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살인·조작, 조폭영화 능가하는 볼티모어 경찰의 타락

2022년 8월 제압한 용의자 구타하는 미국 아칸소 경찰 ⓒ사진=뉴시스

편집자주


1980년부터 2018년 사이에 미국 경찰의 폭력으로 사망한 사람이 3만 1천여 명에 이른다. 미국 경찰은 2020년 한 해에만 1127명을 살해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이 세계적인 ‘흑인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을 촉발한 조지 플로이드 살해 사건 이후 발생했다. 미국경찰의 폭력성은 이미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부터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 경찰의 부패나 증거 조작 등의 타락 문제는 미국민에게는 상식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조직폭력배와 결탁해 총과 마약을 팔다가 기소된 볼티모어 경찰의 모습에서 미국 경찰과 치안의 어두운 미래가 보인다는 이코노미스트의 기사를 소개한다. 
 
원문:  How Baltimore became a sad harbinger of the future

지난 7월 14일 죄수복을 입고 마스크를 쓴 스티븐 안젤리니가 한 연방법원의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 비록 현장업무 금지 중이기는 했지만 바로 전날까지 볼티모어 경찰이던 그였다. 그러던 그가 코카인과 처방이 필요한 강력한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코돈을 유통, 판매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보석 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에 소환됐다.

검찰에 의하면 그가 코카인을 받는 대가로 조직폭력배들에게 정보와 처방약품을 제공했고, 추적이 불가능한 미등록 총기와 탄약도 제공하려 했다는 것이다. 안젤리니의 보석 청구는 기각됐다. 담당 판사는 그 이유를 설명하며 “우리 지역사회에서 총기를 소지한 마약상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고 했다.

경찰이 마약과 총기를 거래했다는 사실은 굉장히 놀라운 일이어야 한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이미 5년 전부터 볼티모어에 이런 일이 계속 발생했다. 2017년에 볼티모어 경찰 8명이 구속됐다. 모두 총기 밀수범을 잡기 위해 만들어진 ‘총기 추적 태스크포스’ 소속이었는데, 어느새 이들이 폭력적인 무법자가 된 것이다.

이들은 볼티모어 우범지대에서 (대부분이 흑인 남성인) 수백 명을 불러 세우고 수색했다. 그들은 그렇게 찾아낸 총을 경찰서에 넘겼지만, 돈은 자기네가 가졌고 마약은 중개상을 통해 팔았다. 심지어 체포된 사람들이 인권 침해로 이들을 고발하면 총기와 마약을 그들의 집이나 자동차 등에 숨겨 가짜 증거를 만들어냈다.

경찰 중 6명은 유죄를 인정했다. 2명은 무죄를 주장하며 배심원 재판을 받았다. 둘 다 유죄 판결을 받았다. 그때부터 같은 혐의로 체포되고 처벌받는 경찰이 계속 나왔다.

이미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볼티모어

볼티모어만큼 미국 경찰의 망가진 모습을 잘 보여주는 도시는 거의 없다. 볼티모어는 수십 년째 이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2020년 미국 도시의 살인율이 급등할 때 볼티모어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2015년에 살인율이 치솟아 지금까지 떨어지지 않고 비슷한 수준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그것을 촉발한 것은 잔인한 경찰 폭력과 그것이 야기한 폭동이었다. 2015년 4월 12일 길을 걷던 프레디 그레이라는 25세의 흑인 청년이 경찰을 보고 도망쳤다는 이유로(이것은 불법이 아니다) 수색을 당하고, 칼이 나오자(이것도 불법이 아니다) 경찰이 그를 제압하고 다리로 질질 끌고 가 경찰차에 싣고 갔다(이것은 불법이다).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분명치 않다. 하지만 경찰차가 멈춰 섰을 때 그레이의 척추는 거의 절단돼 있었고, 성대는 뭉개졌으며, 목이 부러져 있었다. 그는 4월 19일 사망했다.

2주 후 그레이의 장례식을 앞두고 볼티모어 시민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 계속 이어지던 평화시위는 하교하던 10대 몇몇이 한 약국을 약탈하면서 급격히 폭동으로 변했다. 그날 밤까지 도시 전역에서 건물이 불탔고 수백 개의 가게가 약탈당했다. 연평균 200건 정도로 60만 인구 치고는 안 그래도 높았던 볼티모어의 살인율은 그 후 급증해 2015년에만 거의 350건의 살인 사건이 있었다.

강력범죄의 급증은 예측된 결과

총기 폭력을 연구하는 존홉킨스 대학교의 다니엘 웹스터 교수는 이것이 예측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불타는 건물을 보며 암담한 날이 굉장히 오랫동안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에 참담한 심정이었다고 한다. 보통 폭동 이후에 폭력범죄가 증가한다. 1968년 마틴 루터 킹이 살해됐을 때도 그랬다. 왜 그런지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잡아들이는 경찰 방침의 실패 때문이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2015년 이전 수십 년 동안 볼티모어 경찰은 무관용 원칙을 고수했다. 경찰은 우범지역을 덮친 후 대부분의 사람들을 수색했다. 일례로 2003년에는 한해에만 11만 명이 넘는 사람이 체포됐다. 대부분은 아무런 혐의 없이 풀려났다. 이런 전략은 폭력을 감소시켰다. 문제는 그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을 체포하거나 많은 총을 찾아낸 경찰은 인권침해 혐의를 받아도 아무런 조치 없이 일을 계속 했다. 볼티모어 검찰은 신뢰성이 낮아 증인으로 소환할 수 없는 경찰의 명단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볼티모어 시민과 경찰의 관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그렇게 수십 년 동안 쌓인 경찰에 대한 분노와 불신이 2015년에 폭발한 것이다. 그런데 경찰은 사과 대신, 맡은 임무를 한다는 이유로 미움의 대상이 됐다며 오히려 불평을 늘어놨다. 경찰에 대한 볼티모어 시민, 특히 흑인 시민의 신뢰는 더 낮아졌다. 범죄를 목격하거나 총소리를 들어도 신고하는 사람이 줄었고, 정보를 주는 등 경찰에게 협조하는 사람도 줄었다. 그래서 강력범죄가 급증했다.

무책임한 경찰의 강경전략은 단기적으로 범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경찰과 지역사회 간의 골이 깊어진다는 것을 볼티모어가 여실히 보여줬다. 2020년 이후 많은 도시에서 같은 일이 벌어졌다. 2020년 여름 미니애폴리스에서 조지 플로이드가 주변 사람들이 말렸음에도 백주대낮에 경찰에게 살해되자, 5년 전 볼티모어가 경험한 소요가 전국적으로 일어났다. 때로는 대대적인 시위가 폭력 시위로 확산돼 건물이 불타고 경찰이 폭행당했다. 그 결과도 비슷했다. 폭력이 일상이 된 경찰이 형사처벌을 두려워해 위축되는 동시에 흑인과 다른 소수 인종은 경찰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이 적어졌다.

경찰의 신뢰 회복이 가능할까

경찰과 지역사회의 관계가 회복될 수 있을까? 7년이 지난 지금도 볼티모어는 갈 길이 멀다. 연방법원의 결정으로 개혁을 위한 모니터링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부패 사건으로 기소되는 볼티모어 경찰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볼티모어 경찰청장인 마이클 해리슨은 “우리는 완전히 달라졌다”고 주장한다. 모든 경찰이 ‘도덕적인 경찰이 용감한 경찰이다’ 프로그램을 통해 인종차별 교육과 위험한 상황에 대처하는 교육을 받았고, 경찰의 바디 카메라 착용이 의무화됐다. 경찰이 지역 주민과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으며, 내부 감사부서도 개혁됐다. 볼티모어 경찰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기는 한 것 같다.

분위기가 좋을 때에도 경찰 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경찰이 사직하고 살인율이 하늘을 찌를 때 경찰을 개혁하는 것은 해리슨 경찰청장의 말했듯이 비행하면서 비행기를 만드는 것과 같다.

일부 경찰이 회의적이라는 것도 도움이 안 된다. 한 전직 경찰이 사람들이 흥분한 상황에서 긴장감을 낮추는 교육을 받을 때의 일을 얘기해 줬다. 정신병이 있는 여성이 등장하는 시나리오였는데, 강사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묻자 한 경찰이 “테이저건으로 쏴요!”라고 외쳐 모두가 웃었다는 것이다.

해리슨 경찰청장마저 경찰 문화를 바꾸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지만 그는 불평불만이 있는 경찰들이 옛날 방식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했다.

그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경찰 비판에 앞장서 온 활동가 레이 켈리는 흑인들이 인내심의 한계에 도달하는 듯하다며 걱정했다. 그의 사무실은 북미에서 가장 큰 노천 마약시장이 있는 거리의 모퉁이에 있다. 그래서 마약거래상들이 하루 종일 큰 소리로 호객행위를 하며 헤로인을 파는 것을 듣는다고 한다.

경찰이 폭력에 의존하던 때로 돌아가려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볼티모어의 민주당 시장 브랜든 스캇은 “인종차별적이고 시대에 뒤떨어진 정책은 통하지 않는다”며 자신이 과거로 돌아가려 한다는 것을 부인한다. 그런데 그러던 그가 7월 볼티모어 경찰청의 2인자였던 안토니 바크스데일을 공공안전 부시장으로 임명했다. 2017년에도 경찰 개혁이 경찰에게 수갑을 채운다고 불평했던 바크스데일 말이다.

치안 유지와 경찰 개혁에 관한 논쟁은 가열되고 있으며, 이는 오는 11월에 열리는 중간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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