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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원오 전농 의장 “농민들이 풍년을 두려워해야 하는 게 말이 됩니까”

“물가 잡는다고 애꿎은 농민만 잡고 있어”...대규모 상경투쟁 예고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2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25 ⓒ민중의소리

올해도 농촌에선 풍년이 예상되고 있지만 농민들은 풍년이 달갑지 않다. 한 해 동안 땀 흘려 정성스레 키운 벼를 수확하지 않고 트랙터로 갈아엎고 있는 농민들도 있다. 쌀값이 폭락하자 차라리 수확을 포기하겠다고 항의하는 것이다.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20㎏ 정곡 1포대당 4만2천522원에 그쳐 전년 동기대비 약 24%(1만3천108원) 급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가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해 지난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지난해 수확된 쌀 27만톤을 사들여 ‘시장격리’에 나섰지만 효과를 보지 못한 것이다.

올해 생산된 쌀이 수확돼 시장에 풀리면 쌀값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는 이달 말까지 지난해 수확된 쌀 10만톤을 추가로 사들이는 ‘응급조치’를 부랴부랴 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농민들은 전망하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농민들이 오는 29일 상경해 총궐기를 하기로 한 이유다. 

26일 오전 전남 영암군 군서면에서 농민들이 '쌀값 폭락 규탄! 영암 농민 총궐기대회'를 열고 쌀값 폭락에 따른 대책마련을 촉구하며 벼 갈아엎기 투쟁을 하고 있다. 2022.08.26 ⓒ뉴시스


“쌀값 안정화한다면서 최저가로 쌀 사들이는 정부, 이러니 쌀값 계속 폭락”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하원오 의장은 ‘때늦은 시장격리’와 ‘최저가 낙찰방식(역공매)’ 탓에 정부의 쌀값 안정 정책은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하 의장은 지난 25일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작년에 정부 대응이 늦었다. 작년 10월 15일에는 결정이 돼서 빠르게 수매가를 결정하고 격리해야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올해 초에 격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고 비판했다. 양곡관리법 제16조(가격안정을 위한 양곡의 수급 관리)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기획재정부 장관 및 생산자단체 대표 등과 협의해 지난해 10월 15일에는 수급안정대책을 수립·공표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하 의장은 “그냥 격리했으면 되는 걸 듣도 보도 못한 최저가 입찰제로 하는 바람에 쌀값 안정 효과가 더 없었다”며 “최저가 입찰제다보니 불안한 농민들은 계속 가격을 낮춰 써서 쌀을 내놓게 됐고, 결국은 가장 최저가를 쓴 사람의 쌀만 팔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1차 수매만으로는 쌀값 안정이 안 된다고 해서 2차 수매를 했는데 2차 역시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 더 문제가 됐다”며 “차라리 1차 수매가를 그대로 2차에서도 적용했다면 그나마 괜찮았을 텐데 2차에서도 또다시 최저가를 쓰는 사람의 쌀만 받아주다 보니 쌀값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개탄했다.

이는 ‘쌀 시장’에 앞으로 쌀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잘못된 시그널까지 줬다고 하 의장은 지적했다. 하 의장은 “대규모 식당이나 물류창고를 운영하던 사람들은 쌀은 많이 사두곤 했는데, 올해 같은 경우엔 쌀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하면서 쌀을 사들이지 않았다”며 “쌀값은 내려갈수록 그들에겐 득이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역공매 방식으로 쌀을 사들이다보니 오히려 쌀값이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만들고 있다”며 “정부 방침이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하 의장은 정부가 쌀값 하락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며 분노를 표했다. 그는 “옛날에 7~8명 되는 대가족이 많았던 시절엔 어머니가 혹시라도 식구들이 먹을 밥이 모자랄까봐 밥을 넉넉히 해둔다. 그러다보면 밥이 남기도 할 텐데 그렇다고 자식들이 어머니한테 욕을 하면 되겠는가”라며 “풍년이 들어 전 국민이 먹고 남을 정도로 잘 먹고 잘 살 수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그런데 정부는 남은 쌀을 어쩔 거냐며 농민에게 따지고 있다. 왜 풍년이 들게 했느냐고 농민들을 욕한다면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 아닌가”고 성토했다. 그러면서 “농사를 짓는 사람의 입장에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농민들이 풍년이 드는 걸 두려워해야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2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25 ⓒ민중의소리

정부는 ‘쌀 소비가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쌀이 남아서 가격이 하락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 의장도 “소비패턴이 바뀌면서 어느 정도 쌀 소비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밥심’이란 말은 옛말이 된 것처럼, 밥 대신 빵을 먹고, 빵 대신 고기를 먹는 식으로 소비패턴이 다양화됐다는 것이다. 하 의장은 “고기를 먹는 양과 쌀을 먹는 양이 비슷해질 정도”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하 의장은 “소비가 줄어든 만큼 생산도 줄어들었다”고 강조했다. 농사를 짓는 사람도 그만큼 줄었다며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쌀이 남는다’고 하면서도, 외국으로부터 쌀을 계속 수입해오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꼬집었다.

하 의장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쌀이 해마다 40만8천톤 정도 된다. 우니나라 1년 쌀 생산량이 전체 370~380만톤 정도되는데, 10분 1이 넘는 규모가 수입되고 있는 셈이다. 경상남도 전체 생산량이 그 정도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 딱 한번 40만톤의 수입쌀을 북에 보낸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걸 가지고 아직까지도 ‘북에 다 퍼준다’고 비난하고 있지 않나”라고 개탄하면서 “쌀을 저장하는 비용도 많이 들고 오래 두면 버려야 하기 때문에 남으면 원조에 활용해도 되는데, 정부 입장에선 귀찮은가 보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하 의장은 국내 쌀 생산량만 놓고 보면, 정부의 말처럼 쌀이 남아도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쌀 소비량의 100%를 우리가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91% 정도밖에 안 된다. 만약 수입을 하나도 못 한다면 쌀 소비량보다 쌀이 모자란 수준이다”라며 “그런데 그 91%보다 조금이라도 더 많이 생산되면 ‘밥이 남았다’며 정부가 뭐라고 하고 난리가 나는 실정”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정부가 ‘시장격리’를 한다고 해서 쌀 비축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은 것도 아니라고 하 의장은 지적했다. 그는 “쌀은 공산품처럼 1년 내내 생산되는 게 아니다”라며 “(1년에 한 번 수확하는데) 흉년이 들지도 모르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볼 수 있듯이 (외부적 요인으로) 곡물가가 급격히 오를 수도 있다. 그만큼 쌀 비축이 없으면 안 된다”고 전제했다.

이어 “세계식량기구에서는 보통 4~5개월치 이상, 길게는 6개월치 이상 정도의 쌀 여유분이 있어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우리나라는 2~3개월치밖에 안 된다”며 “석유가 한 방울도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 석유가 수입이 전혀 안 된다면 우린 당장 3개월 정도밖에 못 버틸 텐데, 쌀이 생산되지 않거나 수입되지 않으면 당장 3개월도 못 버틴다는 얘기”라고 꼬집었다.

그는 “게다가 곡물자급률은 20% 정도 밖에 안 된다. 나머지 80%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소, 돼지, 닭 같은 가축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쌀이 많이 생산돼 남는다고 말하는 정부가 이상한 정부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채소 물가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2.08.11. ⓒ뉴시스

“생산비용 증가해서 농산물 가격 올랐는데, 정부는 물가 잡는다고 애꿎은 농민만 잡아”

하 의장은 쌀 가격을 무작정 시장에 맡기는 게 아니라 정부가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의장은 “전자제품을 만들 때 생산비용이 들지 않나. 기업이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반면 쌀의 생산비는 조사를 하기 때문에 다 공개돼 있다”며 “그래서 경매를 하더라도 밥 한 공기에 드는 쌀을 생산하는데 기름값, 비료값, 인건비 등 모두 다 합쳐 250원이 들었다면 거기에 농가 이득을 한 50원 더해서 최소 300원으로 책정하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작정 시장에 맡기다보면 이미 정해져있는 생산단가가 무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대규모 상경투쟁을 하려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은 농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는 셈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 책임을 ‘밥상 물가’에 뒤집어씌우며 농산물가격을 낮추기 위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마늘 TRQ(저율관세할당물량) 운용이다. 마늘재배면적의 감소와 이상기후로 인해 생산량이 감소하며 가격이 상승했지만, 이러한 배경을 고려하지 않고 단기적 가격하락을 위해 1만 톤 수입을 결정한 것이다. 결국 국내 최대 마늘공판장인 창녕농협 농산물공판장에서 중도매인들이 경매를 중단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했다.

하 의장은 “코로나와 전쟁으로 인해 쌀을 뺀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올라갔다. 생산량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로 인해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해 인건비가 상승하는 바람에 농가에선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으니까 농사를 포기해버린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후위기로 인해 굉장히 가물다보니 작물도 엉망이었다”며 “농민들이 아무리 농사를 잘 지어도 하늘이 도와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닭이나 돼지, 소를 키울 때 필요한 곡물 가격이 오르니 육류 가격도 당연히 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 추석 앞두고 무작정 물가를 잡겠다고 무관세로 수입하겠는 게 정부의 정책이다. 그러기 전에 축사농가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먼저 봐야 하는 거 아닌가”라고 성토했다.

하 의장은 정부가 농민들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는 ‘월급 빼고 다 올랐다’며 추석은 대체 어떻게 지내라는 것이냐고 분노하는 전체 국민들한테 욕을 먹는 것보다는 인원이 적은 농민들에게만 욕을 먹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그러니 물가가 올랐다는 소리만 나오면 농산물 물가부터 얘기하는 거다. 이미 정해진 가격으로 시장에 깔려 있는 공산품을 두고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한다고 해서 기업은 말을 듣지 않을 테니 말이다. 애꿎은 농민만 잡고 있는 거다”고 성토했다.

농민의 길 관계자 및 참가자들이 지난 7월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농어업홀대 윤석열 정부 규탄, 농어민생존권 쟁취, CPTPP가입 저지 7.12범국민 대회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2022.07.12. ⓒ뉴시스

 “CPTPP 농산물 개방, 기존 FTA와 차원이 달라...더 큰 문제는 검역권 포기”

정부가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은 농민들에겐 그야말로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CPTPP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경제의 통합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일본 주도로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초대형 FTA’이다. 이에 농어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 의장은 “그동안 각 나라와 체결한 FTA에 의한 농수산물 개방률은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70%대 정도 된다. 그런데 CPTPP에 가입하게 되면 거의 100% 개방된다고 볼 수 있다”며 “역대 FTA와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우려했다. 과거 참여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할 당시에도 농민들은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하 의장은 CPTPP로 인한 농수산물 개방보다도 더 큰 문제는 국민의 건강과 직결되는 검역권을 사실상 포기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CPTPP로 인해 동식물 위생·검역(SPS)의 장벽이 낮아져서 가축 질병 및 병해충을 막기 위해 금지됐던 생과일 및 축산물의 수입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농어민들 사이에서 크다.

하 의장은 “지금도 농산물이 많이 수입되다보니 외국 벌레들이 들어와 사과나무, 배나무 등을 박살내고 있다. 그거 잡으려면 강한 농약을 쳐야 한다”라며 “이런 문제들이 검역의 장벽이 낮아지면 더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장은 특히 일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에 노출된 농수산물이 국내로 밀려들어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농민들뿐만 아니라 어민들까지 CPTPP를 정면으로 반대하고 나선 이유다.

하 의장은 “일본산 생산만 국민들이 거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럼 전체적인 불매가 들어갈 수 있다. 활어고 뭐고 그에 직격탄을 바로 맞을 수밖에 없다”며 “작년에 후쿠시마산이 수입되니 마니 하는 소리가 나오자 노량진 횟집이 아예 문을 닫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된 적이 있지 않나. 그런데 그게 실제로 수입된다고 생각해봐라. 난리가 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건강권을 해치는 검역권 문제는 농민들만 나선다고 해결하기 어렵다. 전 국민이 나서서 제기해야 할 문제다”라며 “이건 광우병 문제보다 더 심하다”고 강조했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2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소회의실에서 민중의소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2.08.25 ⓒ민중의소리

논 갈아엎고 있는 농민들, 대규모 상경투쟁 예고

이처럼 분노한 농민들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사람이 하 의장이다. 하 의장도 창원에서 벼와 채소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이다.

하 의장은 “농민들이 집회나 시위에 잘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들어 ‘억울한데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며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그래서 다음주 상경 집회도 급하게 준비해서 하는 것”이라며 “그만큼 농민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정도로 치솟고 있다. 물가 잡겠다고 수입 농산물을 들여오는 나라는 농민들이 볼 때 나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하 의장은 “올해 11월 중순에 대규모 항쟁이 예정돼 있다. 아마 최고치로 모이지 않을까 싶다”며 “전북과 전남에서 지금 (항의성으로) 논밭을 갈아엎고 있고 있는 실정인 만큼 정부를 규탄하고 압박하는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하 의장은 임기 중에 경매제도 개선, 농민기본법 제정 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하 의장은 부산시농민회장, 전농 부경연맹의장, 한미FTA저지 시애틀 원정투쟁단 전농대표, 전농 조국통일위원장, WTO 각료회의저지 케냐 나이로비 원정투쟁단 단장, 전농 감사를 지냈다. 그는 지난 1월 전농 의장 경선을 통해 당선돼 2년의 임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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