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이태경의 토지와 자유] 한국은행, 또 빅스텝 밟나

한미간 금리 역전과 사상 최고치를 찍은 기대인플레이션이 한국은행을 압박

미 연준이 7월 26~27일 열린 FOMC에서 자이언트 스텝(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인상하는 것)을 결정함에 따라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역전이 발생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2.25%인데 반해 미국은 2.25~2.5%인 것이다. 한미간 기준금리가 역전된데다 기대인플레이션(향후 1년의 예상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해 한국은행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다.

미국이 한국의 기준금리를 추월하다

인플레이션 파이터를 자임하고 있는 미 연준이 사상초유의 2회 연속 자이언트 스텝 단행을 통해 기준금리를 2.25~2.5%까지 올렸다. 이로써 한미간 금리 역전이 발생했는데, 미국 기준 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높아진 것은 2020년 2월 이후 약 2년 반만이다.

과거의 사례를 봐도 그렇고, 이머징마켓 가운데 한국처럼 안정적이고 금리수준이 높은 나라를 찾기 힘들다는 사실을 감안해도 한미간 금리역전 추세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는 한 해외자금의 대거 유출 확률은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미 연준이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소비와 생산 지표가 둔화하긴 했지만 노동 시장은 강건하고 실업률은 낮다"며 "공급망 문제와 팬데믹의 영향, 에너지와 식량 가격 상승에 따른 전방위 압박에 인플레이션은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또한 연준은 "2%대 물가상승률 목표를 성취하기 위해 금리 인상을 결정했으며, 추가적인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대차대조표 축소 역시 애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등 양적 긴축 역시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자료 사진) ⓒ뉴시스

일각에서는 유례없이 빠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침체가 야기되고 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한 미 연준이 긴축적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도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지만 미 연준이 물가상승에서 경기침체로 관심의 중심축을 이동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가상승률이 정점(peak out)을 찍고 내려와야 한다.

그런데 물가가 고점을 찍었다는 신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 미 상무부가 29일(현지시간) 발표한 바에 따르면 6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년 동월보다 6.8%, 전월보다 1.0% 각각 상승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지난 3월 세운 1982년 1월 이후 최대폭 상승 기록을 석 달만에 갈아치웠고, 전월 대비 상승률은 1981년 2월 이후 가장 컸다. 즉 40년 만의 최대폭 상승이라는 뜻이다.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미국 연준(Fed)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지표다.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생산자물가상승률의 발표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었다는 신호는 아직 나오지 않았고, 따라서 9월 미 연준의 FOMC도 폭이 관건일 뿐 기준금리 인상을 결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찍은 기대인플레이션율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현상의 발생, 미 연준의 추세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와 더불어 한국은행을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는 건 도무지 천정을 알 수 없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의 폭등이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7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6월(3.9%)보다 0.8%포인트(p) 오른 4.7%로 집계됐다. 기대인플레이션율과 전월 대비 상승 폭 모두 2008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래 최고와 최대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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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인플레이션율은 1월 2.6%, 2월 2.7%, 3월 2.9%, 4월 3.1%, 5월 3.3%, 6월 3.9%, 7월 4.7%로 추세적 상승을 이어가는 중이다. 특히 충격적인 건 상승 폭이 지난달(0.6%포인트)에 이어 두 달 연속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는 사실이다. 기대 인플레이션율 상승 속도가 빨라진 것이다.

게다가 7월 소비자물가상승률도 지난달에 이어 6%대 상승을 보였다. 앞서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은 29일 “농산물 가격 상승 등으로 7월 소비자물가가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6%대 상승률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은 심리이고 시장참여자들 사이에 특정한 방향의 심리가 확산되면 마치 전염병처럼 번지게 마련이다. 시장참여자들이 향후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고 확신하면 물가가 오르기 전에 물건을 사재기하려 할 테고 이는 물가상승을 고착시킨다. 하여 물가안정이라는 정책목표를 가진 한국은행으로선 기대인플레이션을 꺾는 것이 무엇보다 긴절한 과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2.07.13. ⓒ제공 : 뉴시스

진퇴양난의 한국은행

8월 25일 열릴 한국은행 금통위는 진퇴양난의 형국이다. 한미간 기준금리 역전 및 미국의 추세적 기준금리 인상전망을 감안하고 천정이 어딘지 모르게 오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7월에 이어 8월에도 빅스텝을 밟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한국은행이 8월에도 빅스텝을 단행하면 기준금리는 2.25%에서 2.75%로 상승한다.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가 연말 기준 합리적인 기준금리라고 밝힌 2.75~3.00%에 도달하는 셈이다.

한편 한국은행이 빠르게 둔화되는 경기, 선진국 중 최고수준을 자랑(?)하는 가계부채, 이자보상배율 1미만(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대출금의 이자도 감당하지 못하는 능력을 지칭)의 한계기업 등을 고려하면 7월에 이어 8월에도 빅스텝을 결정하는 건 여의치 않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8월 금통위를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간다. 한국은행의 결정을 부동산 시장참여자들도 숨을 죽인 채 주시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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