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편협하고 함량미달인 윤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

윤석열 대통령 취임 후 첫 광복절 경축사는 ‘자유’로 시작해서 ‘자유’로 끝났다. 자유를 33번 언급하면서 ‘민족’은 1번 다뤘다. 하지만 그 ‘자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보다 좁다. ‘자유’라는 단어에 미국식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굴레를 씌웠다. 자유와 인권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라는 것에 동의한다고 해서 그것을 단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축소하는 건 문제다. 윤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지난 정부 주도세력에 대해 이념지향적이라고 비난해왔는데 이렇게 추상적이며 편협한 이념지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 아이러니다.

윤 대통령의 ‘자유숭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5월 대통령 취임사에서도 ‘자유’를 30번 넘게 강조했고 5.18광주민주화운동도 자유민주주의라는 개념 하나로 끌고가는 무리수를 뒀다. 이번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일본을 세계시민의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 나아가야 하는 이웃”이라고 평가했다. 일본과 한 편이 돼서 북한, 중국, 러시아에 맞서자는 의미로 읽히는 것은 당연하다.

윤 대통령의 편협한 사고는 독립운동마저 자유주의계열과 사회주의운동계열로 나누고 후자를 역사적 평가에서 배척하는 데에 이르렀다. 남북이 공유하는 독립운동의 역사를 둘로 나눈 것도 모자라, 남의 독립운동도 둘로 갈랐다. 당시 독립운동가들은 민족의 힘을 모아 자주독립을 이룬 후 나라의 체제를 어떻게할 지는 다음 문제로 생각했다. 지금 중국공산당과 대만의 국민당도 항일운동에 대해 이런식으로 편을 가르지는 않는다.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남북관계와 주변국 관계도, 역사도 재정원칙도 미국식 ‘자유’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다룬다. 그러다보니 곳곳에 억지가 난무한다. “앞으로의 시대적 사명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한 국가들이 연대하여 자유와 인권에 대한 위협에 함께 대항하고 세계시민의 자유와 평화, 그리고 번영을 이뤄내는 것”이라는 구절이 대표적이다. 외교관계에서 국익 대신 이념을 기준으로 하겠다는 게 아닌가. 남북관계에서는 실패한 정책이 재등장했다. '담대한 구상'이라면서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을 반복했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경제개발을 약속하겠다’는 정책이 지금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할 이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오직 미국식 ‘자유’만 숭배하면 복잡하게 얽힌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고 국민이 편안하게 잘 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식의 단순한 사고는 복잡한 현실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다. 화려한 말 잔치 뒤에 이렇다할 전망이나 예측조차 나오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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