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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핵우산 강화는 이미 실패한 전략

한미 간 외교·국방 차관급 억제전략협의체 회의(이하 EDSCG)가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렸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공식 출범한 EDSCG는 2018년 3월 남북 화해 분위기에 따라 중단되었다가 4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양국은 공동성명을 통해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 전술핵 또는 핵 공격에 버금가는 생화학 공격 등이 발생할 경우 전면적 핵 반격을 약속했고, 한미는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도발 전후에는 전략자산의 적시 전개를 정례화하기로 했다. 당장 이번주 후반에는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이 부산에 입항해 동해에서 훈련을 진행하는데, 미 항공모함 전대가 한국군과 연합훈련에 나서는 것도 2017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이번 회의 결과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군사동맹이 공세적 태도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부는 이번 성명이 지난 8일 북한 최고인민회의에서 결정한 핵무력 정책 법제화에 대한 대응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북한의 '법제화'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큰 차이가 있었으리라 보기는 어렵다. 윤석열 정부는 한미군사동맹에 최우선적 가치를 부여해왔고, 중국을 포위·견제하려는 미국은 한국을 앞세울 필요가 있었다. 이번 회의에서 EDSCG를 "인도·태평양 지역 내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정책적·전략적 사안에 대해 포괄적으로 논의하는 협의체"라고 규정한 것이 그것이다. EDSCG가 대만해협 등 한반도 바깥의 문제에서 미국의 의도를 관철하는 채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과거 1·2차 EDSCG회의는 북한의 5·6차 핵실험 이후 열렸다. 그러나 이번엔 북한의 핵실험이 '예견'된다는 전제를 두고 강도높은 표현을 내놨다. 그렇다고 해서 한미의 공약이 북한의 핵실험을 막을 지렛대가 되긴 어려울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갈등으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사이의 협력이 강화되는 추세를 보면 미국의 핵우산으로는 북한을 억누르기 어려울 것이다. 최소한 핵 문제만 놓고 보면 지난 수십년간 이런 전략은 성공하지 못했다.

진정한 문제는 2018년 이후의 남북, 북미간 대화가 실천되지 못한 데에 있다. 문재인 정부나 트럼프 정부는 북한과 만나 좋은 이야기들을 건넸지만 막상 실질적인 조치는 뒤로 미뤘다. 한미 모두 정권이 교체되면서 과거 정부가 한 약속은 잊혀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9.19 평양공동선언 4주기에 공개된 외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을 "교실에서 한 친구에게만 사로잡힌 학생 같아 보였다"고 폄하했고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북한은 한미와 대화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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