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강타한 기후변화, 이것은 인도주의적 재난

원문:   미 언론 Foreign Policy

             Extreme Weather Is Brutalizing Asia, Mary Yang, 2022.08.24

25일(현지시간) 파키스탄 남부 항구도시 카라치에 폭우가 내린 후 구조대가 침수지역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파키스탄 국가재난관리청(NDMA)은 지난 6월 14일부터 내린 폭우로 지금까지 310명이 숨지고 295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2022.07.26. ⓒ사진=뉴시스

이상고온, 빈번한 가뭄, 집중호우 등의 극단적인 기후 이상으로 올 여름 아시아가 마비됐다. 아시아 여러 산업이 문을 닫으면서 세계적으로 비즈니스가 느려지고 식량 공급 체계가 무너졌으며, 세계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높은 여러 나라와 도시에서 서민의 생활이 뒤틀렸다.

아시아 태평양 국가들이 폭우와 이상 고온으로 예측 불가능한 날씨 패턴을 겪은 지 수 개월이 됐다. 몬순 우기가 8번이나 와 수천 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파키스탄처럼 비가 쏟아지지 않으면,  비가 아예 오지 않아 수력 발전이 불가능해져 심각한 에너지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중국이 일례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중국 중심부에 강력한 산불이 일어나고 있으며, 여러 도시의 산업과 가정이 전기 공급을 위해 의존하는 강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필리핀에선 지난 화요일 강력한 태풍으로 코로나 팬데믹으로 온라인 학습으로 전환했던 학교가 대면 수업을 재개한 지 하루 만에 다시 문을 닫았고, 가장 산업화된 대도시 지역의 정부 건물도 화요일, 수요일에 문을 닫았다. 지난달 초엔 극심한 폭우로 서울에서 도로가 침수되고 산사태가 발생해 서울 주거의 5% 정도를 차지하는 반지하에 사는 한 가족을 포함해 최소한 8명이 숨졌다.

기후 및 수자원 과학자이자 비영리 태평양연구소의 공동 설립자인 피터 글라이크는 “문제는 이상 기후에 가장 취약한 계층이 사회적으로도 가장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이라서 이상 기후의 피해에 대한 회복 능력이 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정상적인 기상 패턴이 무너지면 사람들이 극심한 폭우를 겪거나 반대로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게 된다. 그 중간은 없다. 중국 남부의 도시들, 특히 전력의 80%를 수력 발전에 의존하는 쓰촨성 도시들은 심각한 가뭄을 겪고 있다. 고온과 적은 강수량이 겹쳐 쓰촨성은 이미 일부 기업과 공장에 대한 수력발전 공급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올 겨울이 되면 전기 공급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중국은 작년 가을에도 대대적인 석탄 부족으로 전력난과 장기적인 정전이 발생해 주거지역이 특히 위험에 빠졌다. 열사병이 확산됐고,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속출했다.

올해는 에너지 부족 현상이 그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약한 우기로 강수량이 적었고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저수지에 있는 물마저 빠르게 줄어드는 실정이다. 원래 우기동안 비가 제대로 오기만 하면 전력이 굉장히 저렴하다. 그러나 올해는 양쯔강에서 쓰촨성보다 하류에 있는 모든 지역과 쓰촨성에서 전기를 대대적으로 끌어다 쓰는 중국 동부 지역이 물 부족의 영향을 받았다.

게다가 물 부족으로 전력난이 생기면 산업 생산도 둔화돼 자동차, 비료, 강철 공급이 어려워지고 석탄 등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수력발전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것이 일시적인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상하이에 기반을 둔 경제 컨설팅 업체 란타우 그룹의 데이비드 피시먼은 수력발전이 멈춘 7월과 8월 때문에. 이번 가을과 겨울을 거쳐도 회복이 완전히 이뤄지지 못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우리는 애초에 이런 이상기후를 가져온 기후변화 악화 요인인 석탄 등의 에너지원에 다시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파키스탄에서는 지난 6월 중순 이후 폭우와 극심한 홍수로 최소 900명이 사망하고 95,000여 채의 가옥이 파괴됐다. 파키스탄의 기후변화장관 셰리 레만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것은 심각한 인도주의적 재앙이다. 우리는 매년 장마가 있지만 이런 일은 없었다”고 했다. 시간당 약 3분의 1인치 이상의 강우량이면 폭우라고 하는데 파키스탄 제1도시인 가라치는 한 때 단 몇 시간동안 거의 16인치의 비가 내렸다. 그런 비를 견딜 수 있게 설계되거나 준비된 도시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그 정도의 폭우만 문제인 게 아니다. 특히 동남아시아에서는 그보다 훨씬 적은 비가 가져오는 홍수도 큰 걱정꺼리다. 인도네시아의 농촌 지역이 이미 특히 큰 타격을 입었다. 홍수로 가장 피해를 입는 것은 쌀, 옥수수, 채소 등의 주식이다. 인도네시아 국민의 식량이자 주요 수출품인 이런 작물이 우기 동안 수위가 상승하는 강둑 근처에서 자라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의 기후 전문가들은 올해 산불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뜻밖에도 인도네시아를 괴롭힌 건 심해진 집중호우로 인한 홍수였다. 과거에는 우기가 길어지면 이모작 대신 삼모작이 가능해져 좋았지만, 이제는 그해 농사가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아시아만 기후 위기를 겪는 것은 결코 아니다. 유럽은 예년보다 훨씬 추운 겨울에 대비하고 있고, 지중해 국가들은 최근 몇 달 동안 연이어 치명적인 폭염과 가뭄에 시달렸다. 그러나 아시아는 기후 위기에 대한 대응력이 서로 다른 매우 다양한 계층으로 가득차 있다. 인도와 중국의 인구만 해도 기후 위기에 노출된 사람이 너무 많다. 기후변화의 예측불가능성, 극단적인 기후의 빈도가 증가하면서 농촌부터 대도시까지 그 파장이 미치지 않을 곳은 없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책을 제대로 세운 정부는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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