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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자치 리포트②] ‘춘천 깜깜이 인사’ 청문회 도입될까, 관행 타파 나선 윤민섭 시의원

윤민섭 춘천시의원(석사동, 효자2동) 편

편집자주

올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며 진보정당의 쇄신과 발전을 위한 논의가 분출하고 있다. 2024년 총선을 향한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기도 한다. 현장과 지역에 답이 있다는 것으로 대부분의 결론이 모아지지만, 이런 논의조차 중앙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1 지방선거를 통해 진보정당은 30명의 선출직 지방공직자를 배출했고 이들이야말로 진보정치의 최일선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진보정당 지방공직자들의 활동을 조명하는 ‘진보자치 리포트’에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어제 시의원 첫 월급을 받았습니다. (중략) 의정 활동비 합해서 세전 363만4210원이고, 세후 337만2130원입니다~ 그리고 공무원 복지 카드도 나오는데 이건 6개월에 48만9천원을 사용할 수 있는 카드고, 대형마트·백화점 등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카드입니다."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자신의 임금 명세서를 공개했다. 실제 윤 시의원이 올린 명세서를 보면 월정수당과 의정 활동비에 각종 공제 금액을 제한 실수령액으로 337여만원이 지급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직접 명세서까지 첨부하며 시원하게 공개된 시의원의 월급에 주민들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이 게시물에 달린 댓글만 무려 100개. "투명해서 너무 좋습니다"라는 응원이 대부분이다.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페이스북에 게시한 춘천시의원의 임금명세서.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 페이스북


실제 주민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윤 시의원은 민중의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월급을 공개하면서 '생각보다 적은 것 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전했다. 여전히 지방의원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에서 의원들의 급여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니, 오히려 부정적인 인식만 커져있던 것이다. 

윤 시의원은 "기초의원의 월급이 많냐, 적냐 이런 논쟁을 하려는 게 아니다. 그건 시민들이 판단하는 것"이라며 "'저희는 이 정도 받는다, 그리고 이런 제도가 있다, 이렇게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올린 것"이라고 부연했다.

'세후 330만원' 월급 공개하자 돌아온 예상치 못한 반응들
시의원 활동 투명하게 공개하자, '토론의 장' 된 그의 페이스북

윤 시의원은 당선 직후부터 시의원 의정활동에 대한 깨알 정보들을 모아 '슬기로운 의원활동'을 꾸준히 게시하고 있다. 주민들이 궁금해할 만한 시의원의 활동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주민들과 소통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5분 자유발언이 무엇인지, 첫 회기 때는 어떤 사안이 쟁점이었는지 등을 다뤘다. 큰 화제가 된 임금 명세서 공개는 '슬기로운 의정활동' 2번째 게시글이다.

때로는 흥미로운 토론의 장도 펼쳐진다. 5분 자유발언 제도를 설명한 글이 대표적이다. 윤 시의원이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1년에 총 3회를 초과할 수 없기에 4년 임기 중 총 15번밖에 할 수 없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라고 소개하자,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쏟아진 것이다.

그러자 다른 지방의회의 경우는 어떻게 운영되는지 소개하기도 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번쩍이는 제안을 담은 댓글이 줄을 이었다. 윤 의원도 이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에 나설 생각이다.

윤 시의원이 '슬기로운 의원활동'을 올리는 궁극적인 이유도 바로 이러한 모습을 기대하면서다.

윤 시의원은 "부끄럽지만 당직자 생활을 10년 넘게 한 저도 시의회가 무슨 일을 하는지, 이렇게 많은 제도들이 있는지 몰랐다. 주민들도 (이런 제도가 있는지) 처음 알았다는 반응이 많았는데, 그동안 '의회와 주민들 간 소통이 잘 안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지방의회를 두고 무용론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지방의원들의 역할을 주민들에게 알리는 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강원서 처음으로 나온 정의당 선출직 의원
당선의 밑거름 된 주민밀착형 선거운동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이 후보 시절 화단을 정비하며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 제공


지금까지 강원도 내 지방의회는 거대양당이 사실상 '독점'하는 구조로 운영됐다.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지역의 특성상 진보정당 의원이 당선되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윤 시의원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절치부심한 끝에 춘천시의회에 입성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2명, 자유통일당 1명 등 총 6명의 후보 중 득표율 16.6%로 3위를 차지했다. 정의당 소속 후보가 강원도에서 선출직으로 당선된 건 이번이 첫 사례다.

윤 시의원의 당선 배경 중 하나로는 주민밀착형 선거운동이 꼽힌다. 선거기간 동안 윤 시의원은 작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 곳곳을 누비며 주민을 만났고, 일손이 필요할 때면 언제든 두 팔 걷어붙이고 달려갔다. 그가 기록한 선거운동을 보면 화단을 가꾸고,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청소하고, 감자 파종을 심는 모습이 빼곡하다. 소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지역 주민에게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 윤 시의원은 "원래 시의원은 지역 주민들 일 도와드리라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유쾌하게 웃었다.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시작한 건 아니었다. 강원대학교 총학생회장 출신의 윤 시의원은 춘천에 정착한 뒤 지역 활동을 이어왔는데, 이때 경험이 자연스럽게 선거 운동으로도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아파트 동대표를 맡으며 해고 위기에 놓인 아파트 경비원들의 일자리를 지켜냈고, 정의당 강원도당에서 오랜 기간 당직자 생활을 하면서도, 다양한 지역 단체에 속해 마을 일을 도맡아 했다. 혈세 낭비 논란이 거셌던 레고랜드 조성 사업이나 옛 미군부대인 캠프페이지 부실 정화 문제 등을 지적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벌어진 여러 문제를 비판하고, 이를 바꿔나가는 데에도 앞장섰다.

관행처럼 굳어진 '깜깜이 인사' 저격
춘천시장 첫 행정감사서 쟁점된 청문회 도입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 ⓒ정의당 윤민섭 춘천시의원 제공


선거 당시 윤 시의원이 공약은 크게 두 가지 목표로 요약된다. '의회다운 의회 만들기'와 '일하는 의회 만들기'다. 진보정당 의원의 당선으로 변화하는 지방의회를 만들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임기가 시작한 지 이제 3달이 채 되진 않았지만, 윤 시의원의 공약은 점차 구체화되는 중이다.

최근에는 춘천시 산하기관장의 인사 문제를 강도 높게 지적했다. 지자체 산하기관장은 별도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않고 각 기관의 공모 절차에 따라 채용된다. 하지만 채용 절차가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다 보니 지자체장 선거에서 도움을 주거나 측근들이 채용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인사철마다 반복됐다. 특히 자격 요건에도 부합하지 않는 인사가 채용되는 일까지 심심치 않게 벌어지면서 사실상 내정자를 정해 놓고 무늬만 공모 절차를 밟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광역자치단체에서는 지자체장과 지방의회가 협약을 맺고 산하기관장 인사청문회를 진행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춘천시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있었다. 한 산하기관장 채용 과정에서 관련 분야 경험이 없는 인사가 임명됐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왜 자격 없는 인물이 산하기관장 자리에 오르느냐'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윤 시의원은 5분 발언을 통해 산하기관장 채용 문제를 지적했다. 문제가 된 기관의 센터장 자격 요건에는 해당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력을 가져야 한다는 등 관련 경력을 요구하고 있고, 임명권자인 춘천시장이 '특별히 임명할 사유가 있다고 인정하는 자'라는 예외 조항을 규정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경력보다 임명권자의 재량이 지나치게 남용되고 있다는 취지였다.

깜깜이로 채용된 산하기관장에 대한 사후 검증도 쉽지 않았다. 춘천시에서 '개인정보'라는 이유를 대며 관련 정보 제출을 꺼리기 때문이다. 윤 시의원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위해 인사청문회를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춘천시의회에서도 이에 공감하는 시의원들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윤 시의원은 "산하기관장 인사를 할 때 의회에 보고하거나, 인사청문회 등을 거친다면 아무래도 인사를 할 때 자격이 부족한 사람을 채용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춘천시 산하기관장이 여러 명 교체되는 시기인 지금 청문회를 도입해야 할 텐데, 춘천시는 '채용 공고를 낼 때 인사청문회에 대한 내용을 공지하지 않았다'면서 이번에는 어렵고 향후에 논의를 해보자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4일부터 시작된 행정감사에서도 춘천시 산하기관장 인사 문제와 인사청문회 도입이 최대 쟁점으로 떠올랐다. 윤 시의원은 "산하기관장 인사에 대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며 "결국 춘천시장의 판단에 달려 있는 문제인데, 어떻게 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공부하고 회의 참석하는 일정의 연속인 일상들, 앞으로의 계획은?

윤 시의원의 일상은 공부와 회의의 연속이다. 첫 임기다 보니 의회 활동에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행정감사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는 주로 자정까지 시의회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윤 시의원은 자신의 생활을 설명하며 "그냥 제가 보고 싶은 자료가 더 있으니까"라고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었다.

행정감사가 끝난 뒤에는 기후위기 대응과 방사능 안전 급식 조례 발의 등을 준비할 예정이다. 윤 시의원이 배정된 상임위원회는 경제도시위원회인데, 기후위기와 농업 문제에 관심이 많아 상임위 활동을 통해 적극 다루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윤 시의원은 "기후위기 때문에 먹거리 문제도 심각해질 텐데, 중앙정부에서는 거의 방치하는 수준"이라며 "이 문제들은 정부가 나서 큰 틀에서 다뤄야 하는 문제지만 당장 지역에서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추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윤 시의원은 ▲시의원 셀프 징계 방지 ▲외유성 국내·국외 연수 근절 ▲버스완전공영제 시행을 위한 조례 등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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