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지방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일 밤 서울 관악구 도림천이 범람, 주변을 지나는 시민들이 아슬아슬하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2022.8.8 ⓒ뉴스1
기록적인 폭우로 서울 곳곳에서 인명·재산 피해가 이어지는 가운데, 서울시가 올해 폭우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예산을 삭감했던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서울시는 야당이 다수인 시의회에서 삭감한 것이라며 책임을 떠넘겼지만, 당시 서울시의회의 예산 논의 과정을 보면 시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드러났다.
2022년 서울시 예산서를 보면, 수방·치수 분야 관련 예산은 4천202억원이다. 이는 전년(약 5천98억원)에 비해 900억원 가까이 삭감된 금액이다. 지난해 3천581억원이었던 하수시설 관리 예산은 올해 3천114억원으로, 치수 및 하천관리 예산도 1천517억원에서 1천88억원으로 줄었다.
논란이 일자, 서울시는 곧바로 반박 자료를 냈다.
서울시는 "절대 다수 민주당의 시의회에서 정치적인 이유로 시에서 제출한 수방 예산 4천450억원 중 248억원(5.9%)이 오히려 삭감돼 회복되지 못하고 통과됐다"며 "이에 서울시는 삭감된 예산을 포함해 수방 및 치수 안전대책을 강화하고자, 오세훈 시장 취임 지후 제2회 추경 편성 시 수방 예산 292억원을 복원 및 긴급 추가 편성했다"고 해명했다.
다시 말해 시가 애초 편성한 수방 관련 예산은 4천450억원이었지만, 이를 깎은 것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서울시의회였다는 얘기다.
또한 서울시는 지난해보다 관련 예산을 줄여서 편성한 이유에 대해서는 '대규모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들은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예산 삭감 논란 일자, 남 탓한 서울시 실제 회의록 보니, '왜 안전 예산 삭감했나' 지적 나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2022.8.9 ⓒ뉴스1
실제 예산안을 심사하던 시의회에서는 어떤 논의가 오간 걸까.
당시 상황을 잘 아는 더불어민주당 정진술 서울시의원은 이날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작년부터 관련 예산이 너무 삭감돼 '재난재해 피해는 사전에 미리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는 문제제기를 했었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나면서 (오 시장의 치적을 쌓기 위한) 경관 위주의 사업 예산이 추가되면서 수방 예산 자체가 많이 삭감됐다"고 설명했다.
정 시의원은 '민주당이 수방 예산을 삭감했다'는 취지의 서울시 해명에 대해서도 "시에서 예산을 편성할 때부터 안전과 관련된 예산은 많지 않았다"며 "우리가 삭감한 건 치수·수방 개념이 아닌 경관용 예산 사업의 예산을 삭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해 11월 25일 서울시 물순환안전국 소관 예산안 심사 회의록을 봐도 당시 상황을 유추해 볼 수 있다.
홍성룡(민주당 소속) 당시 시의원은 예산안 심사가 시작되자마자 안전과 관련된 예산이 삭감된 점을 문제 삼으며 "이게 물순환'안전'국이라고 할 수가 있나. 이렇게 안전을 소홀히 해도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한유석 당시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저희(국)의 의견이라기보다 실링이 정해져서 내려오다 보니까 저희가 (그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홍 시의원은 상대적으로 많은 액수가 편성된 하천 주변 문화공간 시설 조성 등의 예산안은 서울시 내 어느 부서에서 나온 것인지를 따져 물었다. 한참을 난처해하던 한 국장은 "시 차원에서 새롭게 하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