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시, 민주당의 시간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시간이다. 윤석열 정부는 ‘부자 감세’로 요약되는 세제개편 방안을 내놨다. 방향을 분명히 했다. 감세와 재정 축소다. 이제 거대 야당, 민주당의 차례다. 어디까지 선을 그을 것인가.

일성은 자못 비장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1일, 개편안 발표 직후 기자간담회를 자처했다. “정부가 재정확충으로 서민들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을 지원해야 할 때, 반대로 긴축재정을 하겠다고 하면 되겠느냐”고 했다.

법인세 인하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이 높아 해외로 빠져나간 기업이 단 한 군데라도 있으면 이야기 해보라”고 지적했다.

주식양도세 기준을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급격하게 늘린 데 대해서는 “이론적으로 삼성전자 90억원, 현대차 90억원, SK90억원씩 주식 갖고 있다가 양도해도 세금 한 푼 내지 않아도 되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한국에 이런 주식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나. 0.1% 초특급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고 혹평했다.

종부세 개편안에 대해서는 “사실상 폐지하는 안을 발의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정책위의장의 비판 수위는 높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종부세가 대표적이다.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중과하는 종부세의 기본 정신은 살리겠지만, 세율 자체를 낮춰주는 데에는 민주당도 이미 동의하고 있다. 그는 “세율을 일정하게 조율하는 것은 저희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법인들이 보유한 주택 종부세 세율이 대폭 낮아(6% -> 2.7%)졌는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은 정책위 의장 입에서 끝내 나오지 않았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낮췄다고 비판하지만, 민주당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법인의 세금 실부담을 낮춰주는 정책에 민주당도 동참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끌어 올렸지만, 코로나 이후 고용 없이 투자만 늘려도 세금 부담을 대폭 줄여주는 ‘통합 투자 세액 공제’ 제도를 다시 도입했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 제도가 적용된 2020년에 법인세 실효세율은 19.1%에서 17.5%로 낮아졌다. 대기업들은 전체 기업 평균보다 실효세율과 명목세율 격차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들이 경영권을 세습할 경우(이른바 가업승계) 상속세를 대폭 낮춰주는 것이 정부 안이다. 공제 대상이 4천억원에서 1조원으로 훌쩍 늘었다. 여기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취지에는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1조원은 너무 많이 올린 것 아니냐”는 의견 차이가 있을 뿐이다. 국회에서 논의가 시작되면 6천억원으로 할지, 7천억원으로 할지 갑론을박이 벌어질 예정이다. 하지만, ‘중소· 중견 기업의 경영권 세습이 왜 상속세 공제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위에서 살펴본 몇 가지 쟁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민주당도 정부안과 크게 다르지 않거나, 방향성은 일맥상통하는 것들이 많다. 이 둘의 공방에 ‘고부담 고복지(세금을 많이 부담하고, 복지혜택을 늘리는 정책)가 한국 사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는 오래됐지만 생산적인 토론이 진행될지 의문이다.

22일 오전, 국회에서 진행된 정의당·참여연대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은 그래서 공허하다. 기자회견에 나선 조희원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선임간사는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 중 하나는 자산과 소득불평등에 따른 심각한 양극화, 기회균등 상실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공평 과세를 펼쳐야 할 정부가 상황을 더 고착화하는 개악안을 내놨다”고 일갈했다.

문제는, 민주당의 시간이란 점이다. 시민사회 활동가의 외침에, 거대 야당은 어느 선까지 화답할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어가는 진보적 대중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박홍근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여전히 귓가에만 맴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 남인순 코로나19 재유행 대책 TF 단장, 권덕철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TF 참석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TF 발족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제공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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