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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민갑의 수요뮤직] 앞으로가 더 궁금한 뮤지션 육오공의 첫 음반

포크 싱어송라이터 육오공 첫 음반 [1집이 아닙니다]

포크 싱어송라이터 육오공의 첫 음반 (1집이 아닙니다) ⓒ큐오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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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을 어지간히 들은 사람은 새로운 음악을 들을 때면 예전에 들었던 음악과 연결하려는 습성이 있다. 이 음악은 어떤 음악과 흡사하다고, 어떤 음악의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계보를 그린다. 아는 체 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그 유사성을 빨리 알아채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기도 한다. 누군가는 포크 싱어송라이터 육오공의 첫 음반 [1집이 아닙니다]를 들으며 똑같은 모습을 보일지 모른다. 육오공의 목소리와 노래의 스타일에서 오열이나 이랑, 혹은 다른 싱어송라이터를 연상하는 일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그런데 이 음반은 싱어송라이터 육오공의 데모 음반이다. 보통 정규 음반을 내기 전에 준비하며 스케치 하듯 만든 음반이다. 육오공이 “1집이라고 하기엔 돈과 시간이 부족하고 ep라고 하기엔 열정과 곡이 넘친다. 그래서 이건 0집입니다. 1집이 아닙니다”라고 스스로 소개한 음반이다. 그는 지난해 혼자 6개월동안 50곡 만들기 챌린지를 하고, 그 지를 자신의 활동명으로 정했다. 그리고 그때 만든 곡들 가운데, 앨범에 넣고 싶은 곡들을 추려 8월 22일 11곡을 담은 첫 음반을 발표했다.

육오공 '록스타'

음반을 들어보면 데모 음반답게 많은 악기를 동원하지 않는다. 피아노, 어쿠스틱 기타, 카주, 클래식 기타 정도의 악기만 사용하는데, 곡마다 두 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하지 않는다. 한 두 악기만 연주한 채 육오공은 노래를 부른다. 데모음반이기 때문에 선택했을 조촐한 편성은 육오공이 노래하는 이야기의 일상성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꾸밈이 거의 없는 편곡은 매끈하고 화려하며 정교한 최근의 음악들 사이에서 푸르고 싱그럽게 흩날린다.

노래의 개성과 생기를 이끄는 주역은 육오공의 보컬이다. 보편적인 대중음악 보컬 교육을 받지 않았을 것 같은 육오공의 보컬은 정직하고 씩씩하다. 멋을 부리는 대신 솔직함으로 돌파하려는 듯한 목소리는 포크의 정신을 육화한 것처럼 진실하고 수수하게 밀려온다.

대중음악에서 보컬의 음색은 장르와 통일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고음을 내지르지 않더라도 노래를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목소리가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는 이유다. 육오공의 보컬은 세상에 길들여진 성인의 목소리가 아니다. 꿈을 버리지 않은 목소리이고, 자신을 감추거나 속이지 않는 이의 목소리다. 표준어의 세계에서 사투리를 버리지 않은 것 같은 목소리는 다른 장르의 노래를 능숙하게 소화할 수 없을지 몰라도, 뮤지션의 노래를 진짜 자신의 이야기라고 믿게 만들어버리는 힘이 있다. 그 힘은 포크라는 장르에서 감동을 만드는 중요한 동력이다.

육오공 '골목대장'

육오공은 ‘니가 날 싫어하는 게 싫어’ 같은 곡에서는 다른 장르로 슬쩍 건너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이 음반에서 가장 인상적인 순간들은 육오공이 소박하고 진솔하게 노래를 불러 제낄 때다.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내 꿈은 록스타”라고 외칠 때, 가족과의 거리를 드러내고, “깊이 끓는 울음을 내뱉”기도 할 때 노래와 노래를 부르는 육오공은 구별되지 않는다. ‘골목대장’의 씩씩함은 어린이 노래처럼 들리는 ‘셋둘하나’로 이어지고, ‘자전거 뒷좌석’의 설렘은 풋풋하게 다가온다. 

누군가는 갈고 닦은 세련됨으로 승부를 걸 때, 누군가는 갈고 닦지 않은 듯한 진솔함으로 승부를 건다. 지금 한국 대중음악은 없는 장르와 스타일이 없을 정도로 풍요롭다. 들을 음악이 없다거나, 뻔한 음악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게으르게 들리는 이유다. 육오공 음악의 진솔함이 뮤지션의 천재적인 재능이나 번득이는 영감, 혹은 갈고 닦지 않은 자연스러움에서만 나왔다고 믿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이렇게 저렇게 해보다가, 그러니까 수없이 쓰고 만들고 노래하고 연주하다가 이렇게 노래하는 방식이 가장 자기답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이 또한 훈련의 결과다.

지금 여기까지 훈련하고 자신을 발견한 뮤지션이 앞으로는 어떤 음악을 들려주게 될까. 육오공은 어떤 1집을 내놓게 될까. 자신의 노랫말처럼 락스타 말고 록스타가 될 수 있을까. 궁금한 게 한 둘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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