의 재즈 아티스트 '송영주 트리오' 와의 협업을 보여준 재즈 넘버까지” 다채로운 장르를 능숙하게 불러 젖힌다. 이 곡들은 새롭거나 독창적이지 않지만 팝으로는 손색이 없다.

영탁은 ‘담’에서는 록킹한 보컬을 선보이다가 ‘달이 되어’에서는 매끈한 보컬을 뽐낸다. 펑키한 비트를 앞세운 곡들에서도 여유롭고, 특히 ‘우주선’은 웰메이드라고 평가할 수 있을 정도다. 그래서 음반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었을 때의 만족감이 고르게 높을 뿐 아니라, 영탁을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다른 뮤지션이라 해도 속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YOUNGTAK(영탁) _ MMM(신사답게)

게다가 음반의 보도자료에서 언급하듯 영탁은 12곡의 수록곡 가운데 8곡을 다른 뮤지션과 함께 작사, 작곡하고 편곡했다. 그가 송라이팅과 편곡에 참여하지 않은 곡들은 음반 후반부에 몰아놓은 트로트 곡들뿐이다. 이는 그가 처음부터 트로트 뮤지션으로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 있다.

영탁은 “2005년 [가문의 위기 OST] 음반에 참여한 후, 2007년 [영탁 디시아]라는 발라드 음반으로 데뷔”한 팝 뮤지션이다. 이후 방송, 가이드, 보컬 강사, 애니메이션 OST 참여 등의 활동을 이어가다, 2016년에야 트로트 가수로 전향해 새로운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의 이름을 알린 것은 ‘누나가 딱이야’와 ‘니가 왜 거기서 나와’에 이어, 2020년 TV 조선 ‘내일은 미스터 트롯’ 출연과 선(善) 수상이다.

영탁이 내놓은 정규 음반 [MMM]의 다양한 시도와 맞물려 흥미로운 지점은 영탁과 함께 ‘내일은 미스터 트롯’에 출연해 인기를 끈 보컬리스트들 중에 처음부터 트로트 뮤지션의 길을 가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임영웅은 실용음악을 전공했고, 장민호는 연기를 전공했는데 방향을 틀었다. 그래서인지 임영웅이 5월에 내놓은 정규 음반 [IM Hero]에서도 트로트에 한정되지 않는 팝 뮤지션 임영웅을 만날 수 있다. 사실 이들은 트로트를 부를 때에도 과거의 트로트 보컬리스트들처럼 꺾기를 앞세우지 않고, 신파적인 세계를 노래하지 않았다. 임영웅은 오디션 도전 이후 발표한 싱글에서 계속 팝을 선보인 바 있다.

영탁과 '달이 되어(Be The Moon)' 드-라이브

이는 트로트 음악이 이미 신파적인 성인 음악이 아닌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며, 이들의 지향이 트로트에만 있지 않은데다, 자신들의 모델이 태진아나 박현빈처럼 트로트에만 한정된 음악을 하는 뮤지션, 그래서 특정 세대에게만 사랑받는 뮤지션이 아니기 때문이지 않을까.

이들의 모델은 누구일까. 한국 대중음악에서 트로트를 포함해 다양한 음악을 동시에 들려주면서 인기를 끌었던 보컬리스트가 누가 있을까. 1970년대 이후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다가 트로트로 전향한 보컬리스트는 적지 않다. 하지만 한 음반에 트로트를 포함한 여러 장르의 음악을 동시에 담고, 이 모두를 원숙하게 소화해내면서 인기를 끈 뮤지션은 단 한 명뿐이다. 바로 조용필이다.

조용필은 1980년대에 발표한 정규 음반들에서 록, 팝, 트로트 뿐만 아니라 가곡과 동요 스타일의 곡까지 소화하면서 그야말로 전방위적인 뮤지션으로 군림했다. 단지 그의 음악적 관심이 다채로웠기 때문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취향의 팬들을 동시에 공략하려는 전략이었다. 조용필을 전무후무한 국민가수로 만든 원동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아이돌 뮤지션들이 한국 대중음악의 중심을 차지하면서부터 국민가수는 사라졌다. 노사연의 ‘만남’을 함께 부르고, 장윤정의 ‘어머나’를 다들 따라 해도 그들을 국민가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한국 대중음악은 세대와 취향에 따라 완벽하게 분리되었다.

이 때문에 임영웅에 이어 영탁 또한 다양한 장르를 고르게 소화해 정규 음반을 발표했다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이들의 정규 음반에 담은 트로트 이외의 곡들은 현재의 트렌드와 가까운데다, 젊은 세대들이 듣기에 전혀 이질감이 없고 그들에게 사랑받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잘 다듬었다. 

싱글을 앞세워 활동하는 시대에 이처럼 공들인 정규 음반을 발표하고 그물을 넓게 친 영탁의 전략은 어떤 반응을 얻게 될까. 그는 임영웅과 함께 사라진 국민가수의 시대를 부활시키는 주역이 될 수 있을까. 한국 대중음악계는 여전히 변화무쌍하다.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기사 원소스 보기

기사 리뷰 보기

관련 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