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난마돌이 우리나라 인근을 지나간다. 힌남노가 할퀴고 간 상처와 피해가 엊그제인데 복구가 완료되기도 전에 올라오는 대형 태풍 소식에 걱정이 적지 않다. 늦여름부터 시작되는 태풍 소식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기후위기의 영향으로 위협이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의 기후물리연구단에 따르면 대기중이산화탄소 농도에 따라 태풍의 위력도 달라진다고 한다. 그 농도가 2배로 증가하면 강력한 태풍이 발생할 확률도 50% 증가한다는 것이다. 즉 바다가 따뜻할수록 태풍은 단순한 자연재해가 아니라 점점 지구를 집어삼킬 괴물이 되어 인간을 노리게 된다.
인간의 욕구로 인한 무분별한 탄소 배출이 지구온난화를 낳고, 지구온난화가 다시 강력한 태풍을 형성하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나아가 그 피해는 지난 신림동 반지하 침수 사태 등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광범위하고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이처럼 기후위기는 어느새 사회불평등까지 더욱 확대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래서 기후위기는 언젠가부터 기후정의로 불려지기 시작했다. 전 지구적 위기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인종, 성별, 장애유무, 나이 등의 정체성이나 사회적 지위에 관계없이 평등하게 그 권리를 보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다.
9월 2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기후정의대행진이 펼쳐진다. 무분별한 탄소 배출을 통해 막대한 이윤을 누렸으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재벌 등에게 국민의 경고를 전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될 예정이다. 실제로 2021년 녹색연합의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0대 그룹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내 전체의 36%(20202기준)를 차지했다. 한국전력공사를 포함해 11개 그룹으로 늘리면 64%까지 치솟는다. 탄소 배출의 가해자가 과실만 먹고 해결은 나 몰라라 하며 방기하는 사이 힘없는 피해자가 속출하는 재난의 불평등은 당장 중단되어야 한다.
기후위기가 전 지구적 문제라고 해서 느긋하게 있거나 형식적으로 대처해서는 안 된다. 이미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세계 9위를 차지해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늦었다고 생각 말고 정부와 시민사회, 국민 모두가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9월 24일 진행될 기후정의대행진은 지금 여기의 생존과 후세대의 미래를 같이 생각하는, 모두를 위한 행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