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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령 통치 경보 ④] “국회법 개정 등 사전·사후적 통제방안 마련해야”

“국회법 개정안, 국정 발목꺾기”라는 권성동, 7년 전엔 딴소리

윤석열 정부 시행령 통치

“법치주의”를 외치며 집권한 정권에서 “법치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른바 ‘시행령 통치’ 때문이다. 시행령은 헌법과 법률의 하위 개념으로, 국회의 영역인 헌법·법률과 다르게 시행령은 대통령의 영역이다. 하지만 시행령은 국회가 만든 법률의 취지를 벗어나면 안 된다는 게 중·고등학교 사회교과서에도 나오는 법치주의의 기본 원리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가 법률의 취지와 다른 시행령 개정을 통해 국가를 운영하려는 모습을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시행령 통치, 이대로 괜찮은 걸까?

① 박근혜 정권 몰락의 도화선 반복되나
② 검찰 수사권 되찾기 위한 무리수
③ 경찰국 설치로, 31년 전으로 회귀?
④ “국회법 개정 등 사전·사후적 통제방안 마련해야”


경찰국 신설과 검사의 수사 범위 확대 외에도, 윤석열 정부는 여러 분야에서 위법·위헌 논란의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윤 정부는 출범하자마자 민정수석실을 폐지하고 그 기능을 법무부 내 신설하는 인사정보관리단에 맡겼다. 법무부 장관이 인사 검증권을 가지고 법무부에 그 담당 기관을 두려면 정부조직법의 개정이 필요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하위법령인 대통령령 개정만으로 이를 추진하면서 위법·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해오던 업무를 법무부에서 하는 것이니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사정보관리단 인사 검증의 핵심 실무를 ‘윤석열 사단’으로 통하는 검사들이 맡으면서 고위공직자 수천 명의 인사와 사법부 고위직 인사까지 검사들이 쥐고 흔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또 윤석열 정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무력화하는 시행령 개정을 추진하려 한다. 최근 기획재정부는 ‘안전보건최고책임자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면 경영책임자로 본다’는 시행령 개정안을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이에, 야당과 시민사회 그리고 노동계 등에서는 이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심지어 장관에 대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 구체적 사건을 통한 위법명령심사 제기 등도 제시된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의회의 권한인 입법 문제를 사법부를 통해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어, 국회의 입법권으로 견제할 방안이 우선시 되고 있다. 민주당 조응천, 장경태 의원 등이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이 대표적이다.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국토위 간사가 올해 3월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개혁법안 실천을 위한 상임위원장 및 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참석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2.03.14. ⓒ뉴시스

“국회, 행정입법 통제할 의무 있어”
조응천 등 국회법 개정안 발의
여권 반발 “국정 발목꺾기” “정부완박”
윤석열 대통령 “위헌소지 많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올해 6월 14일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를 강화하는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법률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시행령에 대해서는 국회가 중앙행정기관장에게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개정안의 골자다.

조 의원은 “입법권을 가진 국회는 헌법기관으로서 행정입법의 내용을 통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행법에 따르면 대통령령과 총리령은 본회의 의결로, 부령은 상임위원회의 통보로 단순히 처리 의견을 권하는 수준에 불과하다”며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거나 회피하는 경우 마땅히 구속할 수단이 없다”고 개정안 취지를 설명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도 8월 24일 비슷한 취지의 국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도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해당 개정안이 발의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위헌 소지가 크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여당도 “정부완박”, “국정 발목꺾기”라며 반발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2일과 14일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이같이 비난하며 “민주당이 혁신을 하고 싶다면, 이런 부끄러운 행동부터 그만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7년 전만 해도 권 원내대표는 국회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었다.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국회법 개정안은 2015년 5월 29일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회

2015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국회법 개정안이 발의된 바 있다. 당시에도 정부가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시행령을 통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이 있었는데, 여당 원내대표가 이를 견제할 국회법 개정을 추진해 압도적인 찬성률(재석 244명 중 찬성 211명, 반대 11명, 기권 22명)로 그해 5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국회법 개정은 좌절됐다. 당시 박 대통령도 “위헌 소지가 크다”고 반발했다.

당시 권성동 의원은 긴급 의원총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지적은 납득할 수 없다”라고 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 역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위헌적 요소가 가감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이 법이 그냥 통과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20년 9월 30일 정책연구용역보고서로 '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 방안'을 냈다. ⓒ국회입법조사처

물론, 시행령에 대한 사후적 통제 방안이 최선은 아닐 수 있다. 대통령제인 미국은 이미 비슷한 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지만,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게 악용되거나 정치적·당파적 수단으로 사용되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입법조사처가 2020년 9월 펴낸 정책연구용역보고서(행정입법에 대한 국회 통제 방안)에 따르면 매우 제한적으로 사용되던 미국의 행정입법 불승인결의는 트럼프 정부 때 남발됐다. 다수 석을 차지한 공화당과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 때 마련된 오바마 케어 등 정책을 ‘규제개혁’이란 명분으로 간편하게 무효화하는 데 사용하는 식이었다.

이런 이유로, 연구용역보고서는 사후적 통제방안 보다는 사전적 통제방안 강화를 제시한다. 행정입법 심사 특별위원회 설치로 심사를 강화하고, 법제사법위원회 소관 업무에 행정입법 검토·평가를 추가하는 방안 등을 통해 사전에 법률의 취지를 왜곡하는 시행령 제·개정을 막자는 것이다. 다만, 이 방안은 사전적 통제 방안이기에, 이미 강행 추진된 시행령을 바로잡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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