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피해자가 재판서 전한 말 “보복할 수 없게 엄중처벌을”

피해자 변호인 “사건 본질은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까지 이르렀다는 것”

16일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화장실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적은 추모의 글이 붙여 있다. 2022.09.16 ⓒ민중의소리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의 피해자가 생전 절실히 원했던 것은 가해자 전주환(31)에 대한 "엄중 처벌"이었던 것으로 20일 확인됐다. 피해자는 스토킹 및 불법촬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에 대한 수사, 재판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엄중 처벌을 원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피해자가 마지막으로 작성한 탄원서에는 "누구보다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가, 합의 없이 오늘까지 버틴 것은 판사님께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고, 마지막 공판 기일에는 재판부에 "피고인이 저에게 보복할 수 없도록 엄중한 처벌을 해주길 바란다"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그는 1심 선고 하루 전날인 지난 14일 스토킹 가해자 전주환으로부터 살해당했다.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피해자, 수사부터 재판까지 "엄중처벌" 원했다

신당역 살인사건 피해자 유족 법률대리인 민고은 변호사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언론 보도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9.20 ⓒ뉴스1

생전 피해자를 변호했던 민고은 변호사는 이날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장례식장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전했다. 민 변호사는 현재 피해자 유족을 대리하고 있다.

민 변호사가 기억하는 피해자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여성이었다. 민 변호사는 "더 이상 범죄 피해 속에서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했고,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온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라며 탄원서를 작성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에도 적극적으로 경찰 수사관과 소통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 전주환의 스토킹은 2년여 동안 계속됐다. 2018년 12월 피해자와 같은 기수로 서울교통공사에 입사한 전주환은 2019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50여 차례 '만나달라'는 등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보냈으며, 불법촬영한 영상을 유포하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이에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서울 서부경찰서에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후 서울교통공사에서 직위해제된 전주환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는 문자 등을 지속해서 보냈고, 피해자는 올해 1월 스토킹 혐의로 전주환을 추가 고소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다. 경찰은 1차 고소 당시 전주환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증거 인멸 및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추가 고소 때는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전주환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을 수 있었고, 결국 피해자를 살해했다.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민 변호사는 "(이 기자회견은) 경찰과 검찰, 법원에서 어떠한 잘못을 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수사기관과 법원 모두 피해자 보호에 있어서 적극적이지 않았고, 변호사로서 한계를 느꼈다"고 분명히 답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는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사건을 처리할 때 사건 기록 그 자체만이 아니라 그 사건에 있는 피해자가 겪었을 고통도 헤아려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재판 과정에서 전주환은 피해자 측에 합의를 요구하고, 반성문을 제출했다. 하지만 진심으로 반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정황이 많았다. 민 변호사는 "변명이 가득했던 반성문으로 보였다"며 "피해자에게 피고인(전주환) 측의 합의 시도가 있다는 점을 알려드리며 반성문을 복사해 전달했는데 피해자도 '반성하고 있지 않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민 변호사는 "제가 느끼기에 피고인은 반성하는 척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합의를 시도했다고 하지만, 그 합의 시도라는 게 '사과 편지를 전달하겠다'는 것이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건 없었다고 생각한다. 선고 기일 전 마지막 공판 기일을 마치고 퇴정하는 저에게 '사과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고만 이야기했을 뿐, 그때부터 판결 선고까지 저에게 온 연락은 아무것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 변호사는 "(전주환은) 첫 번째 공판 기일에도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출석했고, '왜 그런 범행을 저질렀냐'는 판사의 질문에도 '당시 너무 힘이 들어서 매일 술을 마셨는데, 그때 그런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판사가 '피고인이 무조건 잘못한 게 아닌가'라고까지 말했지만, 피고인은 반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피해자 변호인이자 유족 대리인 "더 이상 고인 명예 훼손되지 않길"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여자 화장실에서 20대 동료 여성 역무원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서울교통공사 직원 전주환(31)씨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호송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09.16 ⓒ민중의소리

민 변호사가 이날 기자회견까지 나서게 된 건 스토킹 살인 사건이라는 본질은 사라지고 사건의 성격을 두고 엉뚱한 논쟁만 남은 상황 때문이다. 최근 며칠 동안 이 사건이 '여성혐오 범죄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졌고, 이러한 논란을 정치권에서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 민 변호사는 이 과정에서 고인인 피해자의 명예가 훼손되고, 유족이 큰 고통을 받고 있다며 이를 제발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이는 유족의 바람이기도 하다.

민 변호사는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채 이뤄진 사건에 대한 평가를 접하면서 입장 발표의 필요성을 느껴 유족분들의 동의를 받아 입장을 발표한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이라고 강조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께서는 생전에 아무에게도 이 사건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았고, 이 일로 가족에게 걱정을 끼칠까 염려했다"며 "그런데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초기에는 전혀 다른 사실관계로 언론 보도가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민 변호사는 "때로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 인터뷰가 수사권 등 누군가의 정치적 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등 고인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이용되는 것 같아 더욱 침묵하게 되었다"며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를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거듭 당부했다.

민 변호사는 유족에게 '상처가 된 기사가 있는지'를 물으니 "기사가 올라오지 않는 것"이라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민 변호사는 피해자의 변호인으로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에 대한 질문을 받자 "피해자는 저를 믿고 저에게 사건을 맡겨주신 소중한 의뢰인"이라며 "앞서 말한 것과 같이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도록 부탁드린다"고 울먹이며 답했다.

다음은 민 변호사가 유족의 동의를 받아 발표한 입장문 전문이다.

신당역 스토킹 살해사건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 입장문

피해자 유족 대리인 민고은 변호사입니다.
제가 이 글을 발표하는 이유는 오롯이 피해자분의 명예를 위함입니다.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정확한 사실관계에 기반하지 않은 채 이루어진 사건에 대한 평가를 접하면서 입장 발표의 필요성을 느껴 유족분들의 동의를 받아 입장을 발표합니다.

저는 피해자분과 사건 당일 오전까지 연락을 주고받았고, 이 사건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음에도 침묵하고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저에게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지금 상황에서 피해자분이 무엇을 가장 원하실지'였습니다. 두 번째는 '유족분들이 원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피해자분께서는 누구보다 강하고 용감한 분이었습니다. 더 이상 범죄 피해 속에서 지낼 수는 없다는 생각에 고소를 결심하였고,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에 온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라며 탄원서를 작성하고 변호사를 선임하기 전에도 적극적으로 경찰 수사관님과도 소통했습니다.

피해자분이 마지막으로 작성한 탄원서에도 "누구보다도 이 사건에서 벗어나고 싶은 제가, 합의 없이 오늘까지 버틴 것은 판사님께서 엄중한 처벌을 내려주실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밝히는 강하고 용기 있는 분이었습니다. 피해자분께서는 생전에 아무에게도 이 사건을 알리고 싶어하지 않았고, 이 일로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칠까 염려하였습니다.

그런데, 피고인의 추가 범행으로 인해 피해자분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됐고 초기에는 전혀 다른 사실관계로 언론보도가 이뤄졌습니다. 그래서 유족분들의 뜻에 따라 사실관계를 바로잡기 위해 저는 언론 인터뷰를 계속했지만 게시되는 기사는 저의 의도와는 달랐습니다.

유족분들이 게시를 원하지 않는 기사에 대해 기사 삭제요청을 하면 내부 절차상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족들을 위해 작성하는 기사일 텐데 유족들이 원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는 삭제가 어려웠던 것입니다.

때로는 사실을 알리고자 한 인터뷰가 수사권 등 누군가의 정치적 담론의 근거가 되기도 하는 등 고인의 죽음이 누군가에게 이용되는 것 같아 더욱 침묵하게 되었습니다.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누군가에게 이용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법원에 재판 비공개 및 방청 금지 신청, 판결문 비공개 신청을 하였고, 이 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이제 공식적인 방법으로는 범죄 사실에 대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를 명확히 밝힐 수 없는 사실에 대해서는 보도를 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기존에 공개된 사실관계가 누군가의 정치적 담론의 근거가 되도록 해석하지 말아 주시기 바랍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2년 동안 스토킹 피해를 입었고, 결국 살인에까지 이르렀다는 것입니다. 그 이외의 모든 것은 부차적입니다. 그렇기에 본질이 아닌 것들에 대해서는 취재의 기회가 있더라도 취재 및 보도를 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더 이상 고인의 명예가 훼손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인의 명예가 훼손된다면 이는 곧 남아있는 유족분들의 슬픔이 될 것입니다. 이것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과 다른 언론보도, 취재 경쟁으로 인한 무리한 취재가 이뤄진다면 이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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