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하청인 협력업체 노동자가 산재사고 발생 5일 만에 사망한 가운데, 사측의 사고 축소·은폐 의혹과 고용노동부의 늑장 대응 문제가 제기됐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고용노동부로부터 안전감독 평가를 면제받은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되면서 고용노동부의 부실 안전감독 논란도 예상된다.
1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서울 마포갑)이 고용노동부로부터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1일 오전 7시 15분경 대우조선해양 조립5공장에서 이동식 철제 작업대 작동 중 끼임으로 인한 산재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을 하고 있던 협력업체 노동자 A씨가 좌측 허벅지가 파열되는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5일 만인 지난 5일 오후 끝내 사망했다.
노 의원은 이 사고 처리 과정에서 사측의 사고 축소·은폐 정황을 포착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중대재해 발생시 즉각 노동부에 이를 신고하도록 돼있음에도, 사측은 사고 발생 3일 후 환자의 상태가 위중해지고 나서야 비로소 노동부에 늑장 신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사고 당시 위급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119에 신고조차 하지 않고 사내 자체 구급차로만 이송했기 때문에 효과적 응급처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여부도 확인이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산재를 은폐하고 공상 처리를 하려던 사측의 탐욕이 결과적으로 노동자의 목숨을 잃게 만들었다는 것이 노 의원의 주장이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건 발생 3일이 지난 후 신고를 받았음에도, 이틀이나 더 지난 5일에야 비로소 현장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고용노동부는 당시 재해자의 상태와 정확한 사고 경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노 의원은 지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이미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현장에서의 대응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아울러 노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고용노동부와 안전보건공단이 합동으로 실시한 ‘2021년 조선업 원·하청 안전보건 평가’에서 유일하게 최고 등급인 ‘우수’를 받았다.
고용노동부는 대표적 고위험 업종인 조선업의 안전보건 수준 향상을 위해, 매년 조선업 재해 예방 활동에 대해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안전보건 경영체계 ▲위험성 평가 ▲도급시 안전보건 조치 ▲안전보건 투자 등 6개 지표에 따라 평가하며, ▲우수 ▲양호 ▲보통 ▲미흡 등급으로 나누어 차등관리를 하고 있다. 대상은 노동자 100명 이상인 23개 조선업체의 노동자 11만 2천여명으로, 이는 전체 조선업 노동자 13만 7천여명의 82%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안전보건 평가에서 총점 1,000점 만점에 906점을 받아 최고 안전 등급인 ‘우수’를 획득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올해 안전 평가 감독에서 면제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다. 이번 노동자의 산재 사망사고로 인해 대우조선해양의 노동환경의 위험성과 고용노동부의 안전 평가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특히 끼임 사고는 제조업에서 흔히 발생하는 산재 유형으로서, ‘작업 중 기계 가동 정지’ 등 기본 안전 수칙만 지켜도 충분히 막을 수 있기에 고용노동부가 제때 안전점검만 했어도 사고를 예방했을 수 있다는 것이 노 의원의 지적이다.
노 의원은 “조선업은 전 산업 대비 사고재해율 1.15배, 사고사망만인율 2.0배의 대표적 고위험 업종임에도, 아직도 자행되는 사측의 산재은폐 시도와 고용노동부의 허술한 안전감독으로 인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대우조선해양의 산재 사망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및 즉각적인 특별근로감독 조사를 실시하고, 향후 어떠한 이유로도 근로 및 안전 감독을 면제해주지 못하도록 제도를 즉각 개선해야 한다”고 강하게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