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이 만든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은 위기 해법 아니다

시민이 없는 성남시의료원

성남시의료원은 전국 첫 주민조례 발의로 설립된 공공병원이다. 원도심 성인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20만명이 공공병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서명에 참여했으니, 시민들의 건립의지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다.

2013년~2019년 모두 1,691억원이 투입돼 수정구 태평동 옛 시청 터 2만4711㎡에 전체면적 8만5684㎡, 지하4층 지상10층 규모로 지어졌다.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공공병원으로는 최고의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으며, 509병상 23개 과를 운영 중이고, 2020년 7월 개원 전부터 코로나19 위기에 대응한 지역거점 의료기관으로서 확진자 입원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공공병원으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성남시의료원임에도 현재 설립 2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안타깝지만, 시민의 기대가 점점 실망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코로나 환자 진료 감소에 따른 재정 악화를 일반진료 활성화로 메워야 하는데, 일반 환자 진료량 증가는 미미한 수준이어서 점점 재정 적자가 커지고 있다.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시의료원 음압병동에서 의료진들이 유리창을 사이로 소통하고 있다. 2022.08.01. ⓒ뉴시스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의 무능

경영진의 무능경영과 원장의 비위 의혹으로 성남시의료원이 흔들리고 있다. 현 경영진의 무능은 다음 사례에서 확연히 드러나고 있다.

첫째, 공공의료에 대한 이해와 경험이 부족한 경영진이 권위적이고 독단적으로 성남시의료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남시의료원을 만든 일등공신인 시민과의 소통은커녕 독선적인 경영방식을 고수하면서 의료진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2022년 21명의 의료진이 성남시의료원을 떠났다. 현재 성남시의료원은 경영진 교체와 조직 혁신이 불가피해 보인다. 공공의료 철학이 있는 경영과 더불어 설립 취지에 맞도록 시민이 병원 운영에 실질적으로 참여하여 인사 및 예산권한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기본적인 병원 운영에 있어서 응급, 외상,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중환자의료, 신생아, 고위험산모 등 긴급하고 시급한 필수의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공공병원 이전에 종합병원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수행하지 못하고, 취약계층을 위한 의료서비스도 부족하게 운영해 왔다.

셋째, 원장의 고압산소 사적 사용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단체가 형사고발(의료법위반, 직권남용, 배임 등)을 했고, 경찰이 압수수색 하는 등 원장의 비위 의혹으로 인해 성남시의료원의 신뢰도가 급격히 추락했다.

‘위탁운영’을 주장하는 신상진 성남시장

성남시의료원은 성남시 원도심의 의료공백을 극복하기 위해 18년에 걸친 성남시민들의 자발적 운동의 성과로 탄생한 공공병원이다. 그런 만큼 성남시의료원은 시민에게 반드시 필요한 공공병원이 되어야 하고, 시민에게 필요한 양질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설립 2년 만에 원장의 비위 의혹과 조직 내부 갈등, 경영 악화 등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틈을 타서 국민의힘 신상진 성남시장은 언론을 통해 ‘위탁운영’을 추진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성남시의료원 민간위탁 반대 기자회견과 시위를 하고 있는 진보당원들. 맨 왼쪽이 최성은 성남시협의회 위원장 ⓒ필자 제공

신상진 시장이 국회의원 시절부터 줄곧 위탁운영을 주장해왔던 바를 잘 알고 있기에 심각한 위기상황으로 인지한 시민사회가 시급히 ‘성남시의료원 위탁운영 반대·운영정상화 시민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기도 했다. 올해 10월 4일부터 15일간 성남시의료원에 대한 성남시 종합감사가 진행될 계획이어서 종합감사 결과가 시장의 위탁운영 추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유심히 지켜봐야 한다.

성남시의료원 정상화에 위탁운영이 해답일 수는 없다. 무능경영과 독선적인 리더십이 경영실패의 원인이다. 무능한 원장과 이사진이 사퇴하고 새롭게 혁신해야 시민이 찾는 공공병원으로 거듭날 수 있는 길이다.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은 지난 6월 “민선 7기 은수미 시장은 시민건강 공약 이행률 29%로 낙제 수준이며, 이행 공약도 대폭 후퇴하였고, 시민이 만들어 온 성남의 공공의료는 무너졌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임 은수미 집행부는 공공의료 확대와 성남시의료원 운영에 실패했다. 18년에 걸친 성남시의료원 설립 역사를 외면했고, 시민사회와 소통하지 않았다. 그 결과는 참담했고,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이 겪고 있다.

신상진 시장의 민간 위탁 시도를 저지하고, 성남시의료원을 시민이 주인인 공공병원으로 다시 세워야 하는 책임은 이제 온전히 시민의 몫으로 남게 되었다. 성남시의료원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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