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제적 민족주의,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편집자주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선도하던 미국은 어느새 경제적 민족주의, 자국우선주의에 완전히 기울어졌다. 중국은 경제적인 적으로 규정됐고,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반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경향은 제조업이 사라지는 러스트벨트에서 특히 심한데, 정치인들은 표를 위해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오하이오 부사이러스의 제조업 퇴조와 민주·공화 양당의 정치적 선동을 생생하게 담은 뉴요커의 기사를 전한다.

원문:  China and the Lore of American Manufacturing 

근로자 조정 및 재교육 통지법(WARN Act)을 인용한 서신의 첨부1은 군더더기 없이 냉혹하게 핵심만 전달했다. 왼쪽 단에는 직위, 오른쪽 단에는 ‘영향’을 받는, 그러니까 해고되는 직원의 목록이 있었다. 거기에는 미국 오하이오주 북부에 있는 부사이러스의 G.E. 조명공장의 생산직, 기계공, 품질관리팀, 100마일 남쪽에 있는 로간 시설의 공장 팀장, 창고 책임자, 용광로 관리자 등이 있었다.

서신은 “2022년 9월 30일 즈음부터 직위가 영구적으로 없어진다”고 했다. 공장도 영구적으로 폐쇄되고 209명이 직위 해제된다고 했다. 이로써 미국은 더 이상 가정용 전구를 생산하지 않게 됐다. 지역 노조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생산은 중국으로 이전될 예정이다.

해고통지 전달 일주일 후 나는 부사이러스 공장의 노동자 6명을 만났다. 모두 노조 간부들이었다. 부사이러스는 독일 이민자들이 주조소를 가득 채웠던 시절부터 시작된 브랏부어스트 페스티벌을 해마다 개최하는 약 11만 명의 작은 도시이다. 흰색으로 형광등을 코팅하는 패트리샤 호슬리는 야간 근무를 막 마치고 나왔다. 호슬리는 이번 주가 공장 설립 80주년이라며 씁쓸해 했다. 공장 규모는 이미 작아졌다. 자국산 제품을 우대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정책의 일환으로 월마트에 납품하던 A19 LED 전구의 생산 역시 중국으로 넘어가 81명이 일자리를 잃었었다. 호슬리와 함께 일하는 멜리사 마틴은 “대부분의 생산시설이 중국으로 가는 것 같다. 미국의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 기분이 나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러스트벨트(미국 5대호 주변의 쇠락한 공장지대)의 대표적인 주 중 하나인 오하이오의 최근 산업 역사는 이렇게 공장들을 하나 둘씩 떠나보내는 것으로 점철돼 있다. 온갖 종류의 공장이 중국뿐만 아니라 전 직원이 노조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는 미국 남부나 멕시코로 옮겨 갔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여전히 나쁜 단어로 인식된다.

연방정부, 주정부와 시의회 등 모든 단위에서 관료들이 제조 시설을 붙들려고 노력했다. 대부분 보조금을 통해서였다. 그런데 그 결과는 다소 불편하다. 그런 혜택이 미국 기업이 아닌 외국 기업에게 돌아갔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19년 다큐멘터리 ‘아메리칸 팩토리’가 묘사했듯 오하이오주 모레인에 있던 제너럴모터스 시설의 일부는 중국의 유리 제조업체 푸야오에게 넘어갔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 위탁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와 세계 최대의 하도급 전자업체인 대만의 폭스콘, 그리고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은 납세자의 돈으로 마련된 정부의 제조업 지원금을 받아 텍사스와 중부, 남서부에 미국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다.

2022년 1월 21일 오하이오 주에 인텔 반도체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뉴시스


내로남불 미국 정치인들의 경제적 민족주의 부추기기

제조업 종사자가 의료, 교육, 소매업 종사자의 절반밖에 안 됨에도 불구하고 오하이오는 러스트벨트에 있는 여느 주와 마찬가지로 공장 일자리에 집착한다. 1970년대 이후의 모든 정치인이 제조업을 다시 가져오거나, 제조업이 더 이상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며 러스트벨트의 황금기를 다시 열겠다고 약속한 것 같다.

시기에 따라 제조업에 대한 핵심 논리가 달라졌는데, 지금은 정치인들이 미국과 중국, 자유와 공산주의 간의 사활을 건 싸움으로 제조업을 접근하고 있다. 버락 오바마(2009~2017년)는 중국을 노골적으로 배제한 환태평양 무역협정을 추진했고, 도널드 트럼프(2017~2021년)는 관세를 부과하고 코로나를 인종문제로 확산시키며 중국계 미국인 과학자들을 스파이라며 체포하는 등 무슨 스포츠라도 되는 양 중국을 연신 공격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2800억 달러(약 365조 68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육성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며 그것이 중국 견제용임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미국의 경제적 민족주의는 현재 모습은 오하이오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오는 11월에 치러지는 상원의원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후 각축전을 벌이며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팀 라이언 오하이오 하원의원(민주당)은 최근 ‘원 워드’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다. 일자리 유실 등 미국 서민이 겪고 있는 모든 어려움의 원인이 한 마디로 압축된다는 것이다. 그 단어는 ‘중국’ 혹은 ‘공산주의 중국’이다. 라이언과 맞대결을 벌이고 있는 공화당의 J.D. 밴스도 중국 공격에 몰두하기는 라이언과 매한가지다. 중국을 경제적, 이데올로기적 적으로 상정하는 것은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초당적으로 동의하는 몇 안 되는 일 중 하나다.

이번 선거에서도 오하이오는 미국의 민심을 보여주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경합주 중 하나인 오하이오는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는 민주당의 오바마, 2016년 대선에서는 공화당의 트럼프를 선택했다. 오하이오는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세계화된 공급망에 포함돼 오랫동안 무역을 해 왔지만, 동시에 세계화에 대한 뿌리 깊은 불안감을 가지게 돼 경제적 민족주의 프레임에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민간 산업을 지원하고 노동기준을 위반했다고 중국과 동아시아 국가들을 비난하는 동안에도 미국 또한 비슷한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국내 공급망을 강화하려는 다급함에 다른 경제 부문을 제쳐두고 제조업 일자리의 질과 공장 소유주의 선의를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오하이오 노동 인력의 종사 분야를 보면 제조업은 15%에 불과한 반면 교육, 의료, 도매 무역, 운송이나 수도⋅전기⋅가스와 같은 공익사업이 32%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크론 시내에 있는 공장 노동자들의 동상이나 영스타운에 있는 철강박물관이 보여주듯, 오하이오의 ‘혼’을 지배하는 것은 공장이다. 지난 7년간 시험관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한 셰인 드바인처럼 노동자 집안 출신이 많다. 드바인의 아버지는 공장 전기기사였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굿이어와 굿리치 타이어 공장에서 일했다.

오하이오를 비롯한 러스트벨트 주들이 제조업에 대한 향수를 가지는 주된 이유는 20세기 중반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미국에서 대대적인 시위로 뉴딜 정책이 시행되면서 경제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자리 잡은 후 1970년대까지 일자리는 충분했고, 노조들이 기업을 견제할 수 있었으며, 세계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것을 미국이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해 공장의 일자리가 예전처럼 안정적이지도, 혜택을 주지도 않는다. 실질임금도 내려가 1970년대 초에 비해 20%나 감소했다.

희생양이 된 아시아계 미국인들


미국의 경제적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이 심해지고 있다. 팬데믹 이후 심각해진 괴롭힘과 폭력을 지적하며 오하이오의 아시아계가 ‘원 워드’ 광고 캠페인을 규탄했는데, 이에 대해 라이언은 이렇게 대응했다. “내가 폭력을 지지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하지만 중국의 의도에 대한 대화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도 중국과 같은 공산주의 정권이 미국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우리를 돕고 참여해야 한다”.

어느 수요일 밤, 라이언이 오하이오 중남부에 있는 소도시 랜캐스터에 늦게 도착해 유세를 했다. 다수가 미국은퇴자협회(AARP) 회원처럼 보이는 40여 명의 유권자 앞에서 라이언은 일자리와 경제 발전을 강조하며 “이번 선거를 통해 우리가 서로 싸우면 가장 기뻐하는 할 사람은 중국 공산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후 만난 놉파돌과 카노콴 망미섭은 태국에서 오하이오 데이턴으로 이민 온 부부였다. 지난 1월 부부가 운영하는 패터슨 공군기지 옆의 베트남⋅태국 음식점 외벽에 누군가가 스프레이 페인트를 사용해 ‘X X 차이나 바이러스’라는 욕을 써 놓았다. 몇 주 후 누군가가 음식점 지붕에 불을 질렀다. 팬데믹 이후 중국, 한국, 태국과 필리핀 등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폭행을 당하고 심지어 살해되기도 한다는 보도를 유심히 보지 않았던 부부는 많이 놀랐다. (이 두 사건으로 처벌은커녕 체포된 사람조차 하나도 없다).

그런데 라이언의 공세는 이어진다. 최근 선거 광고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언제가 돼야 중국에 도전할 용기를 가질 것인가? 언제가 돼야 우리 아이들과 손자, 손녀들이 미국에서 잘 수 있도록 옳은 일을 할 용기를 가질 것인가?”

오하이오에 사는 1168만(2020년) 사람들 중 70만 명 정도가 외국에서 태어났고, 이 이민자들의 취업률이 미국에서 태난 사람들보다 높다. 그러나 라이언과 밴스 모두 이민자들이 오하이오 경제, 오하이오에 남아 있는 공장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언급하지 않는다.

호아이 응우옌은 데이턴 바로 남쪽에 있는 스프링보로에서 자동차와 비행기 인테리어 물품을 만드는 베트남계 미국인의 회사에서 일한다. 응우옌의 가족과 친척들은 베트남 전쟁 이후 오하이오에 정착했다. 응우옌 회사의 공장에는 수십 명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 동남아시아와 중남미에서 온 이민자다. 이들은 카펫에 열을 가해 모양을 잡고 휠 라이너를 만드는 기계를 다루고 있었다. 크라이슬러 등에 납품하는 이런 제품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미국산이다. 그것을 만든 사람들은 그렇지 않지만 말이다.

대기업만 받는 국가 보조금 

오하이오에는 이런 중소 공장이 많아 수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그러나 뉴알바니의 인텔 반도체 공장과 같은 유명 브랜드의 메가 프로젝트가 아니면 정치인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끌 수 없고, 그에 상응하는 세금 감면 및 기타 공공 보조금의 혜택도 누릴 수 없다.

2025년 완공 예정인 인텔의 오하이오 공장은 40년 만에 미국에서 처음부터 건설되는 반도체 제조 공장이다. 나는 프로젝트 총괄을 위해 파견된 짐 에버스 부사장과 함께 8월에 공장 부지를 찾았다. 지평선까지 옥수수 밭과 콩 밭이 이어졌던 곳에서 수많은 불도저가 건설 현장을 평탄화하고 있었다. 한 달 후인 9월 9일, 바이든이 직접 공장 기공식에 참석해 “중부 산업지대가 돌아왔다. ‘메이드 인 오하이오, 메이드 인 아메리카’가 이제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오하이오 공장이 ‘반도체 공급망의 균형’을 바로 잡고 반도체 제조를 동아시아로부터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데에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은 세계 반도체의 40%를 생산했다. 지금은 겨우 12%를 만든다. 그러나 순수한 미국 국내 공급망은 불가능하다. 오하이오 공장은 인텔이 사용할 반도체를 생산하고, 다른 회사로부터 제품 설계를 넘겨 받아 반도체를 생산해 줄 예정이다. 하지만 인텔은 일본에서 중요한 칩 재료인 포토레지스트를, 네덜란드에서 개당 1억 달러에 이르는 리소그래피 장비를 조달한다. 게다가 완성된 반도체는 중국, 말레시아, 베트남, 코스타리카에서 완성품 조립에 쓰인다.

인텔과 오하이오 주 정부는 이 프로젝트가 7천개의 건설 일자리, 3천개의 제조 및 엔지니어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공장 위치와 일부 작업에 필요한 기술 때문에 인텔은 재료 과학과 엔지니어링으로 유명한 오하이오 주립 대학의 졸업생을 끌어들일 가능성이 높다. 인텔은 상당한 멀티플라이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오하이오 공장이 다른 유형의 작업자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지는 명확하지 않다.

오하이오 주 정부는 바이든의 반도체 산업육성법으로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을 받아 인텔과 부촌인 뉴알바니에 20억 달러 이상을 할당했다. 라이언과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민주당)은 노조원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며 이 프로젝트를 칭찬한다. 그러나 내가 만났던 건설노동자들 중 노조원은 없었고, 인텔은 오하이오 공장의 노조 설립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지키겠다는 약속을 하지 않고 있다.

인텔이 약속한 새로운 일자리 중 부사이러스 G.E. 조명 공장 등에서 해고된 노동자들의 몫은 얼마나 될까? 전구를 만든다고 해서 미세한 칩을 검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재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시간과 돈이 필요하다. 새로운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 자기에게 투자할 수 여유가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희망을 잃은 노동자들

부사이러스의 조명 노동자들은 최종 해고 통보를 받기 전에 노조의 협상을 통해 괜찮은 퇴직금을 받아냈다. 하지만 이후에 만나 보니 그 중 새로운 일자리를 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공장 일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왔던 호슬리는 세계화의 영향을 받지 않는 미용사가 되기 위해 미용 학원에 다닐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중국에게 일자리를 뺏긴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호슬리는 그들도 먹고 살려고 하는 것뿐일 거라며 중국 노동자들을 원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를 원망할 수도 없다고 했다. 호슬리의 남편이 사출 성형 기계 제조업체에서 일하는데, 이 회사의 북미 지부는 오하이오에 있지만 회사 본부는 훨씬 더 먼 중국 광둥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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