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처럼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의 이야기

책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노동, 퀴어

책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 ⓒ호밀밭

최근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제목에서부터 알 수 있듯 ‘보통’이 아닌 ‘이상한’ 주인공을 다룬 드라마다. 기존 드라마에서 자주 만나기 힘든 유형의 인물인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좌충우돌을 겪으며 법조인으로 성장해 간다. 

우영우가 아닌 흔히 보는 드라마의 주인공을 떠올려보자. 한국에 사는 평범한 사람인 A 씨는 대도시에 산다. 대도시에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고, 동료들과 함께 회사에서 일한다. 이성 친구 혹은 배우자 또는 가족들과 여가도 즐긴다. 그 주인공의 외모도 상상해보자. 아마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성인 남성일 것이다.

대중매체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이런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반면 보통의 인물이 아닌, 장애인, 동성애자, 외국인, 미성년자 등 소수자들은 대중문화에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이 때문인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소비하는 대중문화 콘텐츠 속엔 많은 차별과 혐오 표현, 이에 따른 말과 행동 등이 담겨 있다.

변호사 백세희가 쓴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들’은 이런 대중문화 속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주류 또는 보통에 속하는 이들이라면, 상상조차 해보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하루아침에 장애가 생겨 휠체어로 지하철을 타야 하는 상황에 맞닥뜨리거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커밍하웃을 하는 식의 경험을 직접 하지 않는 이상, 주류에 속하는 ‘평범한’ 사람들이 미디어라는 간접 경험을 통해 소수자 문제를 깊이 이해하는 일은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주류에 편승하는 미디어는 본디 입체적인 존재인 개별 소수자를 같은 성향의 단일 집단으로 ‘납작하게’ 묘사하는 편리한 방식을 선택하고, 때로는 그들의 존재를 ‘투명하게’ 지워버리기 때문이다. 대중문화 콘텐츠 속에서 그들은 납작하고, 투명한 사람이 되기 일쑤다.”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5회 우영우(박은빈)와 최수연(하윤경) 스틸이미지. 2022. 07 ⓒ에이스토리·KT스튜디오지니·낭만크루

이렇게 대중문화 속에서 납작하고 투명해진 이들의 이야기를 서울중심주의, 에이지즘, 인종, 젠더, 장애, 노동, 퀴어까지 총 일곱가지 주제로 묶어냈다. 모든 면에서 완전히 주류인 사람의 숫자가 적은 것처럼, 모든 면에서 전부 비주류인 사람도 드물다. 남성 장애인은 비장애인과의 관계에서 소수자이지만, 여성 장애인과의 관계에센 젠더적으로 주류에 해당한다. 이것이 여성 장애인들의 고유한 문제제기가 조금씩 터져 나오는 이유이다.

소수자를 단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어 납작하게 낙인찍어 버리는 건 인간이라는 존재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걸 포기하는 일이다. 소수자 개념은 이렇게 상대적이고 가변적이다. 하지만 혐오와 차별이 하나의 ‘문화’가 되어 버린다면 그 변화의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평생을 낙인 찍힌 채로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셈이다. 저자는 그 문화도 결국에는 바뀔 수 있다며, 균열은 바로 독자들로부터 시작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7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납작하게 묘사돼 온 소수자들을 분석한 후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이라는 글로 책을 마무리한다. 법이 제정되면 고용, 교육, 행정 등 분야에서 용인돼 온 차별행위를 계속하고자 하는 이들이 상당한 불편을 겪을 것이라고 짚는다. 또 이런 불편이 평등한 사회를 위한 대가라면 기꺼이 치를 필요가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특히 차별금지법은 ‘단죄’하기 위한 법이 아닌 평등을 제도적으로 권장하는 법이며,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에서 우리 모두가 지금보다 더 안전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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