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직원 당직 배제’가 신당역 사건 대책이라는 서울교통공사 사장

국회 여가위 출석해 발언...“왜 여성 직원 조심시키는 걸로 문제 해결하려 하나” 비판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2.09.20. ⓒ뉴시스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20일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재발 방지 대책 중 하나로 ‘여성 직원의 당직 횟수를 줄이겠다’고 제안해 논란이다. ‘보호’를 명분으로 여성을 일부 업무에서 배제하는 등 노동권을 제약하는 방식은 여성 폭력 문제의 해결법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 사장은 이날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 현안 보고 차 출석했다.

문제의 발언은 김 사장의 업무보고 중 나왔다. 김 사장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해 “사회복무요원을 재배치하겠다”며 “특히 여직원에 대한 당직 폐지 (확대)를 좀 줄이는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근무제도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여가위에서는 해당 발언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발언에 대한 비판이 확산했다. 공사 측은 ‘여직원 당직 축소’가 고려 대책인 건 맞다는 입장을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 통화에서 “이번 사안이 사안인 만큼 숙고해야 하는 부분이 많다. 안타까운 사건이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하니까 많은 부분에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여직원의 당직을 줄이겠다는 것도 확정적인 부분은 아니지만, (김 사장이) 이런 것을 고려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성의 직무 수행 능력을 제한해 특정 업무에서 제외하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고, 오히려 불이익 조치에 해당한다.

권김현영 여성현실연구소 소장은 민중의소리와 서면 인터뷰에서 김 사장의 ‘여성 직원 당직 횟수 축소’ 발언에 대해 “여성에 대한 폭력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권김 소장은 “일종의 펜스룰이고 여성 직원의 업무능력에 대한 폄훼로 이어질 것”이라며 “남자 직원이 살해했는데 왜 여자 직원을 조심시키는 걸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나. 스토킹을 포함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문제에 대해 교육하고, 공사 내 2차 가해 분위기 등에 대한 점검을 우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과 관련해 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해 있다. 왼쪽부터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장, 우종수 경찰청 차장, 이노공 법무부 차관. 2022.09.20. ⓒ뉴시스

‘가해자 알았지만 피해자 몰라’ 여가부에 사건 안 알렸다는 공사

이날 여가위 회의에는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이노공 법무부 차관, 우종수 경찰청 차장 등도 함께 참석했다. 김 사장은 피해자와 피의자 전주환 씨를 제대로 분리하지 못하고 방기한 책임자 중 한 사람으로서 여야 여가위원들의 집중 질타 대상이 됐다. 전 씨와 피해자는 2018년 12월 공사에 입사했다.

김 사장은 발언 과정에서 ‘피해자 중심주의’에서 벗어난 낮은 성평등 감수성을 내보이기도 했다.

‘서울교통공사는 공직 유관 단체이고, 성폭력방지법에 따라 관련 범죄 발생 시 사건을 여가부에 통보할 의무가 있다’라는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의 질의에 김 사장은 “피해자의 반대의견이 없으면 통보하도록 돼 있는데, 피해자가 누군지 정말 몰랐다”고 항변했다.

양이 의원이 “가해자를 알고 있지 않았나. 여가부에 당연히 보고했어야 한다”고 꼬집자 김 사장은 “저희는 변명하는 게 아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제도적 허점을 보완해 달라”고 역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아울러 전 씨가 입사 전인 2017년 택시 운전사 폭행, 음란물 유포 혐의 등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드러난 가운데, 이러한 사실을 채용 시 확인했느냐는 여야 위원들의 물음에 김 사장은 “거주지로 범죄 전력 사실 조회를 통보하는데, (당시에)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보통 신규직원 채용 때 범죄 경력 조회 등을 의무적으로 하게 돼 있다”며 “특이사실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공사는 국회에 종사자 성범죄 피해 예방 대책으로 ▲직위해제자 내부 전산망 등 접속 차단과 ▲성범죄 사건에 대해 최종심까지 기다리지 않고 1심 판결 유죄 확정 시 징계 조치할 것을 약속했다. 전 씨는 지난해 10월 경찰이 서울교통공사에 수사 개시를 통보하며 직위해제 됐고 체포까지 됐지만, 회사 내부망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를 파악했다.

공사는 또한 ▲피해자 고충 상담 창구 접근 방법을 다양하게 하고 ▲고충 상담 시 피해자 동의에 따라 외부 수사기관에 대리 고발할 것 등도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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