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부지 추가 공여에 성주·김천 주민들 “절차 위법, 미·일 이익일 뿐”

무장병력·환경오염으로 삶의 터전 빼앗겨

사드 반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성주,김천 주민들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사드 부지 추가 공여 규탄 기자회견에서 불법사드 철거 촉구하고 있다. 2022.09.22 ⓒ민중의소리

최근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기지 부지의 토지사용권을 추가로 미국에 넘겼다. 기존에 공여한 부지까지 포함해 총 73만㎡(22만평)에 달한다. 정부가 절차를 무시한 채 이른바 ‘사드 기지 정상화’를 강행하는 가운데, 인근 주민들의 피해는 극에 달하고 있다.

사드철회평화회의(평화회의)는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드 부지 추가 공여를 비판했다. 이 자리에는 사드가 배치된 경북 성주군 소성리와 경북 김천시 주민도 함께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8일 한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합동위원회에서 사드 부지 40만㎡를 추가로 공여하는 절차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7년 박근혜 정부가 1차로 사드 부지를 미군에 공여한 데 이은, 2차 공여가 이뤄진 것이다.

사드 부지 공여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드 부지 공여는 영토 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로,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춘 정부 간 조약 체결을 이루어져야 한다고 평화회의는 설명한다. 한미 SOFA 합동위원회의 서명은 조약 체결이라 볼 수 없어, 국제법 위반이라는 것이다.

강현욱 소성리 종합상황실 대변인은 “국제법상 영토가 다른 국가로 넘어가는 경우 조약을 맺어야 한다”며 “한미 SOFA 자체가 국제법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사드 부지에 대한 환경영향평가(환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법상 부지가 33만㎡  초과하는 사업은 계획 단계에서 실시하는 ‘전략’ 환평 대상이다. 2017년과 올해 이뤄진 1·2차 공여를 통해 정부가 미군에 공여한 사드 부지는 총 73만㎡이다. 하지만 전략 환평은 실시되지 않았다. 정부가 부지 공여를 두 차례로 나눠 진행하는 방식으로 전략 환평을 회피했다는 게 평화회의 설명이다.

1차 공여 때는 부지를 32만 7,779㎡로 전략 환평 기준보다 낮게 잡아 ‘소규모’ 환평이 진행됐다. 소규모 환평은 사업 계획이 승인된 상태에서 이뤄진다. 평가 항목과 기간이 간소화된 형태다. 사드 배치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후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에 전 정부가 이른바 ‘쪼개기 공여’로 사드 부지 환평을 회피하려 한 정황을 포착했다며, 법에 따라 적정하게 환평을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러나 적정한 환평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차 공여 부지는 40만㎡로 전략 환평을 거치지 않고 ‘일반’ 환평이 진행 중이다. 일반 환평은 사업 계획이 세워진 상태에서 사업 승인을 결정할 때 실시한다. 사후 보완 절차 의미가 강하고, 그마저도 위해 요소가 발견돼도 사업을 철회시키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실상 소규모 환경과 크게 다르지 않다.

국방부는 2차 공여 부지 가운데 21만㎡만 사용한다는 이유로 일반 환평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평화회의는 “박근혜 정부가 시작한 쪼개기 공여를 문재인 정부가 묵인하고 윤석열 정부가 마무리한 셈”이라며 “법을 위반했을 뿐 아니라, 전략 환평을 사전에 실시하지 않아 주민이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박탈했다”고 비판했다.

게다가 현재 진행 중인 일반 환평은 ‘요식행위’에 불과하다고 평화회의는 지적한다. 평화회의는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일반 환평을 내년 3월 종료를 목표로 실시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고 짚었다.

일반 환평의 불투명성도 문제다. 국방부와 성주군청은 환평에 참여하는 주민 대표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가 개인보호법에 따라 개인 신분을 밝힐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신분도 공개되지 않은 인물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소성리 주민들 지적이다.

송대근 사드철회 성주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소성리 할머니들이 주민 대표가 누구인지 밝히라며 8일째 군청에서 농성하고 있다”며 “환평이 사적인 것도 아니고, 주민 대표를 감출 근거가 없는데 군청도 국방부도 개인 신분 노출을 핑계로 밝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환평은 공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대변인도 “환평은 개인의 영역이 아니라 이름부터가 ‘대표’”라며 “신분도 밝히지 못할 거면 대표가 아니라 ‘주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드 반대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성주,김천 주민들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에서 열린 사드 부지 추가 공여 규탄 기자회견에서 불법사드 철거 촉구하고 있다. 2022.09.22 ⓒ민중의소리

삶의 터전 빼앗긴 주민들…“한국 실익 없는 사드, 미·일 이익만 충족”

사드 배치 지역 주민은 대규모 군사 무기가 들어서면서 평화로운 삶의 터전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박재영 사드철회 성주대책위 부위원장은 “저는 소성리에서 한 번도 객지에 나가지 않고 65년간 살고 있는 주민”이라며 “지난 6년간 사드로 인해 동네 주민이 상당히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에는 대낮에 유탄발사기와 소총으로 중무장한 군인이 마을에 들이닥치기도 했다. 실탄도 소지하고 있었다. 무장 군인이 탑승한 차량이 마을로 진입했고, 5~6명이 타고 있던 다른 1대는 주민 반발로 돌아갔다.

대구 주민이 인근에서 송이버섯을 따다가 철조망을 넘어 사드가 배치된 롯데 CC에 들어가자, 경계를 서던 파견부대의 5분대기조가 출동한 것이라는 게 군의 설명이다. 기지 침임 매뉴얼에 따른 출동이었다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주민들은 세상에 이런 일이 어디 있냐고, 더한 일도 있을 것 같다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며 “조용한 동네에서 한두 명이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대변인은 “사드가 배치되기 전에는 경찰이 출동하는 일은 멧돼지가 출몰하는 경우 정도였다고 한다”며 “주 5회 경찰 수백 명이 출동해 주민들을 끌어내고 주한미군을 들이고 군부대 병력을 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지어 송이를 따러 간 주민이 우연히 철조망을 넘었다고 군병력이 마을로 침입하기 시작했다”며 “주민들이 평생 살아온 내 마을에서 이 이런 수모를 겪어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이번 군의 무장 병력이 마을로 들어온 것처럼 우리 군도 주민과 소통하지 않고 있다”며 “미군도 군사 작전과 관련해 주민과 소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간 다른 지역 주한미군 작전 상황에서 주민들이 사고를 당한 사례들이 있어 우려가 크다”고 했다.

지난 21일 소성리 마을에 중무장한 군인이 마을로 들이닦쳤다. ⓒ소성리 종합상황실

사드는 인근 주민의 건강, 나아가 생명까지 위협한다. 김천시 노곡리에서는 최근 1~2년 새 9명의 암 환자가 발생했다. 이 마을 주민은 100여 명으로, 암 발병률이 10%에 달하는 셈이다. 주민들은 사드 레이더 전자파 영향으로 보고 있다.

이동욱 사드배치반대 김천시민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미국 국방부는 사드 인근 3.6km에서는 민간인이 거주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며 “한국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 전자파가 미미하다고 한다”고 격노했다.

사드는 환경오염도 야기한다. 유류 처리에 따른 토양오염이 대표적이다.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유류와 폐기물 처리에 대한 평가 항목이 아예 배제됐다. 의도적인 유류 배출과 사고로 인한 유류 유출에 대한 대책도 없는 상황이다.

강 대변인은 “이미 주한미군 유류 유출 사고가 여러 건 발생했지만, 환평에서 이런 내용이 빠졌다는 건 향후 사고에 대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공동위원장도 “주한미군이 철수할 때 기지 토양을 기름 범벅 만들어 놓았으면서도 보상이나 회복한 적은 없다”고 미군의 책임 회피를 우려했다.

사드 배치가 한국에는 실익이 없고, 미국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굴종적 한미 동맹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평화회의는 “윤석열 정부는 사드 기지 정상화 목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방어하기 위한 자위적인 수단이라고 한다”며 “종심이 짧은 한반도에서는 미사일 방어가 군사적 효용성이 낮다는 점은 이미 충분히 드러난 사실”이라고 짚었다.

이어 “사드 기지 정상화는 북한과 중국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로부터 본토를 방어하려는 미국과 일본 요구를 충족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한국과 중국 간 군사적 대결을 가중시켜 도리어 한국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드를 철거하는 것이 법도, 인권도, 평화도 지키는 길”이라며 사드 철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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