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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충돌하는 세계, 한반도의 평화는 최소한의 전제다

77주년 광복절이다. 일제의 식민지배에서 벗어난 기쁨의 날이지만 곧바로 이어진 분단과 전쟁으로 우리 민족의 진정한 광복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늘 세계의 정세를 감안하면 지난 세기의 고통이 다시 한 번 우리를 덮치게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마저 든다.

올해 초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토의 동진을 명분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는 서방의 강한 경제제재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수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등한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이 지역에서 러시아의 우세가 굳어질 가능성도 높다. 우크라이나 뿐만아니다. 조지아와 발트해에서 전쟁 위기가 시작되고 있고, 중동에서의 더 큰 충돌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동아시아에서는 대만을 둘러싼 갈등이 크게 불거졌다.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촉발된 긴장은 중국의 대규모 군사훈련과 이에 대한 미국의 견제로 이어지고 있다. 대만 해협의 현상이 언제까지 유지될 수 있을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은 정치, 군사 영역을 넘어 경제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는 쿼드와 IPEF, '칩4' 동맹은 중국을 배제한 세계질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이에 대한 중국의 반발은 불을 보듯 뻔하다. 1989년 독일통일 이후 유일 강대국으로 부상해 지구적 리더십을 행사해 온 미국의 쇠퇴는 확연해 보인다.

새로이 부상하는 세력이 기존의 패권을 위협할 때 높은 수준의 긴장과 충돌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우리는 지난 세기 초반 변화하는 정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다. 물론 지금의 우리는 그 때의 우리가 아니다. 그러나 지구적 차원으로 흔들리고 있는 지형변화 속에서 평화와 안전을 지키고 진보의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은 만만한 일이 아닐 것이다.

한반도의 평화는 최소한의 전제다. 우리 주변에는 전략을 달리하는 커다란 세력들이 많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은 강대국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지난 정부 들어 이뤄진 남북 사이의 주요 합의가 점차 형해화하는 것도 큰 문제다. 현 정부는 미국과 더 높은 수준의 동맹을 맺고 북방 세력에 맞서려는 듯하다. 이는 결코 좋은 전략도 아니거니와, 무엇보다 한반도의 긴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릴 위험을 품고 있다. 당장 이달 하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은 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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