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락페스티벌은 한국의 전통음악에 기반한 크로스오버 음악 축제 가운데 가장 이름 높은 축제다. 2010년 시작한 여우락페스티벌은 국립극장이 주최한다는 공신력과 국립극장의 안정된 시스템, 페스티벌의 규모와 지속성, 그동안 무대에 오른 이들의 면면으로 믿음을 쌓아왔다. 덕분에 매년 여우락 페스티벌 무대에 누가 서는지에 관심이 쏠리고, 객석에는 빈 자리가 드물다.
하지만 여우락페스티벌의 모든 공연이 예술적 완성도가 높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올해 공연들 중에도 절반 가량은 실망스러웠다. 이는 무대가 가진 필연적인 속성이기도 하고, 여우락페스티벌 무대가 실력이 확인된 뮤지션들만 초대하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조합을 기획해 선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결과일지 모른다.
2022 여우락 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공식 포스터 ⓒ여우락 페스티벌 페이스북 페이지
실제 여우락페스티벌은 음반과 공연 모두에서 뛰어난 성취를 선보인 뮤지션들을 무대에 올리되, 이전에는 함께 하지 않았던 뮤지션들이 협연하는 무대를 자주 선보이곤 했다. 예전에 볼 수 없던 뮤지션들의 조합은 여우락페스티벌에 대한 관심을 북돋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오직 여우락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공연이라면 외면하기 어렵다.
물론 컬래버레이션 공연은 함께 공연하지 않았던 뮤지션들의 도전이기 때문에 준비하는 시간이 많지 않고, 아직 무르익지 않았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화제가 되고 있는 신진 뮤지션이라 초대했는데 아쉬운 공연을 선보일 경우에는 아직 경험이 적어 그렇다고 핑계를 댈 수 있을 것이다. 공연에 대한 평가는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공연의 성공과 실패가 다분히 우연적일 수 있다. 그럼에도 절반 가량의 공연이 아쉬움을 남기고, 매년 비슷한 문제가 계속된다면 질문을 더 깊이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 질문은 특정 뮤지션을 무대에 세우는 것이 적절했는지 만이 아니다. 그해의 예술감독을 맡은 이들의 역량에 대한 질문을 할 필요가 있다. 올해 여우락페스티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우재가 행사를 이끌기 적절했는지에 대한 질문이거나, 올해 페스티벌 준비 시스템과 과정에 대한 점검 차원의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여우락페스티벌은 박우재, 유경화, 원일, 나윤선, 양방언을 비롯한 여러 음악인들이 예술감독을 맡아왔는데, 그 과정에서 예술감독의 지향과 취향에 따라 프로그램의 방향과 출연진이 조금씩 달라졌다. 이는 국내외 다양한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어울리지 않는 출연진이 등장하거나 일관된 흐름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국립극장이 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2 여우락 페스티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왼쪽 네 번째가 박우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외엔 페스티벌 참여 아티스트들이다. 2022.06.08. ⓒ뉴시스
주최측에서 매년 내부적으로 평가를 하고 있겠지만, 전통음악계와 대중음악계에서 매년 여우락페스티벌에 대해 정직하고 냉정한 비평이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축제에 대해 가감 없는 비평을 진행할 지면이 부족하기도 했고, 여우락페스티벌이 의미 있는 시도이기 때문에 애정 어린 시선으로 지켜보려는 마음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평의 부재는 축제 자체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여우락페스티벌이 놓여있는 현실의 근거와 지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회를 미루었다.
바로 지금 한국 전통음악계에서 벌어지는 크로스오버 작업에 대한 점검과 확인, 나아가 전통음악계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이 이뤄지지 않았다. 고래야, 김소라, 니어이스트쿼텟, 동양고주파, 두번째달, 박지하, 블랙스트링, 서정민, 신노이, 신박서클, 악단광칠, 이날치, 이희문, 잠비나이, 정재일, 추다혜차지스 같은 이들이 앞장서고, 고니아, 그레이바이실버, 그루브엔드, 빨간물고기, 배가영, 삐리뿌, 오드리, 해파리 같은 이들이 뒤따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은 전통음악계 안팎의 크로스오버 작업이 매우 활발한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조선판스타’나 ‘풍류대장’ 같은 전통음악 기반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는 이 같은 인식을 확신으로 바꿔준다.
2022 여우락 페스티벌 '여기 우리 음악이 있다' 공연 모습. 2022. 07 ⓒ'여우락 페스티벌' 페이스북 페이지
하지만 올해 여우락페스티벌은 지금 한창 붐업되는 것처럼 보이는 분위기를 낙관해도 좋은지 되묻게 한다. 어쩌면 지금 한국의 전통음악계는 몇몇의 스타와 인기가 만들어낸 허상에 취해있는지 모른다. 크로스오버 음악에 도전하는 이들이 많아지면 그 가운데 좋은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들이 많아질 수도 있겠지만, 그 관계가 반드시 정비례한다고 확신할 근거는 없다.
올해 여우락페스티벌이 아쉬움을 남기며 끝난 이유는 전통음악계 안팎에서 의미 있는 결과물이 충분히 나오지 않았는데, 다수 무대를 꾸며야 하니 설익은 공연들을 성급하게 무대에 올렸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사실 여우락페스티벌에 대해 이 같은 지적이 나온지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 그렇다면 당연히 왜 의미 있는 크로스오버 음악들이 충분히 나오고 있지 않은지 질문해야 한다. 기존 관련 지원 제도나 경연 대회가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지금, 땅을 갈지도 않고 열매를 따려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 전통음악계가 교육 과정에서 전통음악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대중음악을 비롯한 국내외 다른 장르 음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전통을 지키는 일도 중요하지만 전통을 현재와 접합시키는 일도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장르 음악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각자도생하듯 성급하게 시도하는 크로스오버 작업이 튼실한 열매를 맺기는 불가능하다. 이는 대중음악계에도 똑같이 던져야 할 질문이다.
질문이 여기서 그쳐서는 안 된다. 더 많은 질문들이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 침묵과 입 발린 칭찬만으로는 현실을 바꾸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