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서정민갑의 수요뮤직] 황푸하의 거룩하고 뜨거운 기독교 노래 57곡

새로운 노래운동을 꿈꾸는 악보집 [함께 부르기]

황푸하 악보집 '함께 부르기' ⓒ도서출판 대장간

포크 싱어송라이터 황푸하의 악보집 [함께 부르기]는 사건이다. 날마다 많은 싱글과 음반이 쏟아지는 시대이지만, 이 악보집의 존재는 각별하다. 드물게 현장에서 만든 노래, 참된 신앙을 염원하는 노래를 새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열렬했던 민중가요의 시대가 끝난 뒤 사람들은 더 이상 투쟁을 이야기하는 노래가 새롭게 나오지 않는 줄 알지만, 2000년대부터 현재까지도 수많은 뮤지션들이 자신의 언어로 현실을 기록하고, 고발하고, 맞서 싸운다. 노래만 내놓지 않고 현장에 가서 노래로 연대한다.

황푸하는 그 중 하나일 뿐 아니라, 여러 현장에서 몸으로 맞선 활동가이다. 그는 진보적 기독교 교회의 역사를 이어가는 새민족교회의 목회자인 동시에, 쫓겨나는 이들의 곁에 십자가를 세우는 옥바라지선교센터의 열렬한 참여자다. 그는 독립문 옥바라지 골목 철거 반대 투쟁, 아현포차 투쟁, 노량진 수산시장 투쟁, 궁중족발 투쟁, 을지로 OB베어 투쟁을 비롯한 현장에서 설교하고 노래하고 어깨 걸고 싸우는 중이다.

현장예배를 위한 옥선찬송가 '허공'

투쟁은 그의 신학에 더 많은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2000년대 이후 한국 교회가 가난한 사람들의 곁을 떠나 부자와 권력의 편으로 향하는 것처럼 보이는 현실에서 그와 뜻을 함께 하는 이들은 자주 외로웠을 것이다. 과거 몸 바쳐 싸웠다는 이들은 황푸하의 벗들이 연대하는 현장에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고, 새로운 이슈 앞에서 주춤거렸다.

진보라는 상징을 독식한 채 자신들의 변화에 관대한 이들과 냉담한 세상 앞에서, 황푸하는 신학의 무능함을 곱씹으며 자신의 신학을 새롭게 세웠다. 그는 더 이상 하나님이 전능하다 믿지 않고, 하나님의 가난과 무능이 훨씬 강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내가 믿는 주는 들풀처럼 아무 힘도 없으리라”고, “가난한 사람들은 복이 있다네”라고, “우리가 위대한 것은 소망을 아는 것 / 절망 앞에서 무너지더라도 내일을 아는 것”이라고 노래한다.

황푸하가 내놓은 악보집 [함께 부르기]에는 그 시간동안 고뇌하고 투쟁하며 만든 노래 57곡이 빼곡하게 담겨있다. 황푸하는 현장에서 부를 노래와 교회에서 부를 노래를 두루 만들었다. 이 노래들은 책의 제목처럼 ‘함께 부르기 위해’ 만든 노래다.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없어 만든 노래이고, 새로운 시대를 새로운 노래로 담기 위해 만든 노래이다. 과거 진보적 기독교 사회운동의 노래들이 샘솟았으나 오래도록 끊어진 다리를 다시 잇고자 한 것이다.

황푸하는 이 노래를 함께 부를 수 있게 하기 위해 음이 너무 낮거나 높으면 키나 멜로디를 고쳤다. 포크 싱어송라이터로서 ‘세상 노래’를 하는 황푸하의 노래를 만든 것이 아니라 기독교 노래를 만드는 사람으로 만든 노래들이다. 이 노래들은 과거의 민중가요가 전부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향해 손짓하고, 쫓겨나는 이들 곁에 다시 함께 서자 한다. 주님의 뜻을 견결하게 잇자 한다.

현장예배를 위한 옥선찬송가 '승리의 종'

책에는 그가 노래한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큐알코드가 들어있다. 그래서 악보를 읽고, 악보와 함께 쓴 짧은 글을 읽을 수 있다. 노래를 들으며 가사를 읽고, 황푸하의 후기를 살피다 보면 아프고 힘겨운 현장에 깃든 눈물과 한숨을 마주하게 된다. 고통을 넘어선 기쁨과 희망을 만나게 된다.

황푸하는 대부분의 노래를 기타 한 대로 노래한다. 바이브레이션을 넣은 목소리는 성령이 임하신 듯 은혜롭다. 황푸하는 이미 확인된 창작력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태도와 의미로서만 빛나는 노래가 아니라 태도와 의미를 소리로 실현하는 노래들이다. 경건하고 겸허하며 정직한 노래들은 민중가요의 초창기 불법 카세트 테이프에서 들었던 고요한 뜨거움이 넘친다. 그래서 절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듣게 된다.

투쟁 현장의 기록이 들어있는 ‘하나님을 본 적 있나’, ‘너의 아픔을’, ‘허공’. ‘승리의 종을’, ‘키리에1’을 비롯한 노래는 공감을 넘어 감동과 자성과 결심으로 뜨겁게 한다. “너의 아픔을 끌어 안고 느낄 때에 나의 살 길 열린다”는 노랫말이나, “투쟁을 이끄시는 주를 찬양하자”, “더 이상 하늘에 계시지 마시고 당신의 이름 거룩하게 하소서”, “우리들의 주머니 점점 비어갈수록 우리 안의 하나님 점점 넓어진다네”라는 노랫말 앞에서 부끄럽지 않고, 마음 단단해지지 않기는 불가능하다. 화려한 삶과 욕망을 찬양하는 노래들 한 켠에 황푸하의 노래는 구원처럼 다가온다.

세상에는 소비할 수 없는 노래가 있다. 피할 수 없는 고통처럼 감당해야 하는 삶의 무게와 존재의 운명 앞에서 황푸하의 노래는 주님을 믿건 믿지 않건 우리를 위로한다. 함께 노래함으로써 함께 헤쳐 나가고 함께 나아질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이 고단한 시대에 언젠가 어디에선가 이 노래를 함께 부르고 싶다. 그 순간 만큼은 누구도 지지 않으니 우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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