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2.08.23. ⓒ뉴시스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은 23일 파업에 돌입한 노동자들에게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 소송’으로 압박하는 행위는 “끔찍한 불행을 낳을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조선해양이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농성을 벌인 하청노동자들을 대상으로 500억 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확산하는 가운데, 송 위원장은 인권위 차원의 대응을 언급했다.
송 위원장은 이날 인권위 업무보고를 위해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했다. 최근 노동 현안과 관련한 ‘인권위의 대처’를 묻는 질문이 두루 나왔다.
인권위는 지난달 박진 사무총장이 옥포조선소를 찾아 물리적 충돌과 농성자들의 건강 악화에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관련해 송 위원장은 “그 전부터 (파업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가 점차 악화되고, 잘못하면 어떤 비극적인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걱정이 심해져서 사무총장이 방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경찰에 공식적으로 공권력 투입 자제를 요청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질의에 “그런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양 의원이 “인권위는 하청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와 원청 간 단체교섭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노동 조건 결정에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보느냐”고 묻자 송 위원장은 “그런 사례가 충분히 있을 수 있다. 미리 제도적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기회가 있으면 표명해 왔다”고 답했다.
“대우조선해양은 한국산업은행이 대주주인 사실상 국영기업이다. 헌법, 노동조합관계법을 지켜야 할 의무는 당연히 있고, 모범이 돼야한다고 생각하는 데 동의하나”라는 양 의원 말에도 송 위원장은 “동의한다”고 했다.
송 위원장은 사측의 고액 손해배상 청구로 하청노동자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동일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국회에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안)이 계류돼있는데, 위원들께서 관심을 갖고 잘 처리해주길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사측의 손해배상 소송과 가압류를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다. 현재 21대 국회는 물론 앞서 19대,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노란봉투법’ 처리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인권위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에게 ‘제4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2023~2027) 100대 핵심과제’를 권고하며 단순 파업 비범죄화 및 파업 손해배상 청구 제한 필요성을 적시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해당 대목에 대해 “(노조의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노동자 자살, 가족 공동체 붕괴, 노조 와해, 노동3권 무력화 우려가 있다”고 부연했다.
송 위원장은 중대재해처벌법 ‘후퇴’에 대해서도 걱정을 표했다. 인권위는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핵심과제’에 중대재해처벌법 보완 필요성을 함께 제기한 바 있다. 송 위원장은 이날도 “중대재해처벌법에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개선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는 오히려 반대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인권위 권고가 무력화되는 거 아니냐’는 민주당 박영순 의원의 말에 송 위원장은 “법이 애당초 제정 취지가 퇴색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희망을 갖고 지켜보다가 필요하면 적절한 의견을 내겠다”고 했다.
한편 송 위원장은 이날 차별금지법(평등법) 제정과 관련해서도 국회의 입법 노력을 촉구했다.
송 위원장은 업무보고 발언 중 “인권위가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국제사회에서 인권 모범 국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있다. 평등법은 우리 사회 모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차별받지 않은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라며 “평등법이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제정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가적 차원의 인권 체계를 규정하고 인권위와 법무부의 인권 기능을 구체화한 인권 정책 기본법 제정에도 관심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