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김건희 여사 관여 의혹 ‘영빈관 신축’, 투명하게 경위 밝혀야

대통령실이 국빈용 영빈관 건립에 879억원을 편성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벌어졌지만, 여전히 사태의 경위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분명히 예산안은 편성됐는데, 누구에 의해 어떤 절차와 계통을 거쳤는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대통령실과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해명을 보면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영빈관 신축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는 있을 수 있는 입장이다. 문제는 추진부터 취소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졸속이고 투명하지 못하다는 데 있다. 지금껏 어떻게 이 예산이 편성됐는지 밝혀진 게 없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자신도 언론보도를 통해 알았고, 대통령도 몰랐다고 말했다. 수석들도 몰랐다고 한다. 결국 책임있는 위치에 있는 사람들 누구도 미리 알고 있었다고 나선 사람이 없다. 아무도 몰랐지만 일은 진행됐다는 것이다. 말이 되지 않는다.

영빈관 신축은 수많은 행정청사 신축 사업 중 하나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표적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실 이전에서 비롯된 사업이다. 찬반을 떠나 중요한 관심사업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사업일수록 한 총리가 강조한 대로 “그 일을 관장하는 분들이 예산적 차원에서 검토하고, 결론이 나면 행정부에서 예산을 편성하는 기관인 기획재정부 예산실과 충분히 검토”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이뤄졌는지만 조사해 밝히면 될 일인데, 여기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영빈관 신축 예산은 편성됐는데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누구도 관여하지 않았다는 석연치 않은 해명만 되풀이되다보니, 결국 의혹의 눈길은 김건희 여사에게 쏠릴 수밖에 없다. 대선 과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여사는 지난 1월 “(청와대 영빈관을)옮길 거야”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김 여사가 영빈관과 관련해 명시적 언급을 한 유일한 인물인 셈이다.

물론 한덕수 총리는 김건희 여사 관여에 대해서는 철저히 부인했다. 문제는 한 총리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많은 국민들이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김 여사와 관련한 ‘비선’ 논란이 있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이 문제를 정치공세라는 식으로 넘어가선 안 된다. 대통령의 국정 운영이 공적 절차와 시스템을 통해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한 기초적인 물음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영빈관 신축 계획이 누구에 의해 어떻게 진행됐는지 투명하게 밝히기 바란다. 그래야 국정 운영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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