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지들이 김순호 경찰국장을 ‘프락치’로 의심하는 이유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노동운동을 같이 하던 동료들을 밀고한 대가로 경찰에 특채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8일은 김순호 국장의 학교 선배이자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활동을 같이 한 최동 열사의 32주기다.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김순호 국장에게 과거 행적에 대한 진실을 밝히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왜 김 국장을 ‘프락치’로 여기는지 정황을 상세히 밝혔다.

인노회는 노태우 정권 시절인 1988년 8월 창립된 인천부천 지역 노동운동단체였다. 1989년 2월 8일 치안본부(대공3과)는 인노회 구성원 6명을 연행해 이적단체 가입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당시 서울형사지법 백영엽 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백 판사는 “인노회가 북한을 이롭게 하기 위한 단체라기보다는 단순한 노동운동단체로 보이며, 이들이 제작한 유인물도 이적표현물이라기보다는 노동운동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인노회 관련자들에 따르면, 치안본부는 영장 기각에도 불법연행과 구속영장 재신청을 통해 무리한 수사를 이어갔다. 구속된 이들에 대한 고문수사도 자행됐다. 최동 열사는 고문 후유증으로 실어증, 불면증 등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당하다 출소 뒤인 다음해 8월 7일 분신자결하기에 이르렀다.

인노회 사건으로 15명이 구속되고 3명이 불구속 수사를 받으나  2020년 4월 29일 대법원 재심 확정 판결을 통해 이적단체가 아닌 것으로 법적 결론이 났다.

초대 경찰국장으로 임명된 김순호 치안감. ⓒ경찰청 제공

인노회 관련자들에 따르면, 1981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 입학한 김 국장은 1년 선배인 최동 열사 등과 함께 학내서클 ‘심산연구회’에 가입해 학생운동을 했다. 1985년 전역 후 역시 최동 열사 등과 함께 부천지역에서 노동운동을 하다 1988년 김봉진이라는 가명으로 인노회에 가입, 부천지구 조직책임자(지구위원장)까지 지냈다. 그러던 그가 치안본부가 인노회를 수사할 즈음 동거인에게도 한 마디 없이 자취를 감췄다. 

수사 시작과 함께 내부인, 특히 지구 조직책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사항을 경찰이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점도 의문이다. 인노회는 회장단, 사무국, 조직국이 있고 조직국에 부평, 주안, 부천지구위원회와 그 산하 분회들이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운동단체와 마찬가지로 인노회도 분회 중심으로 활동하며, 다른 분회나 지구의 구성에 대해 서로 잘 알지 못했다. 1989년 4월말 잇따라 연행된 인노회 지도부와 부천지구 회원들에게 경찰은 이미 그려진 부천지구 조직도를 내보이며 추궁했다.

뿐만 아니라 경찰은 부천지구 회원을 조사하면서도 정작 상부 조직원이라 할 지구위원장을 캐묻지 않았다. 김 국장이 맡은 지구위원장은 지구 조직책임자이자 회장단과 연결되는 인물이지만, 경찰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김 국장과 밀접하게 활동하던 일반회원 세 사람만 꼭 집어 연행된 것도 당시 의문이었다고 인노회 관련자들은 밝혔다.

이후 김 국장은 학생운동부터 노동운동까지 함께 한 선배 최동 열사의 장례식과 30여년간의 추모제에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성명에서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은 “2022년 6월 방한한 파비앙 살비올라 유엔 인권이사회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프락치 활동에 대해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국제적 반인권 범죄이므로 한국의 과거사에 대해 국가 차원의 반성과 원상회복 조치를 권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국민을 상대로 자행한 프락치 활동은 국가폭력이니 윤석열 정부는 진상을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1989년 자취를 감추었던 김순호가 그해 보안특채로 경찰이 돼 곧바로 인노회 회원들이 조사를 받던 치안본부 대공3과에서 근무했다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하는데다, 그가 치안본부 부활이라고 비판받는 행정안전부 경찰국 초대국장으로 임명된다니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인노회 사건 관련자들은 △김순호 경찰국장의 과거 행적을 소명하고 프락치 활동 의혹에 답할 것 △1989년 8월 경장으로 보안특채 된 사유를 답할 것 △윤석열 정부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김순호 국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실시하고 결과를 공개할 것 △정부와 야당은 과거 치안본부 대공분실이 자행한 프락치 활동의 전모를 밝힐 것 등을 공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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