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재난 블록버스터 그 이상의 무엇, 묵직한 메시지와 감동 담은 ‘비상선언’

[현장] 한재림 감독 영화 ‘비상선언’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

배우 박해준(왼쪽부터), 임시완, 김남길, 전도연, 송강호, 이병헌, 김소진이 25일 오후 서울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열린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를 두고 벌어지는 리얼리티 항공재난 영화이다. 2022.7.25 ⓒ뉴스1

좀처럼 한 번에 보기 힘든 명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이 한꺼번에 출연하는 재난 영화 '비상선언'이 공개된 지 1년만에 한국 관객들 앞에 선을 보인다. 전작 '더 킹'에서 묵직한 문제 의식과 영화적 재미를 보여줬던 한재림 감독은 새 영화 '비상선언'으로 한 걸음 더 전진했다.  

25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에서 영화 '비상선언'(EMERGENCY DECLARATION)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엔 각본과 연출을 맡은 한재림 감독과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김소진, 박해준, 임시완이 참석해 영화가 가진 함의와 연출 및 연기의 주안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비상선언'은 사상 초유의 항공테러로 무조건적 착륙을 선포한 비행기와 그 재난에 맞서 살아남기 위해,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재난 영화다. 한재림 감독이 '더 킹'(2017) 이후 5년만에 내놓은 작품이다. 지난해 제74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공식 초정됐으며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이 동시 출연해 개봉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이날 한 감독은 "처음에 이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됐던 건 '비행기 안에 갇힌 사람들의 재난'이라는 포인트 때문이었다"고 연출에 나서게 된 계기를 밝혔다. 그는 "이 작품을 제안 받고 기획했을 때가 무려 10년 전이다. 각본을 쓰고 캐스팅 시작했을 때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이 오지 않았던 시기였다. 그런데 (코로나19 시기 동안) 찍으면서 여러가지 감정들이 들었다"고 제작 과정을 소회를 털어놨다. 이어 "(영화를 통해) 특정한 재난이 아니라, 재난 자체의 속성을 들여다 봐 주시면 많은 함의가 있지 않나 싶다"라고 관전포인트도 소개했다.

한 감독은 '비상선언'이 '재난'과 '재난을 극복하는 사람들의 인간성'을 조명하는데 중점을 둔 영화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난이 닥치면 인간이라는 게 두렵고 나약해진다. 남을 비난하고 원망하게 되는 그런 일련의 과정들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코로나19를 극복해가고 이런 건, 우리가 인간이고 조금 더 이성적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위대한 희생'이 아니라 '사소한 인간성'에 집중하다 보면 그런 재난도 이겨나갈 수 있게 않을까 싶었다"고 영화에 담은 의미를 짚었다.

한재림 감독이 25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비상선언’ 언론 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7.25 ⓒ뉴스1

'비상선언'은 항공 재난이라는 소재를 다룬 만큼 연출적으로 다양한 도전을 했다. 보잉 777 기종의 초기 모델을 모티브로 폐항공기를 공수해 실제 사이즈대로 세트를 제작했다. 한국 영화 최초로 지름 7m, 길이 12m 사이즈의 초대형 롤링 짐벌(Gimbal)을 동원해 비행기 세트를 360도 회전시키기도 했다. 여기에 CG, VFX 작업 등을 통해 실감나는 비행 장면과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받는 각종 충격을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한 감독은 "재난영화이지만 (단순히) 블록버스터가 아닌, 관객들이 리얼하게 체험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 어떤 연출일까 고민했다. 그래서 핸드헬드 등 다큐멘터리적 접근이나, 인물 간 거리두기 등 방식을 썼다. 또 어떻게 화려하게 보여줄 것인가 고민하다, 실제 세트 안에서 배우분들이 비행기 회전이나 터뷸런스(난기류)를 겪는 장면을 담으면 어떨까 고민했다"고 촬영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어 "저희 비행기가 정말 큰데, 해외에서도 그런 크기의 비행기를 돌려본 적이 없다고 하더라"라며, "안전에 대해서도 많이 고민해 수많은 테스트 끝에 촬영했는데, 승객 (배우) 분들이 다행히 한 분도 다치지 않고 잘 끝냈지만 촬영 내내 긴장됐다"고 덧붙였다.

'비상선언'은 KI501 항공기 안과 지상이라는 두 개의 공간을 오가며, 긴장감 높은 전개를 보여준다. 공간이 자주 전환되다보면 몰입감이 떨어질 수 있는데,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김남길, 김소진 등의 명연기가 이를 막아준다. 배우들은 극중 인물들을 입체감 있게 표현해 내, 관객들에게 가슴 찡한 휴머니즘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송강호는 아내가 탄 하와이 행 비행기가 테러를 당하자, 비행기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지상에서 앞뒤 가리지 않고 고군분투 하는 베테랑 형사 팀장 '인호' 역을 맡았다. '인호'는 형사로서 남편으로서 최선을 다하려는 인간미 넘치는 인물인데, 송강호는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로 이를 구현해 냈다. 

송강호는 처음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는 이 작품이 재난을 다루는 흔한 장르물이라고 생각했지만, 작업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그것 이상의 '묵직함'이 있는 작품임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한 감독이 재난을 다루는 방식이 "참 어른스럽다"라며, "기교나 말초적 표현들을 통해 자극적으로 전달하기 보다는 묵직하게 간다. 재난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지만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 소중한 가족과 이웃에 대한 생각들을 담담하고 묵직하게 차근차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호' 캐릭터도 그렇게 풀어갔다면서 "담담하게 인호가 처한 상황에서 최선을 방법을 찾아가려고 했다. 우리 마음속의 간절함과 절절함을 담담하게 표현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송강호는 관객들에게 "재난이라는 게 사람사는 사는 사회라 언제든지 닥칠 수 있다. 우리가 그걸 받아들일 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지점이 무엇인가, 그런 점을 느끼시고 영화적 재미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병헌은 아토피 때문에 고통받는 딸을 위해 하와이로 떠나기로 하고 비행공포증을 견디며 비행기에 오른 '재혁' 역을 맡았다. 그는 딸을 위해 정신적 고통을 감내하는 아버지, 혼란 상황 속에서도 승객들을 위해 결단력 있게 움직이는 전문가의 모습을 연기하며 극을 이끌어 간다. 

이병헌은 '재혁'에 대해 "어떤 일로 인해 비행공포증 트라우마가 생긴 인물"이라며, "그런 연기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이십대 중반에 비행기 안에서 공황장애가 왔다. 그 이후로도 증상을 여러 번 경험했다"라며, "공황장애 느끼며 괴로울 때의 호흡이나 눈빛, 항상 가지고 다니는 약 같은게 낯설지 않다. 그런 경험들이 연기에 도움이 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전도연은 테러를 당한 비행기와 탑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국토부 장관 '숙희' 역을 맡았다. '숙희'는 위험 부담과 책임 문제로 지지부진하게 움직이는 정부 관료들과 정치인들을 다그쳐 가며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한다. 전도연은 섬세한 연기로 정의롭고 강단있는 숙희의 모습을 표현해냈다. 

전도연은 "대본을 받고 출연 결정을 한 후에도 (영화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 보이지 않는 상황이랑 싸우는 것이라 리액션이 쉽지 않고 매우 어려운 연기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숙희'에 대해 "권력자이긴 하지만 재난 상황앞에선 나약한 인간이다. 장관 김숙희가 아니라 그냥 인간 김숙희"라며, "연기하는 내내 저도 인간의 나약함 때문에 답답함을 느꼈다"고 연기의 난점을 토로했다. 

배우 전도연(왼쪽부터), 이병헌, 송강호가 25일 오후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열린 영화 ‘비상선언’(감독 한재림) VIP 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07.25 ⓒ뉴스1

이외에도 배우 김남길은 항공기 부기장 '현수' 역을, 김소진은 항공기 사무장 '희진' 역을, 박해준은 청와대 위기관리센터 실장 '태수' 역을 연기했다. 임시완은 의문의 탑승객 '진석'으로 등장해 극의 긴장감과 공포감, 스릴을 준다. 

김남길은 부기장 역할을 능숙하게 해내기 위해 실제 비행 교육을 받았고, 재난 속에서도 끝내 살아남는 생존력 강한 인물로 비춰질 수 있도록 몸을 단련해 근육을 키우기도 했다고 밝혔다. 

임시완은 주연 배우들 외에 극중 비행기 승객 및 승무원 역할의 배우들도 "굉장히 베테랑 연기자 분들"이라며 "그분들이 모여서 내는 시너지가 인상적이니, 중점적으로 봐달라"고 당부했다.  

끝으로 배우들은 '비상선언'을 통해 관객들이 생각할 거리와 감동을 모두 얻어가길 소망했다. 송강호는 "영화 보시는 관객들께 위로 되는 시간이 되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실 수 있게 하는 영화로 기억되면 좋겠다"고, 이병헌은 "(영화 속) 굉장히 여러 상황에서 여러 군상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인다. 영화 보시는 분들도 '나라면 어땠을까' 생각하며 봐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비상선언' 런칭 포스터 지상 버전. 2022. 06.07 ⓒ쇼박스
영화 '비상선언' 런칭 포스터 상공 버전. 2022. 06 ⓒ쇼박스

'비상선언'은 여러모로 의외의 지점이 많은 특별한 영화였다. 항공 재난이라는 소재를 대규모 물량을 투입해 구현했지만,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락성 짙은 재난 블록버스터 에 그치지 않았다. 각종 영화 기술들은 재난을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기능하고, 이는 관객들의 몰입감과 긴장감을 높인다. 단순한 볼거리 제공 수준이 아니다.  

또 재난 영화라는 틀에 가두기엔 담은 이야기가 굉장히 풍부하다. 스릴러적 측면, 사회 고발적 측면이 강하다. 테러범이 어떻게 왜 테러를 했고 이 행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밝혀가는 과정 내내 강한 긴장감과 압박감을 준다. 테러 당한 피해자들을 다루는 각국 정부와 한국 사회, 비행기 안에서 등장하는 각종 인간 군상들은 '재난이란 무엇인가' 또는 '재난이란 어떤 사건 뿐만 아니라, 그 사건을 대하는 사회 자체가 만들어 내는 건 아닌가 하는' 강한 메시지를 읽게 된다. 어떤 장면은 코로나19 사태, 세월호 참사 등 한국 사회가 경험한 재난의 궤적을 떠올리게 해 깊은 고민을 하게 한다. 

무엇보다 재난 영화에서 종종 등장하는 한 명의 뻔한 '영웅'이 나오지 않는다.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 하는 다양한 군상들이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등 좋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를 통해 구현되는데, 그 인물 각각이 살아있어서 진한 감동과 뭉클함을 준다. 

이 때문에 관객들은 재난 블록버스터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다가 그 이상의 작품을 만나고 돌아갈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와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 완성도 높은 연출이 어울린 영화 '비상선언'은 오는 8월 3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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