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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갤노트10 플러스의 석연치 않은 ‘수리 불가’

최신폰 구매 유도 의혹…한국 역차별 논란도

갤럭시 노트10 자료사진 ⓒ뉴시스


지난 15일 서울 시내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A 지점을 찾았다. “갤러시 노트10 플러스 수리가 가능하냐” 물었더니, “메인보드 재고가 없어 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부품이 언제 입고될 지 알 수 없다”는 친절한 설명도 이어졌다.

최근 온라인커뮤니티에 ‘갤럭시 노트10 플러스 수리를 못 하고 있다’는 글이 자주 눈에 띄었던 터라 확인차 들른 자리였다. 나머지 센터도 상황은 비슷했다. 전국 삼성전자 서비스센터 부품 현황을 문의했더니 “메인보드 재고 0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비자로선 황당한 일이다. 핵심 부품 재고가 없어 수리가 불가능하다. 폰이 없으면 당장 생활이 안 되니, 마냥 기다릴 순 없는 처지다.

서비스센터 대응은 의구심을 자아낸다. A 지점 엔지니어는 “재고가 들어와도 수리 비용이 30만원 정도 나온다. 새 폰으로 바꾸는 게 낫다”고 안내했다. 폰 교체를 권장하는 느낌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 ‘부품을 단종시켜 신제품 구매를 유도하려는 게 아닌가’라는 반발이 나오는 이유다.

최신폰 구매 유도 의혹…환급금은 무마책

갤럭시 노트10은 삼성의 대표 ‘플래그십’ 모델이다. 역대 플래그십 중에서도 디자인과 성능 모든 면에서 호평받는다. 2019년 8월 출시 이후 3년이 지난 지금도 부족함이 없다는 의미의 ‘현역’으로 평가된다. 한국에서 역대 최단기간에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으며, 세계 시장 판매 1위를 기록했다.

출시 3년 차를 맞은 노트10 플러스는 메인보드 교체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다. 3년 정도 사용하면 충격이 누적되고 습기 노출이 반복되면서, 접합부가 떨어지거나 녹이 슬고 부식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점을 들어 “부품 수급에 문제가 있다”고 설명한다. 교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일시적으로 발생한 문제이지 고의로 부품을 단종시킨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문제가 된 부품은 메인보드다. 스마트폰 구성에 있어 필수 부품이다.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주요 부품이 연결되는 회로다. 액정이나 카메라 렌즈가 깨진 경우를 제외하면 고장 원인 상당수는 메인보드에서 발생한다. 메인보드는 사후서비스(AS)를 위해 최우선으로 확보해야 할 부품이라는 뜻이다. 삼성은 단순 수급 문제라고 하지만, 결국 ‘플래그십 모델 핵심 부품의 교체 수요조차 예측 못해 AS에 문제가 생겼다’는 뜻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실제 ‘수요 예측 실패’인지도 의심스럽다. 노트10 플러스 메인보드 재고 부족은 공급이 더딘 정도가 아니라 생산이 멈춘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에 따르면, 전국의 공식 서비스센터가 확보한 노트10 플러스 메인보드 재고는 15일 현재 ‘0’개다.

노트10 플러스와 같은해 출시된 노트10 역시 메인보드 수급이 원활해 보이지 않는다. 메인보드는 새로 생산한 일반형(A급)과 수리 과정에서 회수한 부품을 새 품질과 유사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리퍼형(R급)이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재 서비스센터에서 수리에 쓰이는 노트10 메인보드는 모두 R급뿐이다. 부품 생산이 중단된 것 아니냐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1~2년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소비자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다 아는데, 그렇게(생산중단) 하겠느냐”면서 “최근 여러 사정으로 공급망 관리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공급망관리(SCM)에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대부분 해결됐는데, 노트10은 아직 부품 수급난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10 플러스 ⓒ삼성전자

“해외에선 문제없다”는 삼성…국내 소비자 역차별했나

의아한 것은 해외 시장에선 이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외국에서는 수리용 메인보드 공급이 원활하다. 제품 생산 공급망은 권역별로 형성되는데, 한국에서만 메인보드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조달하는 데 차질이 생겼다는 게 삼성전자 설명이다.

삼성전자가 부품 수급난 해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 한국 공급망에 문제가 있다면, 외국에서 생산한 메인보드를 들여오면 될 일이다. 재고 부족 문제를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

소비자 불만이 커지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급망을 활용하기보다 한국 내에서 수급난 해소 방안을 찾겠다는 입장이다. 당분간 수급난이 해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국내 소비자 서비스 마인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사무처장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플래그십 모델 부품을 하나도 채비하고 있지 않다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품을 일부러 단종시켰다고 의심할만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2019년 8월 7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바클레이스 센터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언팩 2019’ 현장. ⓒ삼성전자

부품 안 만들어도 소비자 속수무책…제도 개선 필요

삼성전자가 현행 소비자 보호 제도를 교묘하게 이용한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현행 규정상 스마트폰 부품 보유 기간은 4년이다. 제품 수명이 다하기 전까지는 부품을 제공해 수리가 가능하도록 하라는 것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취지다. 노트10 플러스는 부품 보유 기간이 1년이 남아있다.

삼성전자 일부 서비스센터에선 이 규정을 바탕으로 환급금을 안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환급금은 스마트폰 구입 가격에서 사용 연수에 따라 감가상각을 한 뒤, 일부 금액을 더해 돈으로 돌려주도록(환급금)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에는 서비스센터에서 환급금을 안내 받았다는 글들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개통한 지 3년이 안 된 한 사용자는 서비스센터로부터 12만원의 환급금을 안내받았다고 설명했다. 새 폰을 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스마트폰 부품 보유 기간과 관련한 소비자 보호 제도를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강조된다. 부품 보유 기간은 의무가 아니다. 말 그대로 분쟁 시 합의 기준이다. 회사는 기간 내 부품을 보유하지 않은 경우 소비자에 환급금을 주면 된다. 문제는 회사가 부담하는 환급금 금액이 낮아, 부품 보유 기간을 지킬 유인이 안 된다는 점이다. 환급금을 부담하더라도 부품 생산 비용을 아끼고 최신 제품으로 유도하는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회사가 부품 보유 기간을 어겨도 제재 수단이 마땅치 않다.

박순장 사무처장은 “소비자분쟁해결기준상 환급금은 보상이라고 할 수 없는 수준으로 적다”며 “100만원은 기본이고 200만원짜리 모델이 등장할 정도로 스마트폰이 고가 제품이 된 만큼, 스마트폰 제조사가 부품 보유 기간을 준수하도록 제도를 실효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부품 보유 기간을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제조사가 부담을 느낄 정도의 과징금 처분이 있어야, 원활한 수리 부품 공급한 적극적인 대응을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향후 제품 사용에 불편함이 없도록 부품 추가 공급 등 수급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수급난 해소 시점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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