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민주 뜻 모은 ‘노란봉투법’ 발의, 국회 환노위 상정

대우조선 470억 손배소에 ‘노동자, 현실적으로 갚기 쉽지 않아’ 밝힌 고용부 장관

정의당 이은주 의원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노란봉투법’발의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2022.09.15. ⓒ뉴시스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사용자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막을 ‘노란봉투법’ 입법 여론이 고조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권 의원들이 합심한 ‘종합판’ 법안이 나왔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자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인 이은주 의원은 15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 일명 ‘노란봉투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21대 국회에서 같은 취지로 발의된 7개의 관련 법안보다 최다수의 의원들이 공동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고, 특수고용 등 간접노동자까지 근로자 범위를 확대하며 노동쟁의의 대상을 넓힌 점이 특징이다. 그간 쟁점이 된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다룬 것이다.

이 의원은 “최근 노동 현장의 손해배상 소송은 하청과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하청업체에 노조가 생기면 싹을 자르기 위해 원청 기업 측이 손해배상 소송을 남용하는 것”이라며 “변화된 노동시장의 현실에 맞게 노동시장의 약자라 할 수 있는 하청과 특수고용, 플랫폼 등 비정형·간접노동자들의 노동 3권이 보장되도록, 근로자와 사용자의 정의를 확대하고자 했다”고 법안을 설명했다.

또한 “근로계약상 사용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원청에 대한 파업이 시작부터 불법으로 낙인찍히는 일이 없도록, 원청기업에 대한 교섭과 쟁의가 가능하도록 했다”며 “노동쟁의를 근로조건 및 노동관계 당사자 사이 주장의 불일치로 발생한 분쟁상태로 규정해 현재 임금 및 근로조건만으로 좁게 해석되고 있는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혔다”고 말했다. 현행법상 정리해고에 반대하는 파업은 불법이지만, 이를 정당한 쟁의의 범위에 들어가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이 의원은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직접 손해를 제외하고는 단체교섭, 쟁의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노조 또는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또는 가압류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다”며 “쟁의행위가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를 신청할 수 없도록 했다”고 부연했다.

이 의원의 법안에는 정의당 소속 의원 6명 전원과 민주당 소속 의원 46명 등 총 56인이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렸다. 국민의힘 소속 의원은 단 한 명도 법안 발의에 동참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재산권을 침해하고, “불법 파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대우조선해양 거제·통영·고성지회 김형수 지회장,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 이상규 지회장 등이 참석했다. 모두 노동권을 인정받기 위한 투쟁 중 사측이 제기한 수십, 수백억대의 손해배상 청구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다.

김형수 지회장은 “야만의 시대를 정리하고 제대로 된 노동이 가치 있게 평가받는 사회가 되기 위해 법안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 의원도 “선진국으로 도약한 대한민국에서 노조를 하고 쟁의하는 것은 여전히 목숨 내놓고 인생 거는 일이 되고 있다”며 “이 비극을 끝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이 국회 논의 과정에서 경영계의 반발을 반영해 후퇴한 점을 상기하며 “계속해서 아쉬움이 이어지는 개악 의도 부분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뼈 있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9.15. ⓒ뉴시스

고용부 장관 “합법적 쟁의 가능하도록 서로 노력해야”

노란봉투법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회 환경노동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이 의원이 대표발의한 안을 포함해 노란봉투법을 상정했다. 회의에 출석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여야 쟁점 사항인 만큼 노란봉투법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최근 대우조선해양이 파업에 참여한 하청 노동자들에게 470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점은 과도하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대우조선이 노동자들에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노동자들이 합리적으로 갚을 수 없는 돈이라는 것을 아느냐’는 민주당 이학영 의원의 질의에 이 장관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말 손해배상을 받아야겠다는 의지보다는 아예 노조 싹을 자르겠다는 취지 아닌가. 못 받을 돈을 청구한다는 건 정치보복이고, 탄압이고, 정상적인 노동운동을 방해하는 것”이라는 이 의원의 말에 이 장관은 “그렇게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장관은 노란봉투법에 대해 “위헌의 소지는 없는지, 사법 체계상 모순되는 건 없는지, 우리나라 노사관계 시스템 전체를 봐야 한다”며 “무분별한 손해배상 가압류 청구가 문제가 되는 것이고, 그 이전에 원인 행위로서 합법적인 쟁의가 가능하도록 서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장관은 외국의 사례를 포함해 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 유형을 분석하고 있다며 “국회 입법 논의에 차질 없도록 빠른 시일 내에 보고드리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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