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각 20일로 예정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가 0.75%포인트 오르는 자이언트 스텝이 예고된 가운데 울트라 스텝(금리 1.00%포인트 인상)이 등장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모아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최근 여러 차례 “물가를 잡기 전까진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성 발언을 쏟아낸 것을 감안하면 울트라 스텝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그런데 미국의 이런 금리 인상 기조에는 전 세계 민중들의 고통을 전제로 자국의 물가를 잡겠다는 이기적인 의도가 깔려 있다. 최근 미국의 가파른 금리 인상은 강달러를 넘어 킹(King)달러 현상을 유발한다. 미국은 전 세계 모든 자금이 미국으로 빨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속도로 금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킹달러 현상이 계속되면 수입 물가가 떨어져 미국은 당연히 물가를 잡을 수 있다. 클리블랜드연방은행 분석에 따르면 미국 달러 가치가 1% 높아질 때마다 미국 수입 물가는 0.3% 낮아진다. 이미 올해 들어 달러 가치는 10% 이상 높아졌다.
문제는 그로 인한 고통을 전 세계 민중들이 나누어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최근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를 오르내릴 정도로 강달러에 고전 중이다. 수입 물가가 치솟아 국내 물가를 잡는 것이 더 요원해졌다.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보유주식 비중은 30%대로 급락했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공통적으로 겪는 고통이기도 하다. 즉 미국은 기축통화 보유국이라는 무기를 휘둘러 전 세계에 인플레이션을 수출하면서까지 자국의 물가만을 안정시키려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은 기축통화인 달러는 마구잡이로 찍어내며 위기를 벗어났다. 이번 전 세계적인 물가 상승 국면에서 미국은 의도적으로 킹달러 시대를 조장하며 또다시 자국만 위기를 넘기려 하고 있다.
세계 경제의 어려움은 나 몰라라 하고 자국의 이익만 챙기는 국가의 화폐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릴 자격이 없다. 미국이 이번 물가 인상 국면에서 다시 한 번 세계를 배신했다는 점을 우리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