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기고] 첫발 딛는 연금개혁 논의와 연구자 고발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열고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국회도 연금재정 안정 및 4대 공적 연금 등 개혁방안을 논의할 연금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한 바 있다. 재정추계야 주기적으로 해오던 것이고 국회특위는 이제 구성단계이지만 대선후보 출신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었던 안철수 의원이 연금개혁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왔고 무엇보다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개혁의지를 표명했었던 만큼 그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런데 그 와중에 안철수 의원이 과거 삼프로TV에서 했던 국민연금 관련 발언에 대해 비판했던 한 연구자가 국민의 당에 의해 경찰에 고발되고 급기야 이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는 일이 벌어졌다. 물론 이와 관련된 팩트체크를 새삼스레 여기서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이미 다수의 언론을 통해 혼동된 부채 개념 사용에 대한 지적이 많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번 고발이 표현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시민사회단체의 우려 또한 정당한 듯 보인다. 이번 일이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안철수 의원이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생긴 일이니만큼 이 글에서는 연금개혁 얘기를 하고자 한다.

12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피고발건 비판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왼쪽부터) 조수진 변호사, 이상민 수석연구위원, 이지은 참여연대 선임간사, 강병구 교수 ⓒ민중의소리

사실 우리보다 먼저 연금제도를 도입한 서구 선진국들은 지난한 연금개혁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84년부터 시작, 십여 년 이상이 걸린 스웨덴의 연금개혁과 2002년부터 약 10여 년이 걸린 영국의 개혁 사례 등이 있고 프랑스 또한 수십 년간 대여섯 차례의 개혁 후 최근에도 마크롱 대통령이 격렬한 논쟁을 이끈 바 있다. 이처럼 연금개혁은 사회의 제 계급, 계층들의 다툼과 갈등이 치열하고 그 사회적 합의가 힘들어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과정이다.

이제 우리도 (과거 두 번의 개혁이 있었지만) 다시 새로운 개혁의 출발선상에 섰다. 주지하다피 우리 사회는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으로 다층노동소득보장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당면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부담, 고급여 구조로 되어있는 국민연금제도를 그 급여적정성과 재정안정성 제고를 위해 필연적으로 개혁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그간 개혁을 미루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제도의 특성상 한번은 (아마 이후에도 수차례 더) 개혁해야 할 때가 되었고 앞서 언급하였듯이 선진국도 그 지난한 과정을 겪었다는 것이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빈곤율 하에서 악화한 노동시장 상황과 저출산 및 고령화 문제, 하락하는 경제성장률 등으로 그것이 조금 더 버거운 과제가 되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과제를 푸는 방법은 누적적자가 몇 경이니 연금고갈 위기니 하는 공포마케팅이 아니라 전문가들의 과학적 추계와 분석, 제도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치열한 토론, 그리고 사회의 각 계급, 계층들 간의 대타협이다. 그 과정을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제대로 발휘하는 정치지도자가 필요함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사실에 기반해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한 상황에서의 이번 고발은 공포마케팅 등이 뒤섞이며 위태롭게 시작한 지금의 연금개혁논의에서 어째 개혁의 첫 단추를 잘못 끼우고 있는 것 같은 불안한 마음이 들게 한다. 정정하고 반박, 논쟁하면 될 일이 고발과 소환, 전문가들의 자기검열 등으로 이어지는 것은 표현과 학문의 자유는 물론이고 연금개혁논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러한 우려가 과도한 비약이자 기우이길, 그리고 이번 사건이 연금개혁에 대해 진솔하게 토론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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