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동작구 수해 복구 현장에서 쉬고 있는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에게 다가가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덧붙일 입장은 없는지 묻자, 김 의원은 이같이 말했다.
‘짧은 문자 메시지로 밝힌 사죄 입장으로는 부족하지 않겠냐’며 추가 입장을 밝혀 달라 요구했지만, 그는 같은 말을 반복할 뿐이었다. 그의 눈은 충혈돼 보이기까지 했다. 새누리당 원내부대표·대변인, 자유한국당 대변인, 미래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대변인,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은 바 있고 20대·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그는 자신의 발언으로 논란이 된 상황을 매우 버거워하는 듯 보였다. 경기 동두천시 연천군이 지역구인 그는 최근 국민의힘 경기도당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날 동료 의원들과 봉사활동을 하겠다고 찾은 수해 피해 지역에서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말했다가, 이 발언이 그대로 보도되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당시 옆에 있던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말조심 하라는 듯 김 의원의 손등을 ‘탁’ 치면서 방송카메라를 가리켰다. 하지만 이미 그의 발언이 카메라에 담긴 이후였다.
김 의원은 해당 발언이 논란이 되자, 기자들에게 문자를 보내 “순간적인 사려 깊지 못함에 대해 사과드리고, 남은 시간 진심을 다해 수해복구 봉사활동에 임하겠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라고 밝혔다.
주호영 비대위원장 “내가 엄중 경고했어” “그 친구 장난꾸러기 같아” “잘 좀 이해해 줘”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이 찾은 수해 피해 지역은 서울 동작구 사당2동 남성사계시장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그리고 40여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이곳을 찾았다. 보좌진과 당직자까지 합하면, 350명가량 된다고 당 관계자는 말했다.
주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장직을 맡은 후 첫 공식 일정이었다. 그는 권 원내대표와 앞장서서 수해 복구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었다. 역한 냄새가 올라오는 지하 식자재창고에 들어가 오물 범벅이 된 식자재들을 건물 밖으로 꺼냈다. 냄새는 입구 밖 지나가는 시민들이 “무슨 냄새야”라고 놀라며 눈살을 찌푸릴 정도였다. 오전 9시 45분경부터 시작된 작업은 이날 오후 4시 30분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쉰다고 오전 10시 30분쯤 모습을 드러낸 주 비대위원장은 땀에 흠뻑 젖어 있었고, 장화·고무장갑과 옷에는 진흙 같은 게 여기저기 묻어있었다.
주 비대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수해 복구 현장과 관계없는 질문은 하지 말라”고 역정을 내기도 했다.
또 실수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봉사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의원들에게 “수해 입은 주민들의 참담한 심정을 생각해서 장난치거나 농담하거나 사진 찍고 하는 일은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라며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김성원 의원의 말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그의 당부는 무의미해졌다.
주 비대위원장은 오후 4시 30분쯤 일을 마치고 나왔을 때 기자들이 질문하려 하자,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에게 문자가 왔는데, 이런 현장에서 절대 기자들이랑 (인터뷰) 하지 말라고, 현장이랑 맞지 않는다 했다”라며, 질문을 받기 어렵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래도 기자들이 ‘김성원 의원의 발언’에 대해 질문을 이어가자, 주 비대위원장은 “9시 반에 와서 지금까지 중노동이다. 안에 한 번 들어가 보라”라며 “열심히 많은 의원들이 와서 고생한 거 조금만 더 크게 봐 달라”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김성원에게 엄중 경고했다”라며 “봤겠지만 처음에 내가 그랬지 않나, 수해 지역에서 농담이나 사진 찍는 거 하지 말라고 엄중 경고했다. 그랬는데 저 친구가 평소에도 참 장난꾸러기 같다”라고 덧붙였다.
또 “사실 내가 우리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도 올렸다. 이런 노력 헛되지 않도록 언행 하나라도 조심하라고 올렸는데 이런 일이 생겨 화가 난다”라며 “잘 좀 이해해 달라”라고 했다.
‘경고했을 때 김성원 의원은 뭐라고 하던가’라는 취재진의 질의에는 “정말 잘못했다고, 동료 의원들이 이렇게 많이 고생하는데 자기 때문에 빛이 바래졌다고 하지. 아니 평소에 좀 그런 게 있다. 본인 취향이. 저러다가 한번 사고 날 거 같았다”라고 답했다.
이날 논란 이후에도, 김성원 의원은 수해 피해 현장에서 자리를 지키며 봉사활동을 하는 듯 했으나, 봉사활동이 끝나고 해산할 때는 건물 뒷문으로 따로 나갔는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당 관계자도 김 의원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