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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바로 진보] 첫 증언 이후 31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 어디까지 왔나

1991년 8월 14일, 김학순 할머니는 본인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임을 공개 증언하였다. 일본 정부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부인하고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니 “자신이 살아있는 증거”라며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학순 할머니의 증언은 다른 피해자들에게 용기를 주었고, 침묵을 강요받던 다른 피해 생존자들이 세상으로 나오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후 한국 사회 뿐만 아니라 각 피해국과 전 세계에 은폐됐던 역사의 진실을 알리는 커다란 외침이 되었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생존자들은 1991년 1월 8일, 일본 정부에게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하며 수요시위를 시작했다. 이후 일본 정부가 자행한 전쟁범죄를 고발하고 세계 각지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연대하며 운동을 확장해나갔다. 이들은 과거사 문제 해결을 넘어 다시는 이 땅에 이런 피해가 발생해서는 안된다는 소명을 갖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가는 여성 인권·평화 운동가가 되었다.

1991년 8월 14일 처음으로 ‘위안부’ 피해를 세상에 증언한 고(故) 김학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정의기억재단

2012년 12월, 제11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에서 8월 14일을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각 시민사회는 매년 이날 피해자들의 용기를 기억하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 그리고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소리를 내 왔다. 그 노력의 결실로 2017년엔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 한국에서 공식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은 긴 시간동안 평화와 인권을 위해 싸워온 피해자들의 용기와 이를 기리기 위해 애써온 관련 시민단체의 오랜 노력과 외침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30년동안 거리에서, 세계에서, 곳곳에서 진행된 여성인권해방운동의 성과이다.

2022년 8월 14일은 10번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사실을 고발하기까지 약 50년의 시간,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을 시작한지 31년의 시간이 흘렀다. 80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이 문제 해결은 어디까지 왔을까?

제1533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열린 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에서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03.02. ⓒ뉴시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운동은 매년 성장해 왔지만, 그 해결 측면에 있어서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전쟁으로 인한 전시 성폭력 문제이자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이다. 그렇기에 이 사안의 최종 종착지는 전쟁이 없는 세상, 혐오와 차별이 없는 세상이어야 한다.

그렇지만 현재도 세계 곳곳에서는 전쟁이 일어나고 전시 성폭력이 발생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발생했고,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전시성폭력과 착취가 벌어졌다.  

2020년대인데도 전쟁이 발생하는 것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통탄했다. 평화를 바라는 세계시민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국제 정치는 오히려 신냉전 체제로 흘러가고 있다. 미중갈등은 더욱 격화됐고, 이로 인해 동아시아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일본 기시다 내각은 올해 방위비를 증액할 것을 공식화했다. 바이든 정부의 신냉전 체제에 응답한 것이다 일본 여당인 자민당은 지난 7월 10일 진행된 참의원 선거에서 또 다시 승리했고, 평화헌법 개헌을 추진하며 군사대국화에 대한 야욕을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다.

한미 양국은 전쟁 위기에 대비하겠다며 연합군사훈련을 강화하고, 한미일 군사협력을 위한 움직임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전쟁에 대비하겠다고 전쟁 연습을 하고 군비증강을 하는 것은 평화를 저해할 뿐 평화를 위하는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전쟁은 당사국 국민들을 끊임없이 착취했고 사회적 약자들에겐 많은 피해를 남겼다. 

이제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은 전쟁으로 벌어지는 폭력과 착취의 문제를 고발하고 평화로 나아가는 연장선이 될 것이다. 이 문제를 주목하는 많은 시민들이 동아시아의 평화와 여성 해방을 위해 함께 싸우고 목소리를 외쳐야 할 때이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19일 오후 일본 총리 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예방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일본 총리가 한국 외교장관을 만나는 것은 2018년 8월 아베 신조 당시 총리가 강경화 장관과 회담을 한 이후 4년 만이다. 2022.7.19 ⓒ외교부

과거사 문제 해결도 여전히 1991년에 머물러있다. 일본 정부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해법을 한국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전쟁범죄에 대한 반성과 사죄에 대한 모습은 찾아볼 수가 없다.

이 와중에 박진 외교부 장관은 최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면담에서 ‘2015 한일합의’가 양국 정부 간 공식합의였으며, 그 정신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문제와 관련해서도 일본 기업의 자산 현금화 이전에 바람직한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며 굴욕적인 대일외교를 펼쳤다.

이 같은 한국 정부의 행태는 일본 정부에 과거사 문제에 대한 면죄부를 주겠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국 대법원엔 일본기업의 매각을 멈춰달라는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삼권 분립 침해는 물론, 피해자를 배제한 채 과거사 문제해결을 졸속으로 강행하겠다는 태도다. 

정의기억연대 시민사회단체 등 참석자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인근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수요시위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04.20 ⓒ민중의소리


극우들의 역사 왜곡과 은폐 시도는 더 강해졌다. 최근 수요시위에선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향한 2차가해가 발생하고 있다. 극우세력들은 매번 수요시위 장소에 와 반대집회를 열고 일본군 ‘위안부’는 가짜라고 주장한다. 역사를 왜곡하고 진실을 외면하는 그들은 어떻게 해서든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의 역사를 지우려 한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 문제는 그간 역사에서 정치에서 외면받다, 피해자들이 스스로 나서면서야 시작될 수 있었다. 기성정치가 경제와 외교 등의 실리를 따져야 한다며, 인권과 정의를 외면해왔던 일이다. 그런 것을 피해자들과 시민들이 전면에서 싸우고 거리에서 끊임없이 외쳐 드러냈고 변화를 만들어 만들어왔다. 기성정치가 못해온 일들, 인권과 진실을 바로 세우는 일을 한 것이다. 

앞으로도 그래야 할 것 같다. 일본 정부에 전쟁범죄에 대한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하고, 전쟁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는 계속해서 기억하고 또 끊임없이 함께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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