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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벗 칼럼] 손가락이 저릿저릿하고 쑤시다면 이 질환 의심해야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의 차이, 그리고 한방적 치료법

손가락 통증으로 한의원을 찾으시는 환자분들이 꼭 하시는 질문이 있습니다. “선생님, 저 혹시 류마티스인가요?” 이렇게 물으시면 저는 선뜻 답을 드리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류마티스 관절염일 때도, 퇴행성 관절염일 때도 손가락 통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글에서는 같은 통증을 일으키는 두 질환은 어떻게 다르고, 한의원에선 각각 어떤 치료를 하는지 소개해드리겠습니다. 

‘퇴행성 관절염’(osteoarthritis)은 줄여서 OA라고 합니다. 무릎이나 발목 등 하중을 받는 다리 부분에서 많이 발생하지만 그외에도 관절이 있는 모든 곳에서 나타날 수 있습니다. 흔히 말하는 “관절이 닳았다”는 증상은 대부분 퇴행성 관절염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퇴행성 관절염은 서서히 진행되며, 관절 연골이 닳고, 갈라지고, 떨어져 나갑니다. 염증기엔 병증 부위가 붓고 아프고 열도 납니다. X-ray 사진을 살펴보면 관절 간격은 좁아져 있고 연골은 딱딱해져 있습니다. 또 골낭종(骨腫瘍)과 골극(骨棘)도 발견됩니다. 

이중 손가락 관절염은 중년 이상의 여성 분들께 많이 발생합니다. 처음에는 붓고 아프다가 시간이 지나면 부종과 열감은 사라집니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 만성이 되면 관절이 구축(근육이나 힘줄이 수축되어서 일정한 방향으로 운동할 수 없는 상태)되고 비뚤어지게 됩니다. 결국 관절의 변형이 일어나지만, 기능 장애는 약한 편입니다. 

통증이 온 손을 부여잡은 모습 (자료사진) ⓒpixabay

‘류마티스 관절염’(rheumatoid arthritis)은 줄여서 RA라고 부릅니다. 자가면역질환 중 하나이고 관절의 활액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져 있지 않고, 보통 혈액 검사나 증상의 양상을 취합해 진단을 내립니다.

증상이 여러 개의 관절(특히 소관절)에서 발생하거나 혈청학적 검사상 RF(rheumatic fever, 류마티스인자)나 CCP가 양성으로 나오고, 또는 염증수치가 있고 발병기간이 6주 이상일 때 이를 취합해 류마티스 진단을 내립니다. 주로 대칭적 관절에서 발생하고 발열, 오한등 전신적인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성화가 진행되면 류마티스는 ‘백조목 변형(Swan- neck deformity)’이나 ‘버튼공 변형(Button hole deformity)’ 등 특징적인 관절구축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초기의 손가락 통증 상태에선 육안으론 구별이 쉽지 않습니다. 

다만 류마티스는 특이하게 손가락, 발가락의 가장 끝 관절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따라서 손가락의 가장 끝 관절에 통증과 변형이 있으면 일차적으로 퇴행성관절염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예외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합니다.

한의학에서 본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

한의학 책에서는 퇴행성 관절염과 류마티스 관절염을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한의학 문헌에 기록된 바에 따르면, 痺證(비증), 痺痛(비통), 歷節風(역절풍)이 관절염과 유사한 증상을 보입니다. 의서에서는 이들 질병의 발병원인을 ‘정기(正氣)가 허약함을 틈타 풍한습(風寒濕)의 외사(外邪)의 침입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정기’는 면역력을 의미하고 ‘외사의 침입’은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어떤 외부의 문제요인이 몸에 들어온다는 것을 말합니다. 풍한습과 같은 외사의 침입으로 인해 어혈(瘀血)이나 담습(痰濕)과 같은 병리적 결과물이 발생하게 됩니다. 

한약 제조를 위해 약재를 꺼내는 모습 ⓒ뉴시스

이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 과정은 보기보혈(補氣補血, 기와 피를 보하다)을 통해 면역력을 끌어올리고, 약에 온경통락(溫經通絡, 경락을 따뜻하게 하고 소통시킴), 건비화습(健脾化濕, 비장을 튼튼하게 해 습을 없앰)하는 약재를 배합하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만성 관절염에는 보중익기탕(補中益氣湯), 육미지황탕(六味地黃湯), 당귀보혈탕(當歸補血湯), 독활기생탕(獨活寄生湯), 계지작약지모탕(桂枝芍藥知母湯) 등 면역력을 올리는 약을 적절하게 조절해 처방하고 있습니다.

두 관절염 모두에 중요한 것은 조기 진단과 치료입니다. 구축된 관절을 다시 되돌릴 수는 없어도 통증을 완화시키고 추가로 증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지금 손가락 통증이 지속되신다면, 지체하지 말고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하셔서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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