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만5세 입학 폭탄과 지지율 폭락의 공식

-오래 전부터 검토된 일이다
-추진 이유가 있으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현실적 문제로 시행되지 않았다
-국민적 합의는 물론 부처나 관계 기관 논의도 없다
-논란이 커지면 여론 수렴 운운하나 원안을 강행한다


청와대 개방(과 이에 따른 집무실, 관저 이전)과 만5세 초등학교 입학의 공통점이다. 어쩌면 윤석열 리더십의 특성일 수도 있다. 고도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항을 지극히 몰정치적으로 툭 던져놓고 밀어붙인다. 그 결과는 20%대 지지율과 70%를 육박하는 부정평가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청와대 개방이나 최근의 경찰국 신설이야 당장 실생활에 미치는 효과가 눈에 띄지 않으니 반발이 상대적으로 낮지만(그럼에도 국민 다수가 반대했다) 초등학교 입학 연령 문제는 교육 분야 전체에 거대한 영향을 미치는, 그야말로 사회 시스템의 기틀을 바꾸는 일이다. 당장 입학 예정 자녀를 둔 예비 학부모, 교사와 교육청, 어린이집과 유치원 경영자와 종사자, 무엇보다 2025년 전후해 입학할 당사자인 어린이들은 불안할 수 밖에 없다.

교육정책 안에서도 엇박자다. 정부는 지난달  국가재정전략회의를 통해 유·초·중등교육 예산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교육세를 활용해 고등교육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물론 이 역시 교육계와 일절 상의가 없었다) 학생 수가 줄어드니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줄여야 한다는 것이 경제부처의 논리다. 당연히 교육청을 비롯한 유·초·중등 교육계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박순애 교육부 장관은 만5세를 초등학교 입학시키면서 유치원 이상의 전일돌봄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로 약속했다. 다른 문제도 있겠지만 우선 예산이 필요하다. 이제 중고등학교 교육재정을 떼어다 초등학교에 투입할 것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박순애 교육부 장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2.07.29. ⓒ뉴시스

이번 사태와 거의 동시에 국민의힘은 대선과 지선에 승리한 당답지 않게 비대위를 세우자는 다수파와 안 된다는 소수파가 다투고 있다. 언론에서는 당권 쟁탈전이라는데, 국민들은 누가 왜 싸우는지 모를 일이다. 윤심을 업은 이들은 당을 쇄신해야 한다며 집권여당으로서 국정을 뒷받침하지 못했다고 한목소리다. 대통령께 송구하다는 이들도 여럿이다.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하랬다고, 몰락 지경의 지지율은 윤 대통령이 자초한 성적표다. 국민의힘이 뒷받침 하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다. 소수여당으로서 다수야당과 협상하고 정책을 조율할 권한이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힘은 거수기도 아닌 응원단 수준이다. 실권도 없고, 심지어 정보도 없다. 그런데도 대통령 또는 그 측근들은 ‘내부총질’ 문자 유출에 화가 났는지 여당에 지도부 붕괴를 하명하는 기묘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민에게 회초리 맞고, 여의도에 화풀이 하는 격이다.

원자재난과 물가 폭등, 양극화, 청년 취업난, 저출생 고령화, 기후위기 등 다중 위기가 몰려오는데 예정에도 없던 초등학교 입학 연령 문제로 전 국민적 갈등이 초래됐다. 교육 관련 당사자들은 대부분 반대하며, 하고 싶다면 대책을 먼저 만들어놓고 할지 말지 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교육부는 2025년 시행을 딱 못 박아두고 ‘좋아 빠르게 가’를 외치고 있다. 여기서 좀 더 진도를 나가면 밀어붙여도 혼란, 철회해도 혼란이다. 정치가 사라진 자리에 인사 참사에 이어 정책 참사가 언제까지 계속될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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