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논평 한 줄 안 낸 대통령실

국민의힘 기림의 날 다 끝나는 오후 6시 넘어서야 논평 내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이한 14일 전북 전주시 풍남문광장에 위치한 평화의 소녀상 앞에 국화가 놓여 있다. 2022.08.14. ⓒ뉴시스

8월 14일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이날을 맞아 일본 제국주의의 반인도적 범죄를 폭로하고 끊임없이 맞서 싸워온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행사들이 전국에서 곳곳에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관련 메시지를 전혀 내지 않았다. 지난해 문재인 전 대통령이 영상 축사를 한 것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기림의 날이 끝나가는 저녁 6시가 넘어서야 뒤늦게 논평을 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피해 사실과 관련된 문제들을 국내외에 알리고,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하고 기리기 위한 날이다. 1991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중 최초로 고 김학순 할머니(1924∼1997)가 피해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해 지정됐다.

지난 2012년 12월 타이완에서 열린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이날을 '세계 '위안부' 기림일'로 정했다. 이듬해부터 매년 이날이 되면 전세계 평화·여성 단체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과 집회를 열어왔다. 이에 따라 UN 등 국제사회에 이 문제가 더욱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2017년 12월 국회에서 '일제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이 처리된 뒤 국가기념일이 되었다. 2018년부터는 공식 국가기념일로 치뤄지고 있다. 

올해 국가기념식은 이날 오전 여성가족부 주최로 '진실의 기억, 자유와 인권을 노래하다'란 주제 하에 사전 녹화된 영상기념식 형태로 진행됐다. 주제 영상 상영,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기념사, 헌시 낭독, 기념공연 등으로 내용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후 '민중의소리'에 기림의날과 관련해 "지금으로선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기념일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공식기념식에 영상으로 나마 참여해 기념사를 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이날 보수우익 성향의 일본 매체 산케이신문은 "한국의 공식 기념일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한국 각지에서 기념 행사가 열렸다"며 "그러나 정부 주최 행사는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이유로 사전녹화 방송에 그쳤고 윤석열 대통령의 메시지도 없었다"고 보도했다.

민간에서도 기념 행사가 이어졌다. 전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4분이 거주중인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나눔의 집에서는 경기도 주최 '기림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옥선(94), 강일출(95), 박옥선(98) 할머니와 피해자 유가족,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관계자, 대한불교 조계종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약 100여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이옥순 할머니는 "우리('위안부' 피해자들)가 겪은 그런 일이 앞으로 없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후세대에게 당부했다.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도 이날 정오 대구에 있는 희움위안부역사관에서 기념식과 추모 공연을 열었다. 

이외에도 이날 전국 각 지자체에서 기림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충남 아산, 서산, 금산, 서천, 청양군에서 기림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경남도와 진주시, 통영시, 거제시에서도 관련 행사가 진행됐다. 강원도 원주에선 평화의 소녀상 건립기념식, 속초에선 기림의 날 기념식이 열렸다. 전남 장성역 앞 평화의 소녀상에선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 부산에서도 시민회관에서 기림의 날 기념행사가 열렸다. 앞서 8~13일에도 지자체 주최 기념식과 문화행사들이 이어졌다. 

12일 오전 광주 서구 광주시청 앞에서 2022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을 앞두고 소녀상 인근에 '지금, 우리가 함께 일본군성노예제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주제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2022.08.12. ⓒ뉴시스


정치권에서도 '기림의 날'에 피해자들의 정신을 되새기며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여성위원회는 이날 '할머님들의 용기를 기억합니다'란 제목의 성명을 내, "31년 전이나 지금이나 피해 할머니들에게 가장 시급한 것은 일본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이라며,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치고 온전히 기억하겠다는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일본의 거짓 주장과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해결을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음에도 윤석열 정부 들어 상황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면서, 최근 박진 외교부 장관의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존중' 발언, 윤 대통령의 여성가족부 폐지 추진으로 비롯된 피해자 지원과 여성인권 정책 후퇴, 국내 극우세력의 수요시위 방해와 해외 평화의 소녀상 철거 요구 시위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어 정부에 "국제사회의 규정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반인도적 범죄임을 천명하고 피해자의 편에 서서 문제 해결에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인숙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SNS에 글을 올려 ‘기림의 날’ 제정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는 "일본 정부는 미래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국제사회의 권고대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정의, 배상, 재발 방지 조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 여가위원장으로서 더 늦기 전에 위안부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가 회복될 수 있도록 역사적 사실 규명과 명예 회복, 피해자 지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여당 국민의힘은 이날 오후 6시가 넘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과 관련한 메시지를 냈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는 이 아픈 역사의 외침이 절대 잊혀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편에 서서 증언과 역사적 기록을 수집하고 연구를 지원하겠다. 인권과 평화, 자유를 위해 외쳤던 소중한 역사들을 잘 보존하고 계승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들이 한결같이 요구해 온 일본 정부에 대한 공식 사죄와 배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기림의 날 당시 양준우 국민의힘 대변인이 "우리 정부는 국익을 위한 대일 외교 노선을 공고히 하되, 일본으로부터 과거 잘못에 대한 인정과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죄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한 것과 사뭇 비교된다. 

한편, 한국 정부에 등록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는 240명이다. 최근 많은 분들이 고령이 되며 연이어 작고했다. 현재 생존해 있는 '위안부' 피해자는 1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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