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추진비 공개는 정보공개제도의 시행과 함께 발전했다. 정보공개법이 처음 시행된 1998년부터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업무추진비의 전신인 판공비 공개를 요구했었다. 당시 판공비 사용현황을 보면, 집행에 대한 영수증이 아예 없거나 기자나 국정원의 수고비로 현금이 집행되는 등 방만하고 위법적인 사용이 문제가 되었다. 그로부터 24년이 지난 지금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였던 판공비는 업무추진비라는 이름으로 구체적인 집행기준이 마련되었고 집행 내역도 공개되면서 예산 낭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많은 논란과 시민들의 불신을 키우는 업무추진비가 있다. 바로 지방의회 의장단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이다.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을 위해 마련된 경비이다. 2020년 기준 광역의회 평균 2억 5,200만원, 기초의회 평균 7,300만원(출처 : 행안부 제8기 후반기 지방의회 현황)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지만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그 사용 목적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거나 사적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밝혀져 대표적인 예산 낭비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2018년 정보공개센터는 서울시 기초의회 25곳의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분석한 결과 지방의원의 방만한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확인했다.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이 식당에서 사용되고 있으며, 업무추진비 집행목적은 대부분 ‘의정관련 간담회 등’으로만 공개될 뿐 구체적인 목적을 기재하지 않아 업무추진비 집행과 의정활동의 연관성을 확인할 수 없었다. 특히 의원의 해외출장 기간 동안 국내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하거나, 소속 의원들의 등산화와 등산복을 구입하거나, 동료의원이나 의원가족의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등 상식적으로 의정활동과 관련된 집행이라고 보기 어려운 내역들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청구 결과는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정에서 금지하고 있는 사항들이 없다는 이유로 종결처리 되었다.
6·1 지방선거에서 뒤 충북도의회 사무처 직원이 당선자들에게 나눠줄 의원 배지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에도 많은 언론을 통해 전국 곳곳 지방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사적으로 유용되고 있다는 보도가 끊이질 않고 있다. 또한 최근 정보공개센터가 확인한 바로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에 출마한 기초의원이 공식 선거기간에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한 것이 밝혀져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현재 공직선거법상 지방의원이 그 직을 가지고 동일한 지방의회 의원 선거에 입후보하는 경우에는 사퇴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서울시 기초의회 13곳의 의장단 직을 수행한 의원이 지방선거 후보자로 출마하면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인 5월 19일부터 6월 1일 동안 의정활동을 위해 마련된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집행한 것이다. 이 역시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정에서 금지하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규정상으로는 문제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진행되는 선거운동 기간에 업무추진비를 집행해야 할 만큼의 의정활동을 병행할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뿐더러 의원과 선거 운동원의 밥값 계산을 위해 사용되지는 않을지 근심마저 드는 상황이다.
규정도 불분명, 내역도 불투명한 지방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출마하고도 사용하고, 사적 사용도 제한 없어 집행기준과 관리방안 정비 필요
의장단 업무추진비에 대한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는 이유는 바로 업무추진비 집행규정에서 찾을 수 있다.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의장단 업무추진비’(공식명칭은 ‘의회운영업무추진비’이다)와 ‘의정운영공통경비’로 구성되어 있다. 지방의회 업무추진비 집행을 규정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 업무추진비 집행에 관한 규칙’ 해설집에서는 “경비의 집행성격이 지방의회 또는 위원회 명의의 공적인 의정활동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공통적인 경비의 경우는 ‘의정운영공통경비’로, 지방의회 의장‧부의장‧상임위원장의 의정활동 및 직무수행을 위한 제경비의 경우는 ‘의회운영업무추진비’로 집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함”이라고만 명시되어 있다. 지방의회와 소속 상임위원회의 공적인 의정활동과 이를 대표하는 의장단의 의정활동이 어떻게 구분되고 차별되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으며 두 가지 업무추진비의 집행대상과 직무활동 범위는 구분되지 않고 있다. 즉, 의회사무국에서 사용하는 집행기준과 의장단 역할을 수행하는 의원 개인이 사용하는 집행기준이 동일하다는 의미이다. 때문에 의원 본인이나 그 가족 혹은 동료의원의 영업장에서 업무추진비를 집행한다거나 특정 물품을 구매해서 동료 의원들에게 선물을 제공한다든지, 이번에 밝혀진 공식 선거기간에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부분을 금지할 규정이 따로 없는 실정이다.
의장단 업무추진비는 일반 부서나 기관에서 사용하는 업무추진비와 달리 의원 개인이 관리하고 집행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더욱 엄격한 집행기준이 필요하다. 특히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의 직무수행을 위해 집행되는 비용이기에 의원 개인의 의정활동이나 출신 지역구 활동에 집행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상세한 집행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지난 8기 지방의회 기준 전국 234개의 지방의회의 의장단만 총 1,170명이었다. 이번 지방선거로 구성된 지방의회 또한 그 규모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1,170명가량이 재량으로 집행할 수 있는 업무추진비에 대한 집행기준과 관리방안에 대한 새로운 지침이 필요한 실정이다.
더불어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꼭 필요한 예산 항목인지 근본적인 논의도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과거 지방의원이 무보수로 활동하던 시절에는 업무추진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의원은 1인당 평균 연 4,443만원(출처 : 행안부 / 2022년 기준 광역 6,017만원 기초 4,089만원)이라는 금액의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을 받으며 활동하고 있다. 또한 굳이 의장단 업무추진비가 없더라도 의정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집행할 수 있는 ‘의정운영공통경비’가 별도로 준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산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기준과 집행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특히 집행자의 재량권이 작동하는 업무추진비의 경우 더더욱 그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 지금부터라도 의장단 업무추진비 집행을 의원 개인의 윤리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제도를 체계적으로 정비를 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