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학교·가정 폭력으로 세상과 단절된 여성 청소년 이야기, 연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오는 8월 6일까지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청소년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2022년 페미니즘 연극제의 막이 올랐다. 2018년 시작된 페미니즘 연극제는 올해로 5회를 맞이한다. 이번 페미니즘 연극제는 7월 7일부터 8월 6일까지 나온 시어터와 선돌극장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총 6편의 공연과 1개의 부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다큐멘터리 연극과 청소년극, 음악극과 판소리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공연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연극제에 이어 올해에도 지역에서 활동하는 창작자의 작품을 선보이기도 한다.

이번 연극제에서 필자가 선택한 것은 청소년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이다. 이 작품은 청소년극이면서 사회에서 소외된 여성 아동과 여성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는 방 밖으로 나가지 않는 것을 선택한 18세의 학교폭력 피해자 아린과, 가정폭력으로 인해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게 된 8세의 꼬마의 이야기다.

연극에서는 그들이 받았던 폭력의 재현은 없다. 대신 관객들은 그 폭력으로 인해 세상과 단절되어 버린 두 어린 여성을 마주하게 된다. 아파트 벽을 사이에 놓고 이어지는 두 사람의 대사는 단절된 세상을 향한 구조 요청이다. 두 배우는 무대 위 모든 상황을 대사로 설명한다. 의자를 움직여 창문을 열고 닫는 상황을 표현하기도 한다. 무대 양옆으로 설치된 화면을 통해 자막 해설을 한다. 배리어프리를 위한 모든 요소를 연극 속으로 끌어들여 모든 관객에게 무대 위 이야기를 전달한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청소년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무대에는 1401호 아린의 방과 1402호 꼬마의 방이 두 개가 의자로 표현된다. 1401호 박아린은 백일이 넘도록 방안에만 있다. 아린은 밤 12시가 되면 동영상 촬영 버튼을 누르고 자살 연습을 한다. 반복된 자살 연습은 시간이 지날수록 격한 감정으로 변해간다. 1402호, 방 안에서 나오지 못하는 꼬마는 매일 밤 열두 시가 되면 상자 안의 병아리 ‘노랑’과 대화를 시작한다. 꼬마에게 중요한 것은 병아리들에게 창문 밖의 세상을 구경시켜 주는 일이다. 상자 속 병아리는 방 안에 갇혀버린 꼬마의 자아다.

이들은 각자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아무도 모르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이야기는 벽 너머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게 되면서 새로운 방향으로 이어진다. 두 어린 여성에게 가장 가까운 어른은 또 다른 가해자로 등장한다. 방안으로 숨어 들어간 아린을 향한 원망과 질책의 이야기는 어른의 목소리로 등장한다. 연극은 가정폭력과 학교 폭력을 드러내 표현하지 않으면서도 사회와 구조적 폭력의 희생자인 개인을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 너머에 연대와 희망의 가능성을 찾아야 하는 것은 관객, 즉 어린 여자아이를 둘러싼 사회의 몫이 된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청소년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연극 ‘노랑의 보색은 검정이다’는 지난 주말 막을 내렸다. 하지만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는 이어지고 있다. 연암 박지원의 고전소설 ‘허생전’을 허생처의 관점으로 다시 쓰기 한 연극 ‘허생처전’, 수많은 경계와 그 경계에 선 사람 이야기인 연극 ‘이사공 이사오 (240 245)’. 극단 옆집우주의 자체제작 프로젝트로, 세 단원이 각각 하나의 작품을 쓰고 연출한 옴니버스 연극 ‘밤이 되었습니다 좀비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좀비’라는 키워드를 서로 다른 세 가지 관점으로 해석했다.

연극제 대미를 장식할 연극 ‘미제사건’은 한 가수의 정규앨범 발매 공연장에서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이다. 7월 26일(화) 오후 6시에는 페미니즘 포럼 ‘페미니즘 연극과 미래’이 마로니에 공원 다목적홀에서 열린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연극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관객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게 될 예정이라고 한다. 페미니즘 연극제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힘겨운 발걸음을 놓치지 않고 이어오고 있는 연극제 중 하나다.


제5회 페미니즘 연극제

2022. 7. 7(목)-8.7(일)
공연예매:인터파크 티켓, 네이버
공연문의:010-2498-5890/카카오톡 femifest2022

연극 ‘허생처전’
공연날짜:2022.7.21.(목)-7.24(일)
공연시간:평일 20시/토,일요일 15시
공연장소:나온씨어터
원작:연암 박지원 <허생전>
창작진:각색, 대본, 연출 정진새/작창 김은경/조명 이혜지/배리어프리 매니저 이충현
출연진: 소리꾼 김은경, 배우 김준우, 악사 박한결

연극 ‘이사공 이사오 (240 245)’
공연날짜:2022.7.28.(목)-7.31(일)
공연시간:평일 20시, 토요일 15시/19시, 일요일 17시
공연장소:나온씨어터
출연,대본 도움 박은호/작,연출 전서아/무대,자막영상 디자인 조경훈/조명 신동선/음향 손서정/자막영상 오퍼레이터 정인혁/포스터촬영, 디자인 이윤경/포스터 모델 강지윤, 이선

연극 ‘밤이 되었습니다 좀비들은 고개를 들어 서로를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이하 '밤좀비')
공연날짜:2022.7.29.(금)-7.31(일)
공연시간:평일 16시, 20시/토요일 15시, 19시/일요일 15시
공연장소:선돌극장
창작진:제작 옆집우주/작,연출 김영화, 배은채, 김염지/디자인 하주원/의상 정이나/무대 디자인 백채영/조명감독 우수정/조명 크루 이상화, 정혁진/오퍼레이터 장재성
출연진:하주원, 정이나, 김영화, 배은채, 김염지

연극 ‘미제사건’
공연날짜:202. 8.4일(목)-8.7(일)
공연시간:평일 20시/토요일 15시, 19시/일요일 15시
창작진:작 이지구/연출 류혜정/음악감독 안마루/안무 강이슬/의상 권나애/음향감독 김연구/조명디자인 이호정/자막 제작, 운영 김다정/무대감독 박진아/기획 문상호/포스터 사진 홍산/포스터 디자인 문상훈
출연진:이지구, 최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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