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2.8.29 ⓒ뉴스1
대통령실이 미국 뉴욕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이 XX들” 발언은 미국 의회를 향해 한 말이 아니라 우리 국회 야당을 향해 한 말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또 윤 대통령의 발언 중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냐”에서 ‘바이든’이 아니라 ‘날리면’이라며, 기자들이 우방국과의 관계를 이간하기 위해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라고 언론보도를 비난했다. 200명에 달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과 이를 보도한 기자들이 모두 잘못 들었다고 하면서 이같이 비난한 것이다.
해외 언론까지 해당 발언을 보도하면서 논란이 된 지 10시간 넘게 지난 뒤에서야 내놓은 해명이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윤 대통령이 지칭한 대상이 미국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국회 다수 석을 차지한 야당이었다고 하더라도,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논란 10여시간 만에 내놓은 주장 “(더불어민주당) 이 XX들이 날리면” 이라는 김은혜 홍보수석 기자들과 설전도...“누가 왜곡·짜깁기?”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2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전날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기자들과 설전을 벌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1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주최 행사에 참석 후 행사장에서 나오는 길에 비속어 섞인 말을 했다가, 방송 카메라에 잡혀 언론에 보도됐다. 대다수 언론은 영상과 함께 윤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냐?”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내 언론뿐만 아니라, 다수의 해외 언론도 보도하면서 큰 파장을 낳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막말 ⓒMBC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날 윤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는 세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 펀드를 조성하자는 취지의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른 국가의 펀드 참여를 호소하며 60억 달러의 공여를 약속한 바 있다. 이에 윤 대통령의 발언에서 ‘국회’는 ‘미 의회’를 의미하며, 미 의회가 승인 해 주지 않으면 바이든 대통령이 곤란할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으로 해석됐다.
논란이 된 후 10시간 만에 내놓은 대통령실 해명은 “왜곡”, “짜깁기”라는 것이었다.
김 홍보수석은 “다시 한 번 들어봐 주시라. ‘국회에서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이라고 돼 있다”라며 “또 윤 대통령 발언에 이어 ‘우리 국회에서 노력하겠다’는 취지의 박진 장관의 말은 영상에 담겨있지도 않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결과적으로 어제 대한민국은 하루아침에 70년 가까이 함께한 동맹 국가를 조롱하는 나라로 전락했다”라며 “순방외교는 상대국과 국익을 위해 총칼 없는 전쟁터인데, 한발 내딛기도 전에 짜깁기와 왜곡으로 발목을 꺾었다”라고 말했다.
김 홍보수석의 주장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이 행사장에서 빠져나가면서 한 말은 ‘(미국)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X 팔려서 어떡하냐’가 아니라, ‘(우리) 국회에서 (민주당)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고 날리면 X 팔려서 어떡하냐’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우리 언론이 짜깁기하고 왜곡했다는 것이다.
브리핑 후 기자들은 “짜깁기 왜곡은 누가 했다는 것인가”라고 묻자, 김 수석은 “기자가 정면으로 그렇게 생각할 그런 게 아니다”라며 정확한 답변을 회피했다. 기자들은 ‘많은 기자들이 다 들었는데, 아무리 들어도 바이든이던데’라고 의아해하기도 했다.
또 김 홍보수석은 윤 대통령이 ‘이 XX들’이라고 지칭한 대상이 ‘미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기자들이 “이 XX들은 우리 국회라는 것이냐?”라고 묻자, 그는 “미국 의회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에 기자들이 재차 “한국 의회를 말하는 것인가?”라고 물었고, 김 수석은 “네, 미국 의회가 아니니까”라고 말했다. 우리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 이를 승인 안 해줄 것이라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는 것이다.
대통령실 해명은 앞으로 더 큰 악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주장대로 ‘바이든’이 아니고 ‘날리면’이며 ‘미국 의회’가 아니라 ‘우리 국회 야당’을 향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논란이 된 지 10시간 만에 내놓은 해명이기 때문이다.
또 당초 이 발언은 엠바고가 걸려 있는 일정 말미에 나온 것으로,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 전 대통령실은 기자들과 사전에 협의할 시간은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 시간에 발언의 사실관계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보도된 이후 10시간 동안에도 어떤 이유에선지 윤 대통령이 지칭한 대상이 ‘미 의회’와 ‘바이든 대통령’이 아니라 ‘우리 국회 야당’이라고 해명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 XX들’이라고 지칭한 대상이 ‘미 의회’가 아닌 ‘더불어민주당’이었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공적인 장소에서 대통령이 뱉은 욕설이 정당한 행위로 여겨지지도 않고, 야당의 반발만 더욱 키울 수 있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내년도 예산안 심사와 주요법안 관련한 더 큰 진통이 예상된다.