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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노동자 헬기사고 사망에 사측의 기막힌 대응, 3개월째 사과도 ‘거부’

직원이 죽었는데 사과도 없는 에어팰리스·선진그룹, 3개월째 거리서 투쟁 중인 고인의 동료들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장이 지난 7월26일 열린 투쟁승리 결의대회에서 산재 사망사고에 대한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발언을 하며 울부짖고 있다.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지난 5월, 30대 청년 노동자가 산재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사측 노무관리사는 사고가 난 다음날 밤 9시에야 병원에 나타났고, 가족에게 "얼마를 원하시냐"고 물었다. 가족들은 억장이 무너졌다.

사고 후 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사측은 고인에게도, 유족에게도 사과하지 않고 있다. 참다못한 그의 동료들은 거리에서, 높이 30m의 송신탑에서 사과를 촉구하는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경남 거제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진 뒤 장기기증으로 4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난 고 박병일 정비사(35)의 얘기다.

고인의 동료들은 일하다 죽은 직원의 죽음에 사과하라는, 이 당연한 요구를 외치는 투쟁이 이렇게 길어질 줄 몰랐다.

"직원의 죽음에 대해 진정한 사죄를 하라는 게 이렇게 긴 싸움이 되고,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이건 기본적인 인간의 도리 아닙니까." 고인과 함께 일했던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민주일반노조 김진오 에어팰리스지부장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뒤늦게 병원 찾아온 회사 관계자는 "얼마 원하냐"는 말만
빈소에는 에어팰리스 사장도 선진그룹 회장도 안 와

지난 5월 16일 오전 9시쯤 경남 거제시 거제면 동산리 선자산 인근에서 민간 화물운송회사 헬기 1대가 추락한 가운데 헬기가 파손돼 있다.(경남소방본부 제공)2022.5.16 ⓒ뉴스1

사고는 지난 5월 16일 오전 9시경 경남 거제시 선자산 250m 지점에서 발생했다. 당시 헬기는 숲길 조성사업을 위해 필요한 공사 자재를 산 정상으로 올리는 작업을 하던 중 갑자기 추락했다. 가끔씩 해오던 일이었기 때문에 평소처럼 무난히 자재를 운반하던 중, 갑자기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며 한순간 고꾸라졌다는 게 사고를 목격한 노조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 사고로 헬기에 타고 있던 기장은 병원으로 이송된 직후 사망 판정을 받았으며 부기장은 중상을 입었다. 박병일 정비사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뇌사 판정을 받은 뒤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끝내 숨졌다.

사고 이후 고인의 동료들은 슬픔을 추스를 새도 없이 거리로 나서야 했다. 사측인 에어팰리스와 에어팰리스의 지배회사인 선진그룹 측이 사과도 하지 않은 채 비인간적인 태도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노조에 따르면, 에어팰리스 김진수 사장은 비조합원이었던 기장의 빈소에는 찾아가 예를 갖췄지만 조합원인 박병일 정비사의 빈소는 찾지 않은 채 병가를 내고 잠적했다. 이후 김 사장은 다른 정비사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선진그룹 회장이 나를 업무에서 배제시켰다, 이 사건에서 빠져 있으라고 했다'는 취지로 자신의 상황을 전했다. 사실상 선진그룹이 현재 상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후 선진그룹의 부회장이 빈소를 찾았지만 사과는커녕 '저도 월급쟁이다', '저도 책임(이나 권한)이 없는 사람이다'라는 책임 회피성 발언만 늘어놓았다고 한다. 노조가 사측의 사과를 본격적으로 요구하고 나서야 '그때 내가 조문을 간 게 대표성을 가지고 간 것'이라고 태도를 바꾸었다.

김진오 지부장은 "만일 부회장이 빈소에 왔을 때 '제가 대표로 왔다'는 진정성을 보였다면 유족이나 저희나 이렇게 투쟁까지 했겠나"라며 "그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으니까 당연히 이건 아니다 싶어서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사고가 난 지 열흘 만인 5월 26일, 유족과 고인의 동료들은 거리로 나서 선진그룹 신재호 회장의 사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경기도 김포시 선진그룹 인근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을 시작했다. 대체 휴가를 쓰는 방식으로 파업 투쟁에 나선 이들은 지난 4일부터는 합법적인 쟁의권도 확보했다. 22일 기준으로 이 투쟁은 28일째에 접어들었다.

회사는 왜 직원의 죽음에 사과조차 안 하나
월급 포기한 채 '사죄 촉구' 투쟁 나선 동료들


지난 5월 16일 거제 헬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 박병일 정비사(뒷쪽)와 고인과 함께 일했던 김진오 에어팰리스 지부장의 모습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김진오 지부장은 사고가 난 헬기에 타고 있던 이들과 한 팀으로 움직인 동료였다. 사고 전날 함께 저녁을 먹으며 "이게 거제에서는 마지막 일이니 잘 끝내고 맛있는 거 먹자"고 했던 대화는 고인과 나눈 마지막 인사가 됐다.

헬기에 급유하는 일을 하는 김 지부장은 사고가 난 그날도 산 정상에서 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눈앞에서 헬기가 추락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한 김 지부장은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너무 처참했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김 지부장은 "처음에는 병일이가 꿈에 나타나서 '억울하다', '떠나기 싫다'며 매일 우는 모습을 보여서 정말 힘들었다"며 "그런데 사측에서 이렇게 사과조차 하지 않으니까 제가 힘들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에어팰리스에 처음 노조가 생긴 것도 불과 5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간 정확한 고용 형태도, 임금 내역도 알지 못했을 정도로 회사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된 데다가, 갑작스러운 헬기 매각 소식이 전해지면서 고용 승계 문제가 대두되자 계획보다 서둘러 노조를 결성했다.

헬기 운송회사인 에어팰리스는 주로 지방자치단체와 일정 기간 용역 계약을 맺고 산불 진화 작업을 한다. 이러한 업무 특성 때문에 직원들은 1년 중 절반 이상을 전국 각지로 흩어져 있어 노조를 결성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열악한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고인까지 17명의 조합원들이 모여 지난 3월 말 노조를 만들었다. 그로부터 두 달이 채 되기도 전에 문제의 사고가 났고, 조합원들은 월급도 포기한 채 파업 투쟁에 나섰다. 

사측은 곧바로 탄압에 나섰다. 업무 복귀 명령서를 보내고, 징계위원회를 예고하며 조합원들을 압박한 것이다. 

'생전 처음 해보는 투쟁이 두렵지는 않았나'라는 질문에 김 지부장은 "이건 동료의 죽음이지만, 남의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는 "늘 함께 보고, 함께 웃던 동료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었는데 사측은 기본적인 도리도 안 하고 있다. 만일 내가 죽더라도 마찬가지 아니겠나"라며 "병원에 왔을 때나, 장례식장에서나 사과할 때를 놓쳤다면 뒤에라도 수습할 시간이 충분히 있었는데, 그 기본을 안 하고 이 지경까지 와버렸다는 게 너무 이해가 안 된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징계 협박에 파업권 포기까지, 노조 탄압 나선 사측
결국 고공농성까지 투쟁 수위 높인 노조


지난 19일 오전, 에어팰리스지부 조합원들이 고공농성 중인 전국민주일반노조 김성규 본부장과 "반드시 승리하자"며 함께 구호를 외치는 모습. ⓒ민중의소리

사태가 장기화되자 정치권도 지난 7월부터 중재에 나섰다. 선진그룹이 있는 지역의 국회의원인 더불어민주당 김주영 의원에 이어 민주당 을지로위원회까지 결합했지만 사측의 태도는 더욱 안하무인이었다.

노조의 요구는 간명하다. ① 회사의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고인과 유가족에 사과하라 ② 이번 파업 투쟁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라 ③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이 내용을 가지고 을지로위 측과 사측이 협상에 나섰지만, 선진그룹은 이번 투쟁에 대한 조합원의 징계를 고수했다. 그에 반해 노조는 별도 합의서로 감봉 미만의 징계는 받을 수 있다고 한발 물러섰다.

하지만 사측은 또 다른 조건을 들고나왔다. '파업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담은 각서를 작성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더 이상 협상이 이어질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를 두고 김 지부장은 "우리를 조롱한 것"이라고 분노했다.

김 지부장은 "이제 와서 사과할 테니까 징계받고, 파업권을 포기하라는 것"이라며 "파업권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 아닌가. 정말 안하무인에 적반하장"이라고 날을 세웠다.

김 지부장은 이 모든 행태를 선진그룹의 노조 탄압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선진그룹 신재호 회장은) 노조에는 절대 머리 숙이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들었다. 그래서 (에어팰리스도) 사과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민주노총 소속이라는 이유로 '빨갱이'라고도 한다. 이건 노조 탄압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정치권의 개입에도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가 달라지지 않자, 투쟁의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에어팰리스 지부 설립을 위해 도움을 주고 사건 초기부터 함께 투쟁했던 전국민주일반노조 김성규 경기본부장이 지난 11일 농성장 인근 30m 높이의 송신탑에 올라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김 본부장은 민중의소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틈틈이 스트레칭해서 아직 건강은 괜찮다"며 "어려운 여건을 돌파하는데 필요한 투쟁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른 사람보다는 제가 직접 하는 게 맞지 않겠냐는 생각에서 올라오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지금껏 노조 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사업장을 봐왔지만, 선진그룹처럼 노골적인 노조 혐오를 드러낸 곳은 이례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선진그룹 회장이나 에어팰리스 사장이나 노동자의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기보다는 노골적으로 노조 혐오를 보이는 행태가 참 천박하다고 생각된다"며 "선진그룹은 버스를 2천 대씩 굴릴 정도의 큰 회사다. 이 정도 규모면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본부장은 "회사가 사죄하고 우리가 얘기하는 정당한 요구를 수용하면 저는 곧바로 내려갈 것"이라며 "그게 언제쯤이 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조만간'이 되게 하기 위해 여기 올라와서 싸우는 것이고, 저와 함께 싸우는 동료들이 있으니 조만간 승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진오 지부장도 "죽은 병일이가 살아 돌아올 순 없지만, 회사가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를 해서 유족도, 저희도 굳건히 일상을 찾고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한편, 현재 정부는 조사단을 꾸려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민중의소리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장철민 의원실을 통해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022년 8월 현재 조사 중으로 조사를 완료한 후 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사고조사 보고서를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2023년께 조사 작업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인의 동료들이 선진그룹의 사죄를 촉구하는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에어팰리스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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