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지지율이 30% 아래로 떨어졌다. 새정부가 출범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 추세는 매우 놀라운 것이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인 국민의힘 가릴 것 없이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혼란에 빠진 건 당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결국 당 대표 직무대행에서 물러났다. 이준석 대표를 '몰아내고' '원톱'으로 당을 장악했던 권 직무대행이 물러났으니 비상대책위원회 체계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 대표 측 정미경·김용태 최고위원이 순순히 물러날지는 의문이다. '비상'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권력투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셈이다.
문제는 집권세력 전체가 문제의 원인을 모르고 변화의 방향도 잡고 있지 못하다는 데 있다. 권 직무대행의 사퇴를 불러온 문자 파동은 엄격히 말해 권 직무대행의 책임이 아니다. 문제의 '내부총질'은 윤 대통령의 메시지였다. 권 직무대행이 물러선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달 29일 불거진 시민소통비서관실 문건 파동을 보면 이는 더욱 뚜렷해진다. MBC보도에 따르면 시민사회수석실 산하 시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에서는 참여연대와 경실련 등을 '권력비판 시민단체'로 규정한 뒤, 이들 시민단체가 정무적 판단에 능하고 이슈 메이킹과 여론화 작업 전문이라고 묘사했다. 또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을 '권리요구 노동조합'으로 묶고, '최대 10만명 예상 효과적인 설계 및 군사훈련 진행 중'이라고 적었다. 이런 '권력비판 시민단체'와 '동원부대 노동조합'이 결합하면 광우병, 탄핵촛불 등 대규모 동원과 기습시위가 가능하다며, 연결을 차단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사용된 용어에서 드러나듯 여기엔 자신들의 입장과 다르면 '적'이라는 사고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같은 당의 대표에게 '내부총질' 한다고 몰아낼 정도이니 시민사회와 노동조합을 '군사적' 시각으로 보는 거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요지부동이다. 당의 내홍에 대해선 당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겼고, 문건파동에 대해선 "윗선에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둘러댔다. 이런 말을 믿을 국민은 없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윤 대통령 본인의 생각이다. 윤 대통령이 지금과 같은 파벌적 사고를 거두지 않는 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바뀐다고 해서 바뀔 것은 아무 것도 없을 것이다. 아직 새 정부 출범 후 1백일도 지나지 않았다. 그저 시간이 가기만 기다리기엔 너무 많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