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만5세 조기취학 계획 즉각 철회해야

윤석열 정부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도 없던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화 정책을 내놓아 교육계가 큰 혼란에 빠졌다. 지난 29일 교육부(장관 박순애)의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은 내용이다. 교육계와 학부모들 사이에서 반발이 커지자 8월 1일에는 “국가교육위원회 공론화 과정 등을 통해 열린 자세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수습에 나섰지만 기본방향을 바꿀 여지를 주지는 않았다. 대통령 업무보고에 담은 2025년부터 3개월씩 순차적으로 4년에 걸쳐 시행하는 방안이 해당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자 이를 1개월씩 12년에 걸쳐 입학을 앞당기는 방안을 언론에 흘렸다. 이렇든 저렇든 만5세 조기취학을 정착시키겠다는 계획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이다.

학부모들의 일차적 반발은 25%씩 늘어난 정원으로 해당학생들에게 치열한 경쟁을 야기시킬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박순애 장관의 ‘12년으로 나누어 늘여가겠다’는 수정안도 그런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방안 역시 같은 해에 태어났지만 출생신고 1개월 차이로 입학이 1년 달라지는 일을 12년간 한다는 것이 적절한가 논란이 크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만5세 취학이 아이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지가 최우선 검토사항이어야 한다. ‘요즘 유아들은 키도 크고 똑똑하다’ 같은 수준의 평가 말고 정말 과학적으로 전혀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입증된 검토 결과가 있는지 따져야한다. 오히려 초등학교 교사들과 유치원 교사 등 관련 종사자들은 교육부가 만5세 아동과 6세 아동의 발달단계 특성과 차이를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교조는 초등학교 1학년 교실 하루만 겪어봐도 알 수 있는 일이라며 탁상행정의 전형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물론 정부가 논란을 일으킬 목적으로 내놓은 정책은 아닐 것이다. 만5세 아동을 지금의 무상교육이 아닌 의무교육에 편제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주장은 선진국에서도 오래도록 논의해왔고 실제로 추진된 사례도 많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만5세 아동을 초등학교에 편제하여 운영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고, 있다 해도 기존 초등학교 학년제를 건드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논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윤석열 정부는 학제 전체를 손보겠다는 과격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의 만5세 조기취학안은 정치경제적 측면만을 과도하게 의식한 것으로 의심된다. 예산편성 합리화, 저출산 문제, 경제활동인구 확대 등 국가경제적 측면에 집중한 결과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수적인 교육학계에서는 ‘초등학교 진입시기를 당겨 사회진출시기를 앞당기고, 그로부터 경제활동기간을 더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어왔다. 저출산시대에 부족한 노동력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의도를 감추지 않는 것이다. 만5세 아동은 당장 놀아야 한다. 40분씩 딱딱한 의자에 앉아 수업 받을 수 없다. 신체와 정서언어적 발달에 집중해야 한다. 만5세 조기취학은 관련 당사자, 학계 등의 충분한 숙의를 통해 시행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 느닷없이 국민에게 통보한 만5세 조기취학 정책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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