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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일까

2022 펜타포트락페스티벌 현장 ⓒ인천펜타포트락페스티벌 2022
어떤 공연이 좋은 공연일까. 이런 저런 장르의 콘서트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누군가의 팬이라면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공연은 그 자체만으로 좋을 테지만, 모든 사람이 열혈 팬의 마음으로 공연을 보는 것은 아니다.

공연이 좋으려면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콘서트를 여는 뮤지션이 좋은 음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좋은 음악이라는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을 인정하더라도 최소한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곡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곡을 설득력 있게 들려주고 보여줄 수 있는 라이브 퍼포먼스 능력을 갖춰야 한다. 엄청난 팬이 아니어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창작력과 퍼포먼스 능력이어야 함은 물론이다. 당연히 보컬이나 연주자 모두 자신이 연주하는 곡을 안정적으로 실연해야 한다. 사람이니 라이브를 하다 긴장해서 틀릴 수 있지만, 실수는 한 두 번이면 족하다.

무엇보다 콘서트는 음반/음원에 담은 사운드를 그대로 재현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럴 거면 집에서 좋은 스피커로 듣거나 음감회에 참여하지, 뭐 하러 콘서트를 보러오겠는가. 콘서트는 음반/음원에 기록하지 못한 매력을 발산하고 만끽하기 위한 장이다. 그 매력은 대개 무대에 올라 말하고 노래하는 뮤지션에게서 나온다. 뮤지션들 중에는 센스와 깊이 있는 멘트로 관객을 매혹시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수없이 다시 녹음하고 프로그램으로 다듬은 노래와 연주를 귀로만 듣지 않고, 눈앞에서 생생하게 펼쳐지는 목소리와 연주의 생동감과 변화무쌍함을 만끽할 수 있다는 것은 콘서트의 가장 강렬한 매력이다. 콘서트를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해 다시 보고 들을 수 있지만, 현장의 공기까지 재현하지는 못한다. 재현불가능한 단 한 번의 순간이라는 콘서트의 유일무이함은 공연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힘이다.

그래서 뮤지션들은 공연을 위해 기존 곡을 새롭게 편곡한다. 쓰지 않은 악기를 결합시키고, 녹음한 버전보다 길이를 늘린다. 이제는 공연 영상이 소셜미디어에 영원히 남는 시대이긴 하지만, 뮤지션은 공연에서만 들려주기 위해 편곡하고 연습하고 연주하고 노래한다. 그 라이브를 통해 관객들은 이 뮤지션이 얼마나 많이 연습하고 준비했는지 알아차린다. 음악에 대한 감각과 사유가 얼마나 깊고 재기발랄하거나 과감한지 파악한다. 콘서트는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 장르와 스타일, 주제의식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이 얼마나 고심하며 준비했는지 두 시간 동안 숨김없이 보여주는 전시회이다.

자라섬페스티벌 ⓒ자라섬재즈페스티벌 제공

무대 위에서는 아무 것도 숨길 수 없다. 무대는 냉정하고 무서운 공간이다. 자신들이 한 시간 안팎의 음반으로는 다 담을 수 없는 기량과 에너지를 담지한 뮤지션임을 충분히 보여주었는지, 그래서 관객들이 뮤지션의 몰랐던 면모를 알며 놀라고 감동받고 압도당했는지 여부에 따라 콘서트의 성공과 실패가 갈라진다. 잔잔하게 공감을 이끌어내는 공연도 있지만, 그 잔잔함 또한 수없는 고민과 연습의 결과다. 많이 준비하고 연출해도 의도대로 되지는 않을 수 있고, 많이 준비하지 않았더라도 감동적인 무대가 되는 경우도 있지만, 무대 위에서 운을 바라는 일은 무모하다. 관객들이 함께 눈빛과 호흡, 박수와 함성으로 콘서트를 함께 만들어가더라도, 그들의 반응을 끌어내는 것은 기본적으로 무대 위에 있는 뮤지션들의 역량과 책임이다. 그러므로 좋은 공연에서는 멘트 하나도 허투루 준비할 수 없다. 자신이 만들어 보여주고 싶은 공연을 위해 모든 것을 미리 준비하고 상상하고 연출한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서 더 많이 연습하고 준비한다.

어떤 뮤지션은 입담이 좋아 이야기를 듣는 게 즐겁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기억에 남는 콘서트는 역시 토크보다 공연 자체로 감동을 준다. 게스트가 너무 많아 공연 시간이 하염없이 늘어나는 공연 또한 전혀 달갑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아무런 멘트도 하지 않고, 게스트 역시 아무도 없는 공연이 최상의 공연이다. 관객이라도 하염없이 공연에 집중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8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LA'(BTS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LA) 공연에서 멋진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21.11.29 ⓒ빅히트뮤직

그리고 요즘에는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무대 디자인, 영상, 조명, 특수효과 같은 영역을 최대한 활용한다. 이 부분을 잘 준비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비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모든 뮤지션들이 다 무대를 새롭게 디자인하고, 영상을 만들고, 조명 감독의 도움을 받지는 못한다. 대신 최소한 자신의 공연 분위기와 어울리는 공연장을 찾고, 좋은 음향/조명 엔지니어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애를 쓴다. 공연에 집중하기 어려운 공연장, 음향과 조명시설이 형편없는 공연장에서는 감동은 고사하고 빨리 끝나기만을 기다리게 될지 모른다. 화장실 같은 부대시설이나 매표와 안내를 맡은 스태프들의 전문성도 공연의 감동에 영향을 미친다. 행여 불편하고 더러운 화장실, 무례하고 불친절한 스태프를 만나면 공연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분이 상해 버린다. 물론 특정 페스티벌 무대처럼 무대 밖이 엉망진창이어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가 있긴 하다.

세상에는 수많은 무대가 있고, 수많은 상황이 있다. 감동은 주관적이며, 강요할 수 없다. 오늘도 많은 뮤지션들이 제각각 다른 장르와 음악, 스타일과 캐릭터로 노래하고 연주한다. 단 한 번의 감동을 위해 어제의 음악과 결별하고 새로운 음악을 향해 몸을 던진다. 관객들이 받아줄 거라 믿으며. 콘서트는 돌아오지 못할, 간절한 투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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