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하승수의 직격] 민주당의 정치개혁 선언, 이번엔 진심이라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지난 4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의 정치개혁 의제 거부 규탄 및 농성 시작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대선을 앞둔 2월 27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국민통합을 위한 정치개혁안’을 만장일치로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 내용을 보면, ‘국민통합 국회’를 위해 선거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겠다는 것이 핵심으로 포함되어 있었다.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실질적 다당제를 구현하고 다양한 민심을 받들겠습니다. ①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권역별 비례대표제, ②지방선거에는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 등 비례성을 대폭 강화해 세대, 성별, 계층, 지역 등 다양한 민심이 반영되는 선거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약속을 한번 어긴 민주당

그런데 이 약속은 몇 달도 안 되어 깨졌다. 지방선거에서 3인 이상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하기는커녕, 2인 선거구로 쪼개기를 하는 사태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시·도의회에서도 벌어진 일이다.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투표율이 2018년 지방선거에 비해 10% 가까이 떨어졌고, 무투표 당선자가 508명에 달했다. 지방선거의 승자는 ‘국민의힘’이었다. 민주당이 약속했던 정치개혁의 진정성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졌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일인 1일 서울 구로구민회관에 마련된 구로제5동제4투표소에서 한 시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2.06.01 ⓒ민중의소리

그 이후 민주당은 정치교체위원회를 구성하고 8월 28일 열린 제5차 정기전국대의원대회에서 국민통합 정치교체 결의안을 93.72%의 찬성률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에는 내년 4월까지 선거법을 개정하고 국회의원 특권을 내려놓는 제도 개혁을 마무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선거에서의 유불리에 상관없이 정치개혁을 이뤄내겠다는 약속도 담겼다.

그러나 과연 이번에는 민주당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또다시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전략이 없다. 지금 국회에 구성되어있는 정치개혁 특별위원회의 구성결의안을 보면, 도대체 민주당이 내년 4월까지 어떤 전략으로 선거법 개정 등을 이뤄내겠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남인순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공동취재사진) ⓒ뉴시스

지난 7월 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을 보면, “특별위원회에 법률안 심사권을 부여하되, 안건은 여·야 합의로 처리한다”라고 되어 있다. 한마디로 ‘국민의 힘’이 반대하면 안건처리를 못 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은 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준연동형이라는 반쪽짜리 선거법 개정안이라도 통과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의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합의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패스트트랙도 가능했던 것이다.

게다가 현재의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선거법뿐만 아니라, 국회의장단 선출 규정 정비, 예산·결산 관련 심사기능 강화, 상임위원장 배분 방식, 상임위원회 권한·정수 조정,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제도 보완 등 온갖 사안을 다루도록 되어 있다. 이런 사안들을 내년 4월 30일까지 ‘국민의힘’과 합의해서 처리하겠다? 는 발상 자체가 너무 어이없는 것이다.

한마디로 민주당의 정치개혁은 말뿐이고, 전략도 없어 보인다.

정치개혁의 내용도 제시못해

둘째, 내용이 없다. 국회의원 특권폐지의 내용도 제시되지 않았고, 선거법 개정의 구체적인 내용도 무엇인지 알 수가 없다.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하겠다면, 국회의원 ‘반값연봉’과 예산낭비 근절, 국회 내에 독립적 감사기구 설치 등 전면적인 국회개혁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의석을 300석에서 360석 정도라도 늘리는 데 국민동의를 받을 수 있다. 현재의 300석으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제대로 도입하기는 어렵다는 것은 이미 드러나지 않았는가?

물론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한다고 해도 의석을 늘리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 국민들의 국회에 대한 불신이 그만큼 강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재의 300석으로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 그것은 덴마크, 스웨덴이 하는 순수 비례대표제를 권역별-개방명부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현재의 소선거구 방식의 지역구를 없애고, 시·도를 기본으로 권역을 나눠서 각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명부를 내는 것이다. 그리고 유권자들은 정당만 고르는 것이 아니라 후보까지 고르는 것이다. 가령 8명의 지역구 의원을 뽑는 광주광역시를 하나의 권역으로 해서 각 정당이 후보명단을 내고, 유권자들은 지지하는 정당을 고르고 후보도 고르는 방식이다.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국회 사무처에서 21대 국회의원 뱃지를 공개하고 있다. 2020.04.13 ⓒ민중의소리

그래서 해당 권역의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각 정당에게 배분하고, 그 정당에서 누가 국회의원이 되는지는 유권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가령 민주당이 광주권역에서 정당득표율대로 계산해서 5석을 얻었다면, 민주당이 광주권역에서 제출한 후보명단 가운데 유권자들의 선택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1등에서 5등까지가 국회의원이 되는 것이다.

현재의 지역구 253석을 권역별 비례대표 방식으로 뽑고, 47석의 비례대표 의석은 이렇게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뽑았을 때에 나타날 수 있는 문제를 보완하는 ‘보정의석’으로 사용하면 된다. 예를 들어서 권역별로 나누게 되면 10% 이하를 받는 소수정당은 권역에서 의석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는데, 그런 정당은 보정의석을 통해서 의석을 배분받으면 되는 것이다.

민주당, 진정성을 보여야

어쨌든 민주당은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소선거구 지역구선거를 하되, 충분한 비례대표로 정당득표율과 의석을 맞추는)를 할 것인지, 아니면 덴마크·스웨덴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할 것인지 입장을 밝혀야 한다. 아니면 또 다른 대안이라도 밝혀야 한다.

민주당이 지금처럼 전략도 없고, 내용도 없으면서 정치개혁을 하겠다는 약속만 한다면, 그것은 다시 한번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지난 2월 27일 민주당 의원총회 후에 민주당 원내대변인이 밝힌 입장문에 이런 내용이 있다.

“민주당은 김대중 대통령님과 노무현 대통령님,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님까지, 지속적으로 정치개혁을 외쳤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지 못한 것도 사실입니다. 국민들께서 정치개혁에 대한 진정성을 의심하신다고 해서 억울해할 수 없는 상황임을 우리 당 스스로 잘 알고 있으며, 깊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입장문에서도 스스로 인정한 것처럼, 국민들은 정치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그 의심이 확신이 되는 순간 민주당은 또다시 부메랑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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