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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손을 잡아 더 아름다워진 노래

포크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 4집 [손]

포크 싱어송라이터 생각의 여름 4집 손 ⓒ생각의여름

생각의 여름이 내놓는 음악을 계속 들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09년 첫 음반 [생각의 여름]을 발표하고, 3년 뒤에 [곶]을 상재한 뒤, 4년이 지나서야 [다시 숲 속으로]를 내놓더니, 3년 뒤인 2019년 [The Republic of Trees]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사실 3년 내외 주기로 정규 음반을 내놓는 속도라면 아주 느린 편은 아니다. 하지만 생각의 여름이 활동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닌데다, 조용히 음악을 멈춰버리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보니 이따금 더 이상 새 노래를 듣지 못할까봐 조마조마 해질 때가 있다. 한 뮤지션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지 않았듯, 이별 또한 마찬가지다. 우리는 언제든 추억이 될 수 있다.

다행히 다시 3년 만에 발표한 네 번째 정규 음반의 제목은 [손]. 교감하고 일하는 손을 제목으로 정한 이유는 “손잡고 만든 노래, 손 잡아주는 노래”이기 때문일까. 여덟 곡을 담은 이번 음반은 여러 뮤지션들과 함께 했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다. 생각의 여름은 9, 박혜리, 이승준, 김사월, 권월, 강아솔, 김일두, 홍갑을 불러들여 8곡의 노래를 맡겼다. 자신의 목소리는 일부 곡에서만 들린다. 포크와 모던 록 쪽에 걸쳐있는 뮤지션들은 생각의 여름이 불렀을 노래를 대신 부른다. 아니 자신의 노래처럼 부르고 연주한다.

생각의 여름 (Summer of Thoughts) - 착륙

전통적인 포크 음악이 그래왔듯 수록곡의 연주는 대체로 소박하고 조촐하며, 보컬리스트들의 목소리도 잔잔하다. 이것이 포크라고, 익숙한 어법을 반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어쩌면 그래서 여덟 곡의 노래를 직접 부르지 않고 다른 보컬리스트에게 맡겼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노랫말과 곡을 쓴 다음 노래까지 불러 만들어내는 세계의 익숙함과 예상 가능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런데 이번 음반에서 달라지거나 도드라지는 것은 다른 보컬리스트들의 결합만이 아니다. 생각의 여름은 이번 음반에서 전통적인 포크음악들이 그러했듯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노래하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곧잘 말을 건다. “너는 무엇의 집이 아니고 / 무엇도 너의 집이 아니란다”라고 노래할 때의 너, “친구야, 하나의 파도야”라고 노래할 때의 친구, 그리고 “너는 새이고 하루는 바다이고”라고 속삭일 때의 너, “너는 내가,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게 하네”의 너, “나의 손도 너에게 그랬으면”이라는 노랫말의 너까지 생각의 여름은 ‘너’라는 서로 다른 2인칭 대상에게 계속 말을 건다. ‘녘’에서는 당신을 부르기도 한다.

생각의 여름 (Summer of Thoughts) - 너는 내가 (You) (권월과 함께 Kwon Wol)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혼자 고백하듯 노래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말하는 이유는 관계가 형성되었기 때문이고, 관계를 통해 감정과 생각이 솟구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그 관계에 믿음과 책임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의 여름은 ‘걷는 이’와 ‘불안에게’에서는 상대에게 용기를 불어넣고, ‘착륙’에서는 유일무이한 관계임을 고백한다. “너를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게 하”는 관계는 깊고 소중하다. ‘손과 손’이나 ‘녘’에서도 마찬가지다. 상대에게 기대고 서로 생각하는 관계는 그동안의 많은 포크 음악들이 그러했듯 특별한 관계로 인한 신뢰와 존중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생각의 여름을 듣고, 포크 음악을 듣는 이유는 일상에서 이만큼 내밀한 교감과 통찰을 자주 하지 못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그래서 음악을 통해 그 깊은 감각과 사유를 수혈 받으려 하기 때문일지 모른다. 드물게 경험하는 감각과 사유를 가능한 쉽게 재현하고자 하는 열망이 포크음악을 플레이하게 하는 원동력일 가능성이 있다.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하고 안정감을 누리는 일, 삶과 관계의 교훈을 발견하는 일은 그만큼 소중하다.

하지만 생각의 여름이 이번 음반을 통해 선사하는 것은 다른 음악과 예술로 숱하게 접했을 감각과 사유만이 아니다. 그는 다른 뮤지션들과의 협연 과정에서 어떤 목소리로 들어도 좋을 만큼 잘 뽑아낸 선율의 매력을 잠시도 놓치지 않는다. 노래의 발화가 순조롭게 전달될 뿐 아니라 듣는 이에게 전이될 수 있는 힘은 노래마다 다른 이야기, 다른 목소리임에도 매끄럽게 연결해놓은 음표들의 연결고리에 있다.

생각의 여름 (Summer of Thoughts) - 손 (Hands) 앨범 전곡 듣기

그리고 생각의 여름은 각각의 곡에서 다른 보컬리스트들을 초대하면서 그들이 해왔던 음악의 장점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하거나, 다른 편곡을 감행하는 방식으로 한 장의 음반을 흡사 옴니버스 음반처럼 구성했다. 9가 부르는 ‘날씨’에서, 박혜리가 부르는 ‘걷는 이’에서 그들의 전작을 감지하지 않기는 불가능하다. 어떤 곡은 어쿠스틱한 사운드이지만, 어떤 곡에서는 일렉트릭 기타가 도드라진다. 공간음이 지배하거나 사운드 스케이프를 부풀린 곡도 있어 수록곡들은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법에 안주하지 않는 편이다. 이 같은 시도에서 생각의 여름이 내놓았던 음반들의 궤적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도 한다.

노랫말을 실행하는데 그치지 않고 제각각 다른 소리 연출을 풀어놓는 노래의 꾸러미는 생각의 여름이 가진 음악적 열망의 뜨거움을 대변할 뿐 아니라, 음악이 다른 예술과 다른 가치와 매력이 있다고 속삭이며 매순간 귀를 기울이게 종용한다. 생각의 여름은 노랫말에서 다른 이의 손을 잡고, 노래를 부르거나 연주하면서 다른 이의 손을 잡았다. 다른 이의 손을 잡음으로써 다르게 아름다워졌다. 계속 하는 일도 어렵지만, 계속 잘하거나 더 잘하는 일은 훨씬 어렵다. 손을 잡음으로써 가능해진 마법 같은 순간이 이 한 장의 음반에 담뿍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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