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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배 협동의 경제학] 김건희 논문 표절에 입 닫은 국민대 교수들, 단언컨대 그 침묵은 범죄다

조금 어려운 이야기로 시작해보자. 자본주의가 발달한 나라에서 지배자들은 무력으로 세상을 통제하지 않는다. 이런 나라에는 ‘시민사회’라는 것이 발달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민사회에서 지배 체제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면 어지간해서 이 합의는 깨지지 않는다. 설혹 정치혁명이 성공한다 한들, 시민사회의 합의된 여론이 이를 다시 되돌려 놓는다.

박정희와 전두환, 노태우는 무력으로 시대를 통치했지만, 이후 시민사회가 비약적으로 발달하면서 더 이상 그런 무력 통치가 불가능해졌다. 이게 인류의 역사다. 시민 사회가 발달하지 않은 빈곤 국가에서는 군부 통치가 가능하지만, 시민 사회가 발달한 서구 사회에서 쿠데타가 불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지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다? 장담컨대 그 시도는 반드시 실패한다. 한국은 시민사회가 매우 성숙한 나라여서, 더 이상 무력으로 통치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닌 곳이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의 합의가 없으면 무력은 무용지물이다.

이탈리아 사상가 안토니오 그람시는 시민사회에서 합의된 힘을 ‘헤게모니’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람시는 시민사회가 발달된 국가일수록 무력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누가 쥐고 있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고 주장했다.

이 헤게모니 싸움을 누가 할 것인가? 그람시는 이 무거운 책무를 지식인에게 맡겼다. 학자, 언론인, 교사 같은 지식인들이 공론의 장으로 뛰어 들어가 헤게모니 싸움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지식인들에게는 단단한 사명감이 필요하다. 이게 민중들이 지식인에게 부여한 임무다.

국민대 교수님들, 당신은 지식인입니까?

국민대가 김건희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미 여러 언론이 상세히 다뤘기에 이 칼럼에서 논문에 대한 검증은 생략하겠다.

하지만 눈이 있으면 들여다보라. 표절이 아니기는 개뿔, 그게 표절이 아니면 뭐가 표절이란 말인가? 아니, 표절이고 아니고를 떠나 대머리 남자와 주걱턱 여자의 궁합이나 다루고 자빠져 있는 그 논문이 박사 학위 논문이기는 한 건가?

김건희 여사 ⓒ뉴시스


그런데 나를 더 슬프게 하는 대목은 따로 있었다. 국민대 교수님들, 당신들은 왜 이 사태에 이토록 오래 침묵하는가? 명색이 지식인 아닌가?

당신들이 스스로 지식인 연한다면 적어도 지식인에게는 세상을 지키고 바꿔야 한다는 중요한 임무가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 것이다. 그런데도 당신들은 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침묵을 지키고 있다.

“몇몇 뜻 있는 교수들이 라디오 인터뷰도 하고 그랬지 않느냐?”는 반론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내가 검색해본 결과 그 뜻 있는 교수들 인터뷰도 전부 다 익명이었다. 왜 떳떳이 실명으로 인터뷰하지 못하는가?

그리고 국민대 교수회는 뭐 하고 자빠져 있는 건가? 불이익이 두려워서 침묵한다고? 그게 두려워서 대머리와 주걱턱 궁합이나 보는 논문을 인정하고 있으면 당신들은 어디 가서 지식인인 척 할 자격도 없는 거다.

침묵은 범죄다

많은 지식인들이 “나는 정치 문제에 간여하지 않고 순수하게 학문만 연구하는 사람이다”는 말로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그래서 이런 사회적 이슈에 발을 뺀 채 고고한 지식인인 척을 다 하고 다닌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자.

1960년대 미국에서는 흑백차별이 일상적이었다. 흑인 전용 식당과 백인 전용 식당이 구분돼 있었다. 길거리 벤치도, 시내버스에도 백인 전용 좌석이 따로 있었다. 공공도서관에 흑인 출입이 금지되는 것은 당연했다.

이런 시대에 국민대 교수님들이 미국 어느 대학의 백인 교수님이라고 가정해보는 거다. 그러면 교수님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나는 정치 문제에 간여하지 않는 고고한 지식인이니까”라는 핑계로 침묵을 지키며 태연히 백인 전용 좌석에 앉고, 백인 전용 식당에서 식사를 하겠는가? 백인들만 다니는 도서관에서 그 잘난 연구를 계속하겠는가?

그 침묵이 바로 인종차별을 강화하는 하나의 시스템이 된다는 것을 정녕 모르는가? 단언컨대 그런 침묵은 범죄다.

1960년대 인종차별에 반대하며 치열하게 인권운동을 벌인 미국의 석학 하워드 진(Howard Zinn)은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You Can't Be Neutral on a Moving Train)”는 유명한 말로 침묵의 허구성을 폭로했다. 한쪽 방향으로 달리는 기차 위에서 “나는 중립이에요~”라며 가만히 앉아있다면, 그는 사실 그 기차가 달리는 방향을 지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나는 그저 이번 문제에 관심이 없어 침묵을 지킬 뿐이다”는 헛소리는 집어치워라. 그 침묵은 대머리와 주걱턱의 궁합이나 보는 박사학위 표절 논문을 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용인해주는 비열한 범죄에 가담하는 것이다.

당장 그 잘난 익명 인터뷰도 집어치워라. 그리고 나서야 한다. 이 논문은 표절이라고, 그리고 이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국민대의 주장은 권력에 굴종하는 행위라고 말이다.

국민대 교수님들, 당신들이 지식인인가? 이 질문에 가슴에 손을 얻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그것도 하기 싫으면 당신들은 지식인도 아니고, 박사도 아니고, 엿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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