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건강한 노동이야기] 위반이 일상이니, 법과 원칙이 문제란 노동부

이 같은 진단-대안 서사의 마무리는 늘 노동시간 유연화로 이어진다

 고용노동부는 얼마전 ‘2022년 상반기 장시간 근로감독 결과’(2022.8.28.)와 ‘특별연장근로 인가 현황 분석 결과’(2022.8.31.)를 발표했다. 내용을 요약하면, 주52시간 상한제를 초과하는 법 위반 사례가 상당했고 코로나19 등의 이유로 특별연장근로 인가가 확대일로에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분석의 독특한 점은 ‘주52시간상한제’라는 법과 원칙이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진단-대안 서사의 마무리가 노동시간 유연화로 이어진다는 점도 그렇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3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정책간담회에서 기자단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08.31 ⓒ뉴시스

올해 상반기 정기 근로감독 대상은 총 498개소로, 돌봄업종(요양보호, 아이돌봄, 장애인 돌봄 등) 340개소와 그 외 지역별 취약업종(제조업·소프트웨어개발업·금융업·사업지원서비스업 등) 158개소였다. 이 가운데 연장근로 한도 위반은 9.6%(48개소)로 이들의 초과근로시간은 평균 주당 6.4시간이었다.

위 위반 실태에 대해 혹자는 ‘하루 한 두시간 내외를 지키지 못한 상황이 범법까지 내몰리는 점이 부당하다’고 설파한다. 하지만, 이 ‘하루 한 두시간’은 ‘실제로 일한 시간’만 하루 평균 10~11시간을 넘게 하는 노동시간으로, 출퇴근 전후의 무료노동을 포함하면 하루 중 절반이 작업장에 묶인 상태를 유발한다. 또 개별 노동자 차원의 한 두시간이 아니라 집합적 차원의 데이터로, 그 시간 총량을 따지면 가벼이 여길 수준이 아니다. 만약 20인 기업의 경우라면, 2명의 인력을 덜 뽑은 채로 기존 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으로 착취를 영위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상 업종별로 보면, 돌봄업종의 연장근로 한도 위반은 2.5%(8개소)로 나타났다. 반면, 해당 사업장의 초과근로시간은 주당 9.7시간에 달했다. 이는 근로기준법 위반일뿐만 아니라 산재법 상의 만성과로기준(주60시간)을 넘어선 것이다. 하루 중 절반 이상을 노동에 쏟아야 하는 번아웃, 소진, 비참 상태로, 개별 노동자 차원은 물론 조직 차원에서도 워라밸을 기대하기가 불가능해 보이는 정도다.

지역별 취약업종의 연장근로 한도 위반은 25.3%(40개소)에 달했다. 초과근로시간은 주당 5.8시간으로 비교 업종에 비해 낮았다고 볼 수 있지만, 한도 위반 상태가 4곳 중 1곳으로 연장근로가 상당히 만연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외에 연장근로 한도 위반을 포함해 연차미사용수당 미지급, 연장·휴일근로가산수당 미지급, 근로조건 미명시, 취업규칙 작성·신고 위반 등의 노동관계법 위반은 94.4%(470개소)에 달했다. 위반사항만 총 2,252건이었다.

이런 여러 형태의 위반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정부다운 조치를 내놓아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해당 발표 보도자료의 마지막은 “1∼2명의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주52시간을 초과하여 법을 위반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현행 근로시간 규제방식이 합리적인지 생각해볼 시점”이라며, 주52시간상한제 유연 적용의 여지(‘근로자와 기업의 선택권’, 노동시간의 유연화?)를 둔다. 

‘법과 원칙’을 외치는 정부가, 실존하는 법과 원칙을 되레 의문시 하는 것이다. 법과 원칙 위반 사례를 근거로 삼아, 법과 원칙 그 자체를 문제로 보는 기이한 해석이다. ‘주52시간상한제→위법사업장 양산’ 프레임을 반복하는 자본 담론과 맞닿아 있다. 이런 프레임에서 대안은 기승전-노동시간 유연화로 마무리된다.

2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2022 대선대응 청년행동이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최저임금, 주52시간 근무제 철폐 발언을 규탄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1.12.02. ⓒ뉴시스

한편, ‘특별연장근로 운영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특별연장근로 인가 건수는 5,793건이었다. 이는 전년 상반기 3,270건 대비 77.2% 늘어난 수치다.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한시적으로 1주 최대 64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제도를 ‘1개월 이상’ 지속한 업체는 52.6%(92개소)에 달했다. 제조업은 62.4%(78개소)였다. 특별연장근로를 한 노동자의 평균 연장근로 시간은 16시간이었다. 이는 특별연장근로를 하지 않은 노동자의 것(7.1시간)보다 두 배 이상 긴 것이며, 평상시 평균 연장근로시간(8.1시간)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확대는 노동자 건강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제한하는 최소한의 조치(주52시간상한제)조차 무력화하고 과로 위험이 배가될 것이 분명함에도, ‘특별한 사정’에 대한 이유가 더 크게 작동하는 것이 현실임을 말해준다. 역사적으로 위기 상황, 경제 상황, 돌발 상황, 비상 상황 같은 ‘특별한 사정’ 류의 언어는 시간권리를 무력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특별한 사정을 내세워 노동자의 권리를 언제든 유예할 수 있는 것으로 취급하는 목소리가 ‘크고 쎈’ 게 코로나19가 야기한 지금의 현실이다. 코로나가 유발한 ‘특별한 사정’을 이유 삼아, ‘과로 위험의 또 다른 희생자’가 발생할 가능성을 제도적으로 열어주고 있는 점은 상당히 우려스럽다. 

‘예측할 수 없었던 코로나19 확산이라는 위기 상황에 따라 인가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는 진단은 코로나19가 3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 내놓는 진단이라기에는 심히 무책임하다. 여전히 현재의 위기 상황을 특별연장근로와 같은 예외적인 조치를 통해 넘어가려는 인식이 전제되어 있음을 확인케 한다.

심지어는 ‘주52시간이라는 게 굉장히 비현실적’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인가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는 기이한 주장들로, 주52시간상한제가 문제의 근원인 양 설정하고 있다. 특별연장근로 운영 현황 분석 자료의 마지막도 복붙 수준의 기승전-노동시간 유연화를 반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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