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출석한 교육부 차관에 “학제개편 언급 말라” 연락한 대통령실

업무보고 중 쪽지 발각...야당 “차관은 허수아비 노릇”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고 있다. 이 쪽지에는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를 통한 의견 수렴, 대국민 설문조사,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2022.08.09. ⓒ뉴시스

대통령실이 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업무보고 중인 장상윤 교육부 차관에게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해당 메시지는 교육위 전체회의가 한창 진행 중이던 오전 시각, 쪽지 형태로 장 차관에게 전달됐다. 장 차관은 전날 ‘만 5세 조기 취학’ 골자의 학제 개편 졸속 추진 논란 등에 사실상 경질된 박순애 전 교육부 장관을 대신해 업무보고 자리에 나왔다.

언론이 포착한 쪽지 내용을 살펴보면, 메시지 전달자로 권성연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의 이름이 등장한다. 김정연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권 비서관으로부터 메시지를 접수해 장 차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파악된다.

권 비서관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오늘 상임위에서 취학연령 하향 논란 관련 질문에 국교위(국가교육위원회)를 통한 의견수렴, 대국민 설문조사, 학제 개편은 언급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러한 사실이 보도를 통해 알려지자 교육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은 “이게 사실이라면 차관은 여기 와서 허수아비 노릇 하고, 컨트롤 타워는 대통령 비서관들이 그 배후에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의 일개 비서관이 차관에게 이런 메모를 전달한 의혹에 대해 유기홍 교육위원장께서 확인해 달라.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에 장 차관은 “의견, 메모를 전달받았는데 그건 의견일 뿐이다. 제가 판단해서 답변하면 된다”라고 해명했다. 대통령실로부터 연락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는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유 위원장이 “메모를 전달받았다는 건 차관도 시인한 거 같다”고 하자, 장 차관은 “메모를 제가 직접 받은 건 아니고 의견을 직원이 메모 형태로 제게 참고 자료로 전달받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유 위원장은 “직원에게 메모를 줬겠나. 차관 주라고 메모를 준 것”이라며 “자꾸 말장난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장 차관은 “(학제 개편안) 대통령 업무보고는 대통령실하고도 저희가 협의해서 진행한 부분이기 때문에 (금일) 답변에 대해서 의견을 전달한 것”이라며 “답변의 책임은 제가 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교육부는 업무보고 내내 만 5세 취학 정책 추진에 꼬리 내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애초 교육부가 준비해 온 업무보고 자료에는 논란이 된 학제 개편 관련 내용이 빠져있었지만, 여야 의원들의 질문은 해당 사안에 집중됐다.

장 차관은 만 5세 취학과 관련한 교육부의 분명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유 위원장의 말에 “정책 취지 자체는 교육, 돌봄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해보자는 것이고, 하나의 수단”이라며 “정부로서는 그 안에 대해 계속 고집하거나 그 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정책을 폐기한다고 받아들여도 되냐’는 유 위원장의 물음에 장 차관은 “지금 이 자리에서 ‘폐기한다’, ‘더 이상 추진하지 않겠다’는 말은 못 하지만, 현실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워졌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답했다. 장 차관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국회와의 사전 협의가 없었던 점에 대해서도 “반성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만 5세 취학 정책이 갑작스럽게 나온 경위에 관한 질문 또한 빗발쳤지만, 장 차관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어느 부서에서, 누구의 제안으로, 상향식 또는 하향식 등 어떠한 과정을 통해 정책이 나온 것이냐’는 취지의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 질문에 장 차관은 “내부 논의 과정이다”, “특정 부서 아이디어라고 답변하기는 어렵다”라는 식의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2022.08.09. ⓒ뉴시스

‘김건희 여사 논문 표절’ 의혹에도 소극적 태도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의혹과 김 여사 논문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린 국민대학교의 재조사 결과에 관한 교육부 입장을 촉구하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대에 김 여사 논문 재조사를 의뢰한 측이 교육부인데, “조사 결과를 달랑 두 쪽 반”만 받고 국민대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히는 것이 올바르냐고 질타했다. 강민정 의원은 “조사 결과 존중이 아니라 교육부 훈령에 기초해 직접 조사해야 한다”고 했고, 문정복 의원은 “국민대로부터 재조사위원회의 풀버전 회의록과 기록, 위원명단을 받아 제출해달라”고 촉구했다.

장 차관은 “기본적으로 개별 논문에 대해서 각 대학이 검증한 결과가 있으면 기존에도 특정인 누구냐와 관계없이 대학의 판정 결과를 존중해 왔다. 검증하는 과정에서 조사위원회 별로 어떤 절차를 거치고 어디를 대상으로 했는지까지 들여다보는 건 자율성 침해”라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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